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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호 칼럼 – 야구선수의 재질(Talent)
유준호 칼럼 – 야구선수의 재질(Talent)
  • 한국스포츠통신
  • 승인 2017.09.1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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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한양대학교의 야구부 감독이었던 김한근 전 한양대 감독과 야구선수들의 재질에 대해 오랜 시간 동안 의견을 나눈 적이 있었다김한근 감독은 대구상고(현 대구상원고)와 한양대학교를 거쳐 1982년 한국프로야구 출범 시 삼성라이언즈의 원년 선수로 활동하였고, 1985년 빙그레이글스(현 한화이글스)로 이적하여 빙그레이글스의 창단 원년 선수로 활약하다가 다시 1989년 태평양돌핀스로 이적한 후 1990년 시즌이 끝난 후 현역 선수생활을 마감하였다대구상고와 한양대그리고 삼성라이언즈를 거치는 동안 우리나라 야구의 역사상 불세출의 타격천재라 일컬어지는 고 장효조와 함께 현역 시절의 대부분을 같은 팀에서 활약했었고김한근 감독 본인 또한 장타력을 동반했던 타격의 재질이 뛰어났던수비의 보직으로는 주로 3루수를 맡아 보았던명 내야수였다.

그러했던 김한근 감독은가장 가까이서 오랜 세월 동안 지켜보았던 타격의 달인 장효조의 예를 들어가며 야구선수의 재질과 그 원천이 되는 야구선수의 신체적 힘에 관하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故 장효조

 

원래 부산 태생인 장효조는 어린 시절 대구 이주 후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고대구중학교를 거쳐 대구상고에 진학하면서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게 되는 선수로 발돋음 하였다고교 2학년 재학 시절대통령배와 봉황대기그리고 황금사자기 등의 메이저급 고교야구대회를 대구상고가 연달아 석권하는데 주역으로 활약하면서 두 개 대회의 타격왕에 5할이 가까운 타율로 올랐고고교 재학 시절을 통틀어 다섯 번의 타격왕을 거머 쥐었다.

1975년 한양대 진학 이후 거의 모든 대회의 타격상을 휩쓸었는데특히 1976년 우리나라 성인 야구팀들이 모두 출전하며 프로야구 출범 이전의 가장 큰 권위를 자랑했던 백호기대회에서는 7할이 넘는 경이로운 타율로 타격왕을 차지하였고그 해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되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해에는 당 해 우리나라에서 개최되었던 세계야구선수권대회의 출전으로 아마추어 자격을 유지하기 위하여 당시의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원년 참가를 못하고 1983년 시즌에 삼성라이언즈의 프로선수로 데뷰 시즌을 치른 후 0.369의 타율로 데뷰 시즌 타격왕이 되었다. 1992년의 시즌이 끝난 후 은퇴하기까지 10 시즌을 거치며 그가 세운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통산타율(0.331) 3년 연속의 타격왕 등극(1985~1987)은 아직도 역대 최고의 기록으로 남아 있으며그 밖에도 통산 네 번의 타격왕과 6번의 출루율 1그리고 통산 1,009개의 안타를 기록하였다야구선수로는 상대적으로 작은 체격(170cm/70kg)을 지녔지만수비의 보직이었던 외야수로서 보살에 능했던 강견의 소유자였고그에 따른 힘과 스피드정확성수비력과 근성까지 갖췄던흔히 말하는 야구의 5(Five Tools)을 모두 가지고 있던 선수로 회자된다수치 상의 기록은 없지만장효조의 배트 스피드는 아직도 우리나라의 모든 야구선수들 중 가장 빨랐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장효조가 치지 않는 공은 모두 볼이라고 까지 하는 말이 있을 정도로 탁월한 선구안까지 가지고 있었다천부적인 자질을 가지고 타격 시 상대하는 투수들의 공을 자신의 몸에 가장 가까이 붙여 놓고 빠른 배트 스피드로 휘둘러 야구장의 좌 우측 어디든 자유자재로 타구를 보내는 그의 부챗살 타법그에게 안타 제조기 혹은 타격 기계라는 별명까지 안겨 주었다.

 

장효조 연도별 성적 - KBO

 

 

그날의 대화에서김한근 감독은 야구선수의 최고 재질로바로 선수 자신이 가진 신체의 힘을 꼽았다투수로서 빠르고 강한 공을 뿌릴 수 있는 것도타자로서 빠른 배트 스피드를 이용하여 공을 쳐낼 수 있는 것도주루 시나 수비 시에 활용되는 빠른 주력과 스피드도 모두 신체적인 힘의 우위에서 나온다는 지론이었다그의 오랜 친구였던 장효조는 체구가 작은 선수였지만자신보다 체구가 훨씬 큰 다른 선수들을 모두 압도하는 신체의 힘을 소유했었다고 한다그런데 놀랍고도 인상적이었던 것은장효조는 이미 고교 시절이었던 1970년 대 초반부터 개인훈련의 과정에 지금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도입했었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고등학교 엘리트 야구에서 조차 필수적이고 당연시 되는 훈련 프로그램의 개념이지만우리나라 야구계에 훈련과정의 일환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이 도입되었던 시기는, 1990년 대 초반 무렵당시 LG트윈스의 감독으로 이른 바 자율야구 혹은 신바람 야구를 이끌었던 이광환감독이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카디널스에서의 코치 연수 경험을 바탕으로 도입하여 야구선수들의 피지컬 트레이닝에 대한 개념을 한 단계 진전 시키면서부터 시작이 되었다지금 돌이켜 보면 전혀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개념이었지만그 이전, 1970년 대와 1980년 대의 우리나라 야구계는 물론이고 축구계까지 선수들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절대 안된다 라는 비과학적인 개념이 지배했던 시기가 있었다웨이트 트레이닝을 단지 전문적인 보디빌더들이 근육을 키우는 개념만으로 이해하여 야구나 축구 선수들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근육이 굳어져서 유연성을 잃고 경기력에 해가 된다는 미신적인 속설이 있었다그런데 장효조는 이미 고교시절부터 흔히 우리가 역기라고 부르던 기구를 활용하여 자신의 힘을 키우는 것에 주력했었다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하여 연구하고 노력했는지를 말 해주고 있다.

 

자신의 자질을 개발하기 위하여 노력했던 선수들의 예는 비단 장효조뿐만 아니라다른 선수들에게서도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나이 마흔이 넘은 지금까지도 미국의 메이저리그에서 현역 선수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의 전설적인 야구선수 스즈키 이치로가 동체시력을 향상 시키기 위하여 평소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번호판을 보며 외우려 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그는 자신의 시력을 보호하기 위하여 TV 시청은 물론게임이나 휴대폰의 사용 조차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야구선수에게 눈이란 생명과도 같은 신체 기능의 요소이다.

 

비슷한 예는 축구에도 있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일본을 3위로 입상 시키며 7골로 대회 득점왕이 되었던 가마모토 구니시케라는 선수가 있었다우리나라의 차범근 보다 한 세대 정도 위의 세대에서 존재했던 선수였는데아직도 일본 축구대표팀 A매치 역사상 80골로 최다 골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최고의 축구 스타플레이어 중 한 명이었다.

어린 시절의 가마모토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그의 왼발에 의한 킥과 기술의 구사였다오른 발 잡이였던 그는 언제나 자신의 왼발이 오른 발만큼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고그러한 왼발을 좀 더 잘 사용하기 위하여 평소의 훈련 때도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여 왼발의 킥과 기술을 연마하였으나 노력만큼 왼발의 기술이 늘지 않아 많은 고민을 하였다그런데 어느 날의학 관련 서적을 읽던 중 우연히도 사람의 인체 중 오른 쪽은 왼편의 뇌가 그 활동을 지배하고 왼쪽의 신체는 오른 편 뇌의 활동으로 지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그 날 이후 가마모토는 밥을 먹을 때도글씨를 쓸 때도 모두 왼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왼쪽의 신체를 조정하는 오른 뇌의 기능을 향상 시키면 왼발의 기능 또한 자연스럽게 향상될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과학적 근거로부터 출발한 행동이었다.

가마모토는 또한 평소 버스나 전철을 이용할 때도 절대로 자리에 앉거나 손잡이를 잡지 않았었다 한다오로지 양쪽 발로 중심을 잡으며 신체의 밸런스를 잡는 감각을 훈련 시간에서 뿐만 아니라 평소의 생활에서도 향상시키려 했었던 노력의 일환이었다.

 

시대와 종목을 막론하고스포츠의 어느 분야에서든 최고의 수준에 도달했던 선수들은 몇 가지 공통된 개념들을 가지고 있다한 가지는 기존의 상식과 통념에 얽매여서 자신의 훈련 방식과 한계를 설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이고또 다른 한 가지는 훈련의 시간뿐만 아니라 모든 일상의 시간에서 이루어지는 행동들 조차도 훈련의 일종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LA다저스 시절의 박찬호가 마이너리그로 강등된 후 취했던 대표적인 행동은 숙소와 야구장을 오갈 때 차량을 전혀 이용하지 않고 오로지 런닝으로 오가며 하체의 힘을 강화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는 흔히스포츠 선수들에게 요구되는 신체적인 재질스피드와 민첩성힘과 유연성 등의 모든 신체적 행동의 요소들을 태어날 때부터 부모에게서 부여 받아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맞는 말이지만 달리 보면 틀린 말이기도 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스포츠 종목의 선수들이자신의 훈련과 그 프로그램의 실행에 있어단지 기술을 배양하는 데에만 할애를 하고 있는 것인지아니면 위에서 예를 들었던 최고 수준까지 도달했던 선수들 처럼일상에서 조차도 자신의 신체적 기능을 향상 시키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를 권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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