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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길 찾아다니는 박민재 감독, “왜 농구 명문인지 알게 하고파.”
힘든 길 찾아다니는 박민재 감독, “왜 농구 명문인지 알게 하고파.”
  • 신재영 기자
  • 승인 2017.12.02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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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용산구에 위치한 용산중학교는 농구 명문으로 불린다. 김국찬, 안영준, 허훈 등을 배출한 학교로 허훈의 아버지 허재 또한 용산중학교를 대표하는 농구인 중 한 명이다. 숱한 유망주를 프로로 진출시키며 ‘유망주 제조기’라 불리는 박민재 감독과의 만남을 가져보았다.

 

박민재 감독은 잦은 부상으로 인해 대학교 3학년 때 농구 코트를 떠났다. 당시 지도자에 관심을 가졌던 박민재 감독이지만 도움 받을 곳이 없어 회사를 다니며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다. 그렇게 선수가 아닌 평범한 회사원으로 사회에 적응해나가던 박민재 감독은 은사님으로부터 지도자 제의를 받게 됐다.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던 박민재 감독은 은사님의 제의를 수락했고, 현재까지 지도자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삼광초등학교 지도자 시절, 선수 수급의 어려움을 겪던 박민재 감독은 지인들에게 수소문해가며 선수 영입을 시도했다.

 

“지도자 처음 시작할 때 정말 힘들게 했었어요. 무작정 뛰었어요. 발품 팔고 다니며 아이들 교육법부터 선수 수급까지 안 한 게 없었던 것 같아요. 특히 허재(현 농구 국가대표 감독) 선배님께 첫째 (허)웅이만 농구 시키려고 하시는 걸 (허)훈이도 시키라고 설득하기도 했어요.”

 

야구나 축구에 비해 농구는 초등학교 때 생활체육이 아닌 엘리트로 시작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렇기에 선수 수급은 더욱더 힘들었다. 또한, 맨땅의 헤딩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쳤다던 박민재 감독은 “어려움도 물론 따르지만 디테일하게 가르칠 수 있어 좋았어요.”라고 말하며 삼광초등학교 지도자 시절을 떠올렸다. 반면 조금 더 나아진 환경이리라 생각했던 중학교는 의외의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초등학생들은 선수 개개인의 특성 파악이 쉬웠어요. 그런데 중학생들은 집에서 하는 모습과 학교에서 보이는 모습이 달라 어렵더라고요. 지금 또 한참 예민할 때다 보니까 무슨 사고를 칠지 몰라서 방과 후나 훈련이 없는 날이면 너무 불안해요.”

 

그도 그럴 것이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사춘기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숨 쉴 공간을 마련해주기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최선의 방향을 찾아가던 박민재 감독은 교류를 선택했다.

 

제72회 종별 농구 선수권 대회를 우승으로 이끈 주역(왼쪽부터 여준석, 박민재 감독, 김동현)

 

“용산중학교에서 지도자를 시작하고부터는 상담록을 작성하고 있어요. 한창 사춘기 겪을 아이들이다 보니 알아가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과 면담을 통해 운동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요. 물론 아이들뿐 아니라 학부모님과도 많은 대화를 하려고 하고요. 더불어 다른 학교 팀 지도자들과 대화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일방적인 가르침을 받았던 과거와 달리 수직적인 관계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요즘, 팀을 꾸려 나감에서도 남들과는 다른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저희가 ‘지적 노트’라는 걸 작성해요. 쉽게 말하면 오답 노트 같은 것인데 훈련을 하다 보면 저한테 지적받는 부분들을 작성하는 거예요. 그게 쌓이다 보면 일관되게 겹치는 분명히 나오게 돼 있어요. 그럼 그 부분을 개인 훈련 시간에 연습하는 거죠. 이렇게 하면서 일주일 혹은 이 주일에 한 번씩 공책을 걷어 선수 개개인 별로 피드백을 작성해주고 있어요. 이런 것처럼 다른 학교와 차별화를 둔다면 사람들은 ‘왜 이 학교가 농구 명문이라고 불리는지 알겠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용산중학교는 농구 명문으로의 재도약을 위해 반복 훈련 대신 몇 개의 프로그램을 갖고 이주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 번씩 바꿔가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것은 학부모님과 학교의 관심 때문이었다.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고 기다려준 이들을 위해 박민재 감독은 제72회 종별 농구 선수권 대회 우승으로 보답했다.

 

“용산중학교 부임한 첫해에도 종별 선수권 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뒀는데 6년 만에 똑같은 대회에서 우승했어요. 올해 큰 활약을 해줬던 (여)준석이나 (김)동현이는 이제 고등학교로 진학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초등학교에서 올라오는 친구들과 현재 1,2학년들의 합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한 팀을 만들기 위해서 스카우트에도 매진하고 있어요.”

 

팀을 꾸려나가는 것에 대한 걱정으로도 부족할 박민재 감독에게 더 큰 걱정거리가 있었다. 바로 농구가 단체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개인 운동으로 탈바꿈하는 것이었다.

 

”요즘 농구가 한 명의 스타플레이어와 네 명의 서브 선수로 경기를 해 나가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것들이 싫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농구는 다섯 명이 하는 종목이니 끈끈한 동료애를 다졌으면 좋겠다고 말해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처럼 잘하는 선수들은 잘한다고 거들먹거리기보다는 겸손한 자세로 동료들과 어울린다면 단체 속 개인이 나오는 일은 없을 거로 생각해요. “

 

박민재 감독은 다방면으로 고민에 고민을 더하며 더욱 더 나은 환경이 아이들에게 주어질 수 있게 힘썼다. 그 결과 ‘유망주 제조기’라는 별명을 얻으며 지도자로서 입지를 다져나갔다.

 

“아이들을 하도 관찰하다 보니까 장‧단점이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보여요. 그중에 잠재되어 있던 모습들을 끄집어 내주니까 성적도 잘 나오고 그랬던 게 아닌가 생각해요. (안)영준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167cm, (허)훈이가 152cm밖에 안 됐어요. 그때 작은 아이들 데리고 큰 애들을 이기려고 훈련을 하다 보니 진짜 힘들었거든요. 그러한 것들이 하나씩 쌓이면서 제 노하우가 된 것 같아요. 뭐 ‘유망주 제조기’라는 표현도 물론 감사하지만 과분하죠.”

 

약 십여 년 전 초‧중학교 시절을 박민재 감독과 함께했던 허훈은 2017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 1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안영준이 4순위, 김국찬이 5순위에 나란히 지명되며 박민재 감독을 미소 짓게 했다.

 

“이 친구들을 만나 이러한 소식을 듣게 되기까지 오십 퍼센트의 운과 오십 퍼센트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이 친구들은 제가 아닌 다른 지도자를 만났더라도 성공했을 친구들이지만 제 밑에서 농구를 배우게 됐으니 일단 상대가 누구든 피하기보다는 부딪혀보자는 마음을 갖게끔 만드는 걸 우선시했어요. 그래서 그걸 만들어주기 위해 다른 학교에 비해 체력훈련을 많이 했죠. 체력이 바탕이 되면 자신감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될 거라고 믿었거든요. 당시에는 힘들었을지 몰라도 그러한 것들이 선수들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 것 같아 기분 좋네요.”

 

용산중학교 선수단의 모습

 

첫 시작은 오십 퍼센트의 운과 오십 퍼센트의 노력으로 시작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백 퍼센트의 노력으로 용산중학교를 꾸려나가고 있는 박민재 감독은 내년 시즌에 대한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드러냈다.

 

“올해에 비해 내년은 조금 약한 느낌이 있어요. 센터에 있는 친구가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미래지향적인 친구예요. 키도 크고, 훈련도 열심히 따라오려고 하고 있고요. 아무래도 큰 친구들이 주축이 돼서 경기를 이끌어 가야 하는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다 보니까 합이 조금 안 맞아요. 그래서 불협화음을 조금 줄여나가는 걸 시작으로 내년 준비에 들어가려고 해요. 아이들도 공격적인 면에서는 본인들이 부족하다 느끼는지 수비를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포기하지 않고 무언가 하나라도 더 해보려고 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같이 분발해야겠다 싶었어요.”

 

부족하지만 그 부족함을 채워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이 오히려 부족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박민재 감독은 “아이들이 경기에 이기고 지고를 떠나 자신들이 준비한 플레이를 펼쳤나 그러지 못했나에 더 신경 썼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며 결과에 연연하는 선수가 아닌 과정 속 내가 해내지 못한 것들에 대해 더 생각하는 선수가 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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