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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함께여도 좋아, “모터스포츠는 모든 남자의 로망이잖아요.”
20년째 함께여도 좋아, “모터스포츠는 모든 남자의 로망이잖아요.”
  • 신재영 기자
  • 승인 2017.10.30 22:48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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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엔진 소리에 왠지 모를 쾌감을 느끼고, 기름 냄새와 타이어 냄새에 중독되어 서킷을 떠나지 못하는 남자가 한 명 있다.

 

드라이빙과 스피드를 놓지 못하는 천생 드라이버 서한-퍼플모터스포트 블루팀의 김종겸이다.

 

그리드워크 당시 서한-퍼플모터스포트 블루팀의 모습 (왼쪽부터 장현진, 김종겸, 권봄이)

 

▶ 천생연분 모터스포츠, 언제부터 인연이 시작되었는지 궁금하다.

 

“저희 아버지(김영관 드라이버)께서 제가 다섯 살 때부터 취미로 레이스를 시작하셨어요. 원래 직업은 자동차 회사 연구원이신데 독일로 출장을 가신 적이 있어요. 그때 처음으로 모터스포츠를 접하시곤 한국으로 돌아와 레이스를 시작하셨어요. 그렇게 다섯 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경기장도 가고, 아버지 경기도 보다 보니 자연스레 접하게 됐어요.”

 

김종겸 또한 대부분 운동선수들의 시작과 같았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모터스포츠에 첫 발을 내딛게 된 김종겸은 동생 김학겸과 함께 입문하며 아버지의 주 무대였던 서킷을 본인의 무대로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서킷이 에버랜드 밖에 없었는데 이 안에 카트장이 있었어요. 아버지께서 카트를 한 번 타보라고 권유를 해 주셔서 탔는데 카트 팀 단장님이 “시합 한 번 나가 볼 래?”라고 하셔서 그때 처음 데뷔를 하게 됐어요. 동생도 그때 같이 입문을 해서 삼부자 모두 카레이서가 됐죠.”

 

하지만 마냥 카레이싱이 좋았던 것은 아니라는 김종겸은

 

“개인적으로 소리 큰 걸 싫어하고 무서워해요. 어린 나이에 처음 카트를 딱 탔는데 소리가 너무 시끄러웠어요. 그래서 ‘이걸 왜 타지?’ 싶었죠. 직접 운전해서 달리는 건 좋았지만 기름 냄새, 타이어 냄새 그런 것들이 싫더라고요. 그래서 학겸이는 몇 년 간 쉬었어요. 저도 같이 쉴까 했는 데 타면 탈수록 남들이 하지 않는 걸 하니까 신선하다는 느낌도 들고 또 제가 워낙 차를 좋아해서 직접 운전하는 그 재미를 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유별난 카트 사랑은 굉음조차 막을 수 없었다. 싫어하던 것도 극복하고자 노력할 정도로 레이싱에 애정이 넘쳤던 어린 김종겸을 보며 아버지 김영관 드라이버가 해결사로 나섰다.

 

“아버지께서 귀마개를 껴보라고 권해주셔서 끼고 타봤어요. 그랬더니 제가 소리에 신경을 안 뺏기고 드라이빙에 집중 할 수 있더라고요. 스피드도 전보다 훨씬 더 많이 나서 재밌었고요.”

 

그렇게 일곱 살 때부터 시작된 서킷과의 인연을 20년 째 유지 중인 김종겸은 아직까지도 경기장에 들어서면 기분 좋은 설렘을 느낀다고 했다.

 

“이게 중독이에요. 자동차는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잖아요. 그래서 경기장에서 엔진 소리, 특유의 냄새 이런 것들을 한 번 경험하면 빠져나올 수가 없어요. 그리고 막상 제가 시합에 딱 들어가기 위해서 차를 타면 나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 되잖아요? 그때 승부욕이 발동되는데 이러한 점들이 매력이 아닌가 생각해요.”

 

모터스포츠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던 김종겸에게 다가온 변화의 시간. 그건 바로 참가하던 대회의 변화와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자 잠시 비워둔 서한-퍼플모터스포트 블루팀의 3번 자리이다.

 

 

▶변화의 시작,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게 됐다.

 

“국내 프로 대회가 슈퍼레이스랑 KSF(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 두 개였어요. 저희는 원래 KSF에 나가던 팀이었는데 제가 군대 가 있는 사이 저희가 출전하던 클래스가 없어졌어요. 그래서 자연스레 시합을 옮기면서 슈퍼레이스로 합류하게 됐죠.”

 

당시 김종겸은 2007 코리아 GT 챔피언십 포뮬러 1800 클래스 챔피언에 오르며 신흥강호로 이름을 떨쳤다.

 

이후

- 2009년 올레 KT 카트 페스티벌 로탁스맥스 클래스 1위,

- 2010년 코리아 모터스포츠 그랜드 페스티벌 G-쿠페 클래스 2위,

- 2013년 제 8회 한국모터스포츠 어워즈 신인상,

- 2014년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 제너시스 쿠페 챔피언십 10클래스 종합 2위,

- 2015년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 1전 제네시스 쿠페 챔피언십 10클래스 3위 

등을 수상하던 중 잠시 국방의 의무를 위해 2년여 서킷을 떠난 김종겸은 올해 2월 군복무를 마치고 병장 김종겸이 아닌 드라이버 김종겸으로 돌아와 새 시즌을 맞이하고 있었다.

 

“사실 국내에서 드라이버가 군대를 갔다 와서 성공한 케이스가 없어요. 다들 군대 가기 전과는 다르게 성적도 부진하고, 경기에 대한 감도 많이 떨어지고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반해 저는 복귀할 당시 팀에서 지원도 많이 해주고, 감각 되살리는데 힘을 많이 써주셨어요.”

 

2년이라는 시간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게끔 보이고 싶었다. 어느 누가 봐도 ‘전보다 실력이 못하네,’가 아닌 ‘전보다 더 잘하네.’라는 소리가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회사와 팀 모두 그를 전폭 지원했다. 하지만 그가 느끼는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짧다면 짧겠지만 저한테는 무척이나 긴 시간이었거든요. 회사에서도, 팀에서도 기대하는 게 있다 보니 부담스러웠죠.”

 

제대와 동시에 복귀를 준비하다 보니 부담도, 신경 쓸 일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2년 동안 떨어진 경기감도 찾아야 했고, 팀에도 녹아 들어야 했기에 정신없이 바쁘게 시즌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는 4월 16일 개막전인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ASA GT1클래스 3위를 기록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사실 개막전 포디움(경기에서 입상한 선수들이 오르는 시상대)에 못 올랐어요. 시합 끝나고 공식결과가 바뀌면서 실질적으로 포디움에 올라가서 세리머니는 못했지만 3위에는 이름을 올렸죠. 올 시즌 첫 스타트를 잘 한 것 같아서 당시에는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단지 서한-퍼플모터스포트 레드팀 선수가 패널티를 받으면서 제가 올라가게 돼서 그 부분이 아쉬웠어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브로맨스를 보여주는 김종겸, 장현진

 

▶ 아쉬움도 잠시, 생일을 앞두고 6라운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난 9월 1일부터 3일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6라운드 ASA GT1클래스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전에도 김종겸은 비슷한 시기에 좋은 성적을 거둬 내심 6라운드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제가 처음 서한으로 온 2013년도에도 KSF 6전 제네시스 쿠페 챔피언십 10클래스 1위를 했었는데 그때도 생일 전 주에 우승을 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기대가 많이 됐죠. 물론 기대하는 것만큼 스스로 준비도 더 많이 했고요. 이번 경기도 마침 생일 일주일 전이더라고요. 열심히 했는데 결과도 좋게 나와서 생일 선물 받은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관심으로 보다 더 철저히 준비했던 복귀 시즌이었기에 더 기뻤을 것이다. 더군다나 경기 직후 다가온 본인의 생일마저 한 몫 하며 더할 나위 없는 한 주를 보냈다. 성공적인 복귀와 더불어 6라운드 ASA GT1클래스 우승으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게 된 김종겸은 마지막까지 좋은 경기를 보이고자 마음을 다 잡았다

 

 

▶ 2007 코리아 GT 챔피언십 포뮬러 1800 클래스 종합우승 이후 다시 한 번 챔피언십 경쟁을 하게 됐다.

 

“부담이라고 하면 부담이겠지만 프로니까 이런 것들조차도 다 즐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이렇게 치열하게 챔피언십 경쟁을 한 게 10년만이에요. 2007년도 포뮬러 종합우승 당시에는 입문하는 선수들끼리 경쟁을 한 거라서 프로로 치열한 경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생각해요.”

 

서킷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치열한 순위권 싸움을 펼치는 드라이버들에게 평정심은 필수다. 더불어 본인만의 필승전략이 있다면 서킷 내에서 무서울 게 있을까?

 

“GT1 클래스 선수들 모두 실력이 정말 출중해요. 결과만 봐도 매 라운드 우승자가 바뀔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데, 그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제가 예선에 정말 강하다는 걸 꼽고 싶어요. 저는 군대 가기 전부터 예선은 정말 강한 편이어서 그게 저한테는 강점이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제 강점을 살려 흐름을 이어 간다는 게 기분 좋은 것 같아요.”

 

본인의 강점을 살려 레이스에 임한 덕분일까 현재 GT1 클래스 1위, 챔피언십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김종겸은 겸손했지만 자신감 넘쳤다.

 

“7라운드에 앞서 공식연습을 했어요. 그런데 포인트 싸움하고 있는 팀 메이트 장현진 선수(서한퍼플모터스포트 블루팀)와 비교했을 때 랩타임이 많이 떨어졌었어요. 미처 원인을 찾지 못하고 경기에 들어 가다 보니 공식연습 때 문제가 있었던 것들을 기준으로 예상하고 수정했죠. 그런데 그게 잘 맞아 떨어졌어요. 덕분에 챔피언십 포인트 싸움을 하고 있는 선수랑도 포인트가 조금 더 벌어져서 7라운드 경기는 무리하지 않고 안전하게 경기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7라운드에서 코스레코드(레이싱 코스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린 가장 빠른 시간)를 기록하고, 시즌 3번째 폴 포지션(공식 예선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의 차량에 부여되는 결승 맨 앞 그리드)을 잡은 김종겸은 순위권에 변화가 많은 GT1클래스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며 지난 10월 29일 시즌 3승을 거두고 137점으로 GT 클래스를 평정했다.

 

GT 더블 챔피언이 된 김종겸

 

▶ 137점으로 GT 더블 챔피언에 등극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 예선부터 결승까지 1위와 더불어 시즌 챔프, 팀 챔피언 자리를 차지하게 돼서 기뻐요. 제 복귀에 힘 써 주신 서한그룹, 퍼플 모터스포트, 스폰서 그리고 가족들까지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싶어요. 이번 우승과 챔피언은 이 모든 분들이 아니었더라면 힘들었을 거예요. 이곳에 언급한 분들 그리고 저희 팀 선수 및 스텝들과 이 영광을 나누고 싶어요.”

 

완벽한 복귀 신고를 마친 김종겸은 내년 4월 개막을 기약하며 휴식기에 접어든다.

 

 

▶ 시즌이 모두 끝났다.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되는 지 궁금하다.

 

“거의 다섯 달 정도를 쉬는 거니까 시뮬레이터로 연습하면서 감각 유지에 신경 써요. 차를 좋아하고, 달리는 걸 좋아하는 데 겨울 동안은 못하니까 그걸 통해서 연습도 하고, 게임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그 외적으로는 인스트럭터 활동을 해요. 메이커들이 신차가 나오거나 고성능 차가 출시되면 알려줘요. 그러면 저는 그걸 오너들한테 서킷에서 드라이빙 하는 법을 알려주는 데 일종의 강사랑 비슷하다고 보시면 돼요. 현재 기흥 인터내셔널이라는 맥라렌과 에스터마틴을 수입하는 곳에서도 인스트럭터로 활동 중이에요.”

 

휴식기에도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놓지 않고 활동을 하는 김종겸의 모습에서 모터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흘러 넘침을 알 수 있었다.

 

다른 스포츠들의 경우 시즌이 끝나면 이적 시장에 돌입하거나 짧은 휴가 후 동계훈련을 떠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터스포츠는 달랐다. 아니, 서한-퍼플모터스포트는 달랐다.

 

“보통 시즌이 끝나면 개인적으로 몸을 만들기도 하고, 선수들은 계약 및 이적 관련해 고민을 하기도 하고, 팀은 내년 규정에 맞게 차를 만들기도 해요. 저희 팀 또한 마찬가진데 저것 외에도 팀 오너 분과 함께 스키장을 가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 어떻게 보면 팀 오너와 시간을 보낸다는 거 자체가 어려울 수 있는데 저희 팀은 가족같이 지내는 걸 추구하는 편이라 매년 그렇게 하고 있어요. 아마 올 겨울에도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지난 해 보다 더 가족같이 단단해 질 서한-퍼플모터스포트의 겨울 그리고 내년 봄. 

내년 4월까지 너무 오랜 기간 동안 휴식기를 갖는 모터스포츠이지만 올해보다 더 많은 이의 가슴을 뛰게 할 엔진소리를 기약하며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다시 볼 김종겸과 서한-퍼플모터스포트팀 그리고 CJ 슈퍼레이스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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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2017-11-06 20:32:14
안녕하세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팬,팀,선수가 있는 모터스포츠팬입니다.
우선 기사 잘 읽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모터스포츠를 좋아하기에 인터뷰기사가 매우 반갑네요
선수에 대해 조금이나마 가까이할수있고 알아갈수있는 인터뷰라고 생각해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싶습니다.
모터스포츠가 요즘 점점 핫해지고있습니다.(개인적인생각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인터뷰를 포함한 파이널 경기에 대한 경기 분석,결과,그리드워크,피트워크,행사,이벤트에 대한 기사도 같이있으면 모터스포츠 팬으로써 굉장히 기분좋은 기사 될것같네요 앞으로도 좋은기사 기대하겠습니다.

오기 2017-11-01 21:25:07
기사 잘 읽었습니다^^

정우인 2017-10-31 21:42:27
내용이 좋아요

ㅎㅎ 2017-10-31 19:51:38
기사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

레이서 2017-10-31 17:29:12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