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로 돌아온 이승근 감독, 경희고는 ‘가능성 있는 선수’의 집합체.
모교로 돌아온 이승근 감독, 경희고는 ‘가능성 있는 선수’의 집합체.
  • 신재영 기자
  • 승인 2017.11.09 09: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66년을 시작으로 올해 창단 52주년을 맞고 있는 경희고등학교 축구부.

오랜 역사와 함께 살아 숨 쉬는 경희고등학교 축구부의 산증인으로 꼽히는 경희고등학교 축구부 수장 이승근 감독과의 만남을 가졌다.

 

경희고등학교 수장 이승근 감독

 

이승근 감독은 모교인 경희고등학교를 거쳐 대구FC, 일본 J2리그, 내셔널리그 한국철도(현 대전코레일) 등에서 선수로 활약하던 중 무릎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며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후 경희고등학교 코치를 거쳐 감독이 되기까지 길지 않은 시간을 거친 이승근 감독은 “성인 무대에 조금 더 오래 있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은 있었어요. 솔직히 지도자를 할 생각이 없었는데 전 감독님이신 변일우 팀 부장님께서 모교에 와서 아이들을 지도해보면 어떻겠냐고 말해주셨어요. 그렇게 은퇴하고 이틀 만에 경희고등학교 코치로 오게 됐죠.”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2008년 경희고등학교 축구부 코치로 첫발을 내디딘 이승근 감독(당시 코치)에게 현 경희고등학교 축구부 팀 부장을 맡고 있는 변일우 전 감독이 감독 자리를 제안했다. 2008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서울시 축구협회 회장직을 맡게 된 변일우 전 감독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을까 제자 이승근에게 감독 자리를 넘겨주었다. 이승근 감독이 경희고등학교 감독 자리에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2년이었다. 많이 고민됐을 것이다. 생각지도 못 한 일들이 순식간에 벌어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승근 감독은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그 결과 그때도, 지금도 고등학교 축구팀 감독 중 제일 젊은 감독으로 손꼽힌다. “처음 감독 부임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제가 제일 어린 것 같아요. 우연히 감독 자리에 올라 감독계의 막내로 지내고 있지만 어린 만큼 더 나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젊기 때문에 부족한 점도 많을 것이다. 10년을 경희고등학교 축구부와 함께하고 있지만 지도자로는 하루하루가 새로울 테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이승근 감독의 은사이자 전 감독인 변일우 팀 부장은 그가 못 해내는 부분에 대한 조언과 도움을 끊임없이 주며 제자 이승근을 감독 이승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도왔다.

 

이러한 조언으로 경희고등학교만의 팀 컬러를 만들어나가던 이승근 감독은 7월 24일부터 8월 4일 김해시 일원에서 열린 제55회 청룡기 전국고등학교 축구대회에서 우승을 맛봤다. “기분은 당연히 좋았죠. 제가 팀에 들어온 지 10년 정도 됐는데 각종 서울시 대회는 우승도 많이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전국 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어요.” 10년 만에 거머쥔 전국 대회 우승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됐다.

 

하지만 이승근 감독은 대회 우승도 물론 좋지만, 선수들이 경기 성적에 연연하지 않기를 바랐다. “제가 선수들한테 제일 많이 심어주는 부분이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 거예요. 성적 물론 중요하죠. 그렇지만 저는 그것보다는 아이들이 진짜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해요. (장)현수가 1학년 때 제가 경희고 코치로 처음 왔어요. 그때도 학교에 괜찮은 선수가 많았는데 그때도 아이들이 2:0 혹은 3:0으로 이기고 있으면 느슨해지고, 반대로 2:0, 3:0으로 지고 있으면 포기하는 선수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그러한 부분들을 바꿔주고 싶었어요.” 쉽게 자만하거나 포기하여 경기를 망치는 것보다 결과가 어떠하든 선수들이 그저 축구를 즐기며 하길 바랐던 이승근 감독은 선수단의 미래뿐 아니라 학부모의 입장도 헤아릴 줄 아는 지도자였다.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꿈을 위해 열심히 회비 벌어다가 주시는 데 경기장 안에서 나태한 모습을 보이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이들이 경기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축구를 즐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이승근 감독의 마인드를 닮아 본인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경희고등학교 졸업생 중 ‘경희고’하면 딱 떠오르는 선수가 있다. 바로 FC 도쿄 소속의 장현수이다. 국가대표로도 활동 중인 장현수는 경희고등학교 축구부 선수들의 롤 모델이다. 그러나 장현수 이후에는 잠시 주춤하고 있는 경희고등학교의 현 상황에 대해 이승근 감독은 “(장)현수 이후에는 조금 주춤하기는 하죠. 그런데 저희 학교가 프로팀, 내셔널리그 합쳐서 적어도 20명 정도의 선수를 배출하고 있는 곳 중 한 곳이에요. 워낙 현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아서 다른 선수들이 거기에 조금 묻히지 않았나 싶어요. 현수 동기로는 광주FC 송승민, 안산그리너스FC 유연승, 인천유나이티드FC 곽해성이 있고, 후배로는 서울이랜드FC 감한솔, 아산무궁화프로축구단 구대영이 있어요.” 국가대표 장현수도 물론 자랑스러운 제자이긴 하나 여전히 묵묵히 자신들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는 선수들 또한 자랑스럽다는 이승근 감독은 “현수만큼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는 힘들겠지만 앞서 언급한 선수들 그리고 경희고 출신의 선수들이 지금보다 더 빛을 발휘해서 좋은 소식이 많이 들리면 좋겠어요.”라며 제자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경기 시작 전 승리를 다짐하는 경희고등학교 축구부

 

사회로 나간 선수들뿐 아니다. 현재 학교에서 성장 중인 선수들에 대한 애정 또한 넘치는 이승근 감독은 누군가 경희고등학교 축구부 선수에 관해 묻는다면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에요. 그래서 가능성이 있다고 표현하는 거죠. 그런 친구들로 하여금 잠재된 무언가를 끄집어내 준다면 또 다른 경희고등학교를 대표하는 선수가 탄생하게 될 거라고 봐요.” 그들의 가능성을 끄집어 내주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한다는 이승근 감독은 “뭐든지 ‘함께’하는 편이에요. 학부모님들, 코치진들, 감독인 저 그리고 선수단 이렇게 항상 ‘다 같이’라는 말을 많이 써요. 공동체 생활이다 보니 청소나 빨래 등 후배들을 시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선·후배 사이의 무언가를 없애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내가’라는 마인드를 심어주면서 어우러져 생활하는 법을 깨우칠 수 있도록 노력 중이에요.”라며 솔선수범의 자세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더불어 ‘다 같이’라는 말 속에 담긴 ‘팀워크’의 중요성 또한 느낄 수 있었다.

 

그 덕분에 경희고등학교는 2009년을 시작으로 리그 대회 3회 우승, 2016 대교눈높이 전반기 전국 고등 축구리그 왕중왕전 2위를 차지하며 9년 동안 한 번도 왕중왕전을 못 나간 적이 없었다. 준우승도 많이 하고, 쟁쟁한 경기에서는 최소 3위까지 이름을 올렸던 경희고등학교였기에 웬만한 서울팀들과의 경기는 두렵지 않음을 밝혔다. 그중 언남고등학교 축구부와 자주 만나는 경희고등학교는 “다른 팀들도 잘하지만 언남고등학교가 워낙 잘하는 팀이다 보니 매번 결승에서 만나면 선수들이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트라우마를 깨려고 노력 중이에요. 다른 팀에서 보면 저희가 언남고등학교를 싫어한다고 생각하시던데 싫어하지 않아요. 정말 부러운 팀이죠. 항상 이기고 싶은 팀이고, 배우고 싶은 팀이에요. 코치 거쳐 감독 자리에 오르신 최승호 감독님에게도, 전 감독님이셨던 정종선 팀 부장님께도 배울 점 많은 팀이라고 생각해요.” 경쟁 팀임에도 불구하고 배우고 싶은 게 많은 팀이고, 앞으로 경기장에서 만났을 때 꼭 이기고 싶은 팀으로 꼽았다.

 

2017년이 끝나가는 지금, 경희고등학교는 벌써 내년 시즌에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제55회 청룡기 전국고등학교 축구대회 당시 현 2학년 선수들 4~5명이 베스트 라인업에 들어갔었다. 그로 인해 우승을 품에 안게 된 경희고등학교였기에 내년 시즌 3학년들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한테 최대한 부담감을 안 주려고 해요. 그런 부담감은 저를 포함한 코치진 그리고 학교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10년째 경희고등학교와 함께 하면서 느낀 건 아이들이 경기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 덜어줬을 때 자신들의 플레이가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다른 것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것만을 요구하고 있어요. 우리 선수들이 잘할 수 있는 경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돕는다면 내년 시즌도 ‘경희고등학교’를 다시 한 번 알리는 기회를 갖지 않을까 생각해요.”

 

대부분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시 한다. 축구경기를 봄에 있어서도 어떤 선수가 어시스트를 했는지 보다 누가 골을 넣었는지가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이승근 감독은 ‘결과’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감독이었다. 성적보다는 재밌는 축구, 본인들이 하고 싶은 축구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경기장 안이든 밖이든 ‘함께의 가치’를 실현하며 경희고등학교 축구부로 하여금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비록 이번 시즌 리그 2위에 머물며 마무리했지만 다가오는 2018 시즌에는 더 진해진 ‘경희고등학교’만의 색과 함께 리그 정상 탈환을 꿈꿔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