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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여준석, “팀에서 믿고 맡기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김동현&여준석, “팀에서 믿고 맡기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 신재영 기자
  • 승인 2017.12.02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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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용산중학교는 6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농구 명문이라는 명성을 되찾았다. 주춤하던 용산중학교에 힘을 실어준 것은 바로 미국 유학 후 한국으로 돌아온 김동현과 올해 4월 용산중학교로 전학을 온 여준석이었다. 둘은 만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팀 메이트였지만 누구보다 잘 맞는 팀 메이트이기도 했다.

 

두 사람이 이토록 잘 맞았던 것은 농구인 출신의 아버지 그리고 형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 김동현과 여준석은 농구인 집안의 아들로 유명하다. 김동현은 현 안양 KGC 인삼공사 감독 김승기의 차남, 여준석은 동아고-고려대 출신 선수였던 여경익의 차남이다. 공통점이 많은 두 차남이지만 농구코트에 입성하게 된 계기만큼은 달랐다.

 

용산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두 사람(왼쪽부터 여준석, 김동현)

 

*-여준석-김동현

여 : 아버지(여경익)도 농구선수 출신이시기도 하고, 저희 형(여준형)도 농구를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아버지 선수 시절 영상 같은 것들을 찾아보면서 농구에 흥미를 느꼈는데 형이 농구를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시작하게 됐어요.

 

김 : 저도 준석이네처럼 아버지(김승기)랑 형(김진모)이 농구 인이세요.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저 같은 경우에는 아버지께서 농구를 권해주셨어요. 처음에는 아버지랑 형이랑 노는 거로 생각하고 따라갔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농구선수의 꿈을 키우게 됐어요.”

 

농구의 매력에 빠져 지낸 지 언 5년 차 그동안 김동현은 농구의 본고장인 미국에 다녀왔고, 여준석은 NBA에서 아시아 유망주를 대상으로 진행한 아시아 퍼시픽 캠프에 참가했다.

 

“김 : 아무래도 피지컬이나 힘 그런 부분에서는 그 친구들과 같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대신에 기본기가 탄탄하게 돼 있어서 미국에 있을 때 제가 주 득점왕을 차지하고 그랬어요.

 

여 : 한국에서 중학교 3학년은 저 포함해서 3명만 아시아 퍼시픽 캠프에 참가했어요. 아무래도 저희를 제외하고는 전부 고등학생이니까 피지컬적인 면에서 남다른 포스 같은 걸 느낄 수 있었어요. 특히 호주 선수들이 제일 눈에 띄더라고요.”

 

두 사람은 각국의 새로운 이들과 만나며 평소 가졌던 궁금증을 해소함과 동시에 폭넓은 경험으로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났다.

 

“여 : NBA 코치님들의 티칭 스타일은 어떨까 궁금했어요. 그런데 막상 배워보니 다 비슷한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패턴은 달랐어요. 캠프를 통해 이전에 배우던 전술과는 조금 다른 유형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신선하기도 했고, 남들과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김 : 저는 미국에서 친구들이랑 자유롭게 5:5 게임을 하면서 얻는 것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같이 게임을 하는 친구가 드리블을 잘하면 그 친구를 통해 드리블 스킬을 전수받는다든지 혹은 제가 그 친구의 플레이 스타일을 보고 따라 해본다든지 하면서 저만의 것을 만들어 나간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남들과는 다른 경험으로 자신의 장‧단점을 확실히 파악하고 있던 두 사람은 최근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고자 노력 중임을 밝혔다.

 

“김 : 슈팅가드다 보니까 슈팅에 대한 자신감이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반면에 단점은 감정 기복이 심한 거요. 경기에 따라 플레이가 확 올라왔다가 떨어졌다가 해서 컨트롤 하는 걸 연습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왼손이 약해요, 그래서 양손 다 사용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자 노력 중이에요.

 

여 : 키가 크니까 속공을 띄워줄 수 있는 거랑 팀 동료들이 슈팅 찬스에 편하게 슈팅할 수 있게 리바운드를 잘 잡아주는 게 제 장점인 것 같아요. 단점으로는 동현이와 마찬가지로 왼손과 체력이라고 생각하고 최근에는 이 둘에 초점을 맞춰 훈련하고 있어요.”

 

본인의 장‧단점을 이야기해달라는 말에 놀란 토끼 눈처럼 쳐다보던 두 사람이었지만 상대방에 대한 칭찬에는 거침없었다.

 

“여 : 동현이는 한 방이 있는 친군 것 같아요. 이 친구가 슛이나 이런 거 할 때 넣어주면 저희는 조금 편하게 시합에 임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 친구의 그 한 방이 너무 닮고 싶은 부분이에요.

 

김 : 자랑할 게 많은데…우선 (키가) 2m가 넘는 데 반해 슛이라든가, 드리블 등이 좋아요. 다른 팀 가드보다 더 잘하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제일 부러운 건 본인이 속공을 띄워서 해결하는 거예요.”

 

서로의 닮고 싶은 점을 이야기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영락없는 사춘기 소년들의 모습이 보였다. 농구선수 김동현과 여준석이 아닌 중학교 3학년 김동현과 여준석이었다. 가족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김 : 저희 집은 어머니께서 꼭 와주세요. 서울에서 열리는 경기 같은 경우에는 거의 다 와주시고, 지방에서 경기가 있을 때는 가끔 오시긴 하는데 그래도 참 감사하죠. 아버지는 팀이 있으시니까 자주는 못 오시지만 그래도 시간 날 때 꼭 오셔서 보고 가세요. 그러곤 딱 한 마디 하시고 가시죠. ‘자세 낮춰라’ 아직 잘 안 고쳐지긴 하는 데 노력 중이에요.

 

여 : 아버지가 회사 일을 하시면서도 경기가 있으면 빠지지 않고 와주시려고 노력하세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참 감사하죠. 경기장을 찾아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늘 피드백도 해주세요. 제가 혹시 기분이 안 좋게 경기를 마무리하면 기분 풀어주시려고 노력도 하시고, 평소에는 경기에서 제가 놓친 부분들 혹은 문제점 등을 체크해서 말씀해주세요.”

 

가족들의 애정 덕분일까, 두 사람은 지난 7월 상주에서 펼쳐진 제72회 전국 종별 농구 선수권 대회 결승전에서 ‘여준석 44점 31리바운드, 김동현 17점 8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중등부 평정에 이바지했다. 사실 고된 훈련으로 각자 집에서 쉬기 바빴던 용산중 농구부에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고 했다.

 

“(종별 결승)경기 전날 저희끼리 유니폼을 동그랗게 모아두고 ‘내일 경기 이기게 해주세요. 그러면서 기도를 했어요. 그런데 (박)건태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목사님처럼 막 설교를 하더라고요. 너무 웃겨서 기도는 흐지부지되고 건태 재롱만 봤는데 다음날 저희가 우승을 한 거예요.”

 

가장 중요한 시기를 함께 한 세 사람(왼쪽부터 여준석, 박민재 코치, 김동현)

 

16살 사춘기 소년들의 간절함이 묻어나는 에피소드였다. 비록 기도를 다 끝마치지는 못했지만 결승전의 압박 대신 팀워크로 똘똘 뭉치며 농구 명문의 건재함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하지만 그 신호탄을 쏘아 올린 선수들은 내년 시즌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다. 익숙하던 박민재 코치의 품을 떠나 용산고등학교에서 새 둥지를 틀 김동현과 여준석은 “아직 실감은 그렇게 많이 안 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친했던 동생들이 용산중에 많이 남아있으니까 가끔 서로 얼굴도 보고 그럴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잦은 방문을 예고했다.

 

비록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 모든 게 다 새로운 시즌이긴 하지만 바로 옆에 위치한 덕에 언제든지 오갈 수 있다는 점이 그들은 편안하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은 신입생임에도 불구하고 “팀이 전관왕 할 수 있게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내년 시즌 용산고의 밝은 내일이 되고자 했다.

 

유망주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분야에서 발전될 가망이 많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김동현과 여준석은 ‘유망주’로 불리기보다는 팀의 대체 불가 선수로 자리매김하고자 했다.

 

“형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게 노력할 거예요.”

 

앞으로 그들의 이름 앞에 유망주라는 말 대신 팀의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로 불리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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