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24-04-26 16:07 (금)
김진희 국가대표 감독 ··· “Stay Hungry, Stay Foolish”
김진희 국가대표 감독 ··· “Stay Hungry, Stay Foolish”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2.03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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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에 대한 후원 부족으로 힘들어··· 여자 정현 나와야”

Stay Hungry - 계속 갈망하라

Stay Foolish - 계속 무모하라

스티브잡스가 스탠퍼드 대학 연설 중 강조했던 말이다.

최근 한국 여자 테니스는 위기다. 정현이라는 특급에이스가 등장해 테니스 붐을 주도하고 있고 이덕희, 권순우, 홍성찬 등 세대교체에 성공하며 당당하게 데이비스컵 월드그룹을 노리고 있는 남자 팀과 달리 여자 테니스 팀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그래서일까. 인터뷰장에 들어오는 김진희(강원도청) 한국 여자테니스 국가대표팀 감독의 얼굴에도 살짝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른 김진희 감독은 한국 여자테니스의 문제에 대해서 조목조목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지적이 너무 신랄하고 정확해서 인터뷰 내내 기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것 밖에 없었다. 그녀는 인터뷰를 통해서 계속적으로 선수들에게 무언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 듯 했다.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만난 김진희 여자테니스 국가대표팀 감독

 

Q)정현의 성공으로 테니스계가 들떠있다.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

A) 내가 지도자이고 현이는 선수지만 이를 떠나서 너무 멋있고 존경스러웠다. 우리 때는 하지 못했던 것들을 더 어려운 상황에서 어린 선수가 해냈다는 것에서 존경심을 느끼고 대견하다고 느꼈다.

Q)한국 여자테니스가 침체되어 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A)모든 스포츠는 선투자 후에 성적이 나온다. 투자 없는 성적은 없다. 내가 선수로 뛰던 시절에 삼성, 한솔 등 테니스를 지원하는 기업이 많았다. 지금은 삼성이 정현만 후원을 할 뿐 팀은 없어졌다. 한솔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에 대한 후원이 절실하다.

Q)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달라.

A)현재 투어를 돌고 있는 선수는 사실상 장수정과 한나래 둘 뿐이다. 장수정도 처음에는 삼성에서 후원을 받다가 팀이 해체가 되면서 대구 사랑모아병원의 선생님께서 후원을 하셔서 투어를 돌고 있다. 대구사랑모아병원에 너무 감사한 일이다. 인천시청에서는 나래 이외에도 소라, 다빈이 같은 선수를 후원을 해주고 있다. 대기업이 뒷받침만 되면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올 것 같은데 너무 아쉽다.

Q)여자선수들도 주니어와 시니어의 차이가 심하다.

A)어렸을 때는 외국이나 우리나라나 피지컬에서 큰 차이가 없다. 그러다 성인이 되면서 차이가 많이 난다. 하지만 피지컬의 차이보다 선수들의 마인드의 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선수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을 가거나 실업팀을 가게 된다. 그런데 실업팀에 가면 월급이라는 것을 받는다. 월급이라는 것을 받으면서 선수들이 안주를 하는 것 같다. 안정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것은 좋은 혜택이지만 선수들은 싸워야 한다. 그런데 월급을 받는 것으로 인해서 해외무대에서 싸울 생각보다는 국내에서 안주하는 것을 택하는 선수들이 너무 많다.

Q)여자 선수들의 피지컬의 차이는 극복 가능하지 않나

A)맞다. 중국이나 일본 선수들이 잘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아직까지 여자는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에 인재풀이 너무 좁다. 랭킹이 높은 선수는 여기 있는 선수가 전부다. 거기다가 테니스 자체를 원하는 선수들도 너무 적다. 너무 낮은 수준에서의 고민을 해야하다보니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힘든 상황이다.

Q)국가대표팀을 지도하는데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가.

A)가장 중요한 것이 마인드이다. 마인드가 잡혀야 그 다음이 있다.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해준다. 너희는 할 수 있다고. 너희도 열심히 하면 현이처럼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지금 이 선수들은 프로와 다름없다. 늘 자기 한계를 시험해야하는데 선수들은 자기 한계가 어디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선수들에게 늘 자기 한계를 경험하게 해서 이 선수들이 작년에는 이만큼이었으니 올해는 이걸 깨보자 라는 도전적인 마인드를 갖도록 끊임없이 주입하고 있다.

 

서비스훈련 중인 국가대표 선수들

 

Q)기술적인 부분은 어떤 부분이 주가 되나.

A)작년에 페드컵을 나갔었는데 4위를 했다. 경기를 분석해보니 스트록이나 발리는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서비스와 리턴이다. 서비스와 서비스 리턴은 테니스의 시작이다. 여기서 밀리면 시작부터 지고 들어가는 거다.

A)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 테니스를 해야 희망이 있을까.

A)옛날에는 수비만 해서도 100위안에 드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식으로 플레이를 하면 어렵다. 올라운드 플레이형이 되어야 한다. 빨리 치기도 하고 세 개 치기도 해야 한다. 뒤로 물러서면 무조건 불리한 테니스다. 일본이 살아남는 이유도 빨리치는 테니스를 구사하는 데 있다.

Q) 대표 팀 쌍두마차 한나래와 장수정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A) 수정이는 꾸준하다. 이렇게 척박한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도전한다. 이번에 수정이가 없어서 전력이 약해진 것은 아쉽지만 미국에 혼자 나가서 열심히 하는 것 보면 한편으로는 대견하다. 아직은 현이만큼 인지도는 없지만 해외에서 싸우고 있는 장수정이라는 선수가 있다는 것을 팬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수정이는 디펜스가 굉장히 좋다. 대신 민첩성이 좀 떨어지고 공격력도 떨어지는데 서브랑 디펜스에서는 세계에서도 통할만 하다. 어프로치 같은 샷들을 보완하면 충분히 100위 안에 들어갈 수 잇을 것 같다.

나래는 빠르고 민첩하고 화려한 테니스를 하는 공격형이다. 다만 양손투핸드를 쓰다보니까 리치가 짧고 수비 폭이 크지 않다. 리턴 할 때 각이 벌어지는 샷이 들어오면 따라가는데 문제가 생기고, 키가 작은 편이어서 서브도 살짝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 두 선수 모두 조윤정 코치에게 배우다가 수정이는 조윤정 코치와 아직도 함께 하고 있고 나래는 인천시청으로 가 있다.

 

코치와 선수들에 대해서 의논하고 있는 김진희 감독

 

Q)당장 눈앞에 있는 페드컵에 대한 전망을 좀 부탁드린다. 

A)인도에서 하는데 지역 아시아예선이다. 8팀 중에서 2팀 올라간다. 남자 올라가는 것보다 더 힘들다. 우리나라는 늘 1그룹 잔류가 목표다. 거의 1그룹에 있기는 한데 플레이오프에 올라가기에는 좀 힘들다. 작년에 우리가 4위를 했다. 올해는 수정이도 빠져 있어서 더 힘든 상황이다. 작년에는 수정이가 단식에서 잘해줬는데 올해는 한나래에게 기대하는 수밖에는 없다.

Q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의 전망은

A)수정이가 뛴다는 전망에서 보면 동메달정도까지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자 개인단식과 복식에 집중하고 있다. 한나래, 장수정 이외에 복식에 김나리도 있다.

Q) 현재 대표 팀의 훈련 스케줄은 어떻게 되고 있나.

A) 현재 4주차에 접어들었다. 동계 훈련이다 보니까 강도가 엄청나다. 트랙훈련, 테니스, 웨이트 등이 다 들어가 있어서 엄청나게 선수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그래도 이걸 다 이겨내면 시즌에 돌입했을 때 도움이 많이 될 것으로 보인다.

Q) 감독님은 어떤 테니스를 추구하시는가.

A) 나도 메이저대회를 꼼꼼히 챙겨본다. 테니스의 트렌드는 계속 바뀐다. 지금은 이 테니스가 맞는데 나중에는 아닐 수도 있다. 그런 변화에 대해서 꼼꼼하게 이야기를 해주려고 한다. 지금 추세로는 공격하고 치고 들어가는 것 이외에도 여자선수들은 뒤에서 수비하는 것도 거의 베이스라인에서 안 떨어진다. 절대 뒤로 물러서지 말라고 하고 빨리치라고 끊임없이 강조한다. 그게 살아남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테니스는 절대로 제자리에서 치는 경기가 아니다. 밖으로 상대를 밀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체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치는 샷,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강인한 체력이 내가 추구하는 테니스다.

 

협회 지원과 선수들의 마인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김진희 감독

 

Q) 후원 이외에 한국 여자 테니스에서 아쉬운 부분은 뭐가 있을까.

A) 양궁 같은 종목은 협회가 굉장히 탄탄하다. 우리들 입장에서는 그런 부분이 굉장히 부럽다. 협회에서 지원을 잘해주면 나는 정현 같은 선수들이 여자 쪽에서도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협회의 지원이 너무 열악하다. 사실 선수들도 이런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가끔 선수들이 “괜찮아요?” 라고 물어오면 마음이 많이 쓰이더라.

Q)협회의 어떤 점이 아쉽게 느껴지는가.

A)대표 팀이라고 하면 같이 모여서 훈련을 하고 시합도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딱 1번만 모이는 것이 아닌 분기별로 모아서 이 선수들을 육성하고 시합도 나갈 수 있게 지원해주고 하는 시스템이 정착이 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내가 국가대표로 선발이 되면 저런 시합에 나갈 수 있고 훈련 시스템도 잘 되어있어서 실력이 많이 늘 수 잇겠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줘야 한다.

Q)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A) 올해의 목표는 일단 페드컵에서 1그룹에 잔류하는 것과 후반기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언론이나 많은 곳에서 여자팀은 어렵다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메달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나도 그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선수들에게 우리는 어렵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황이 어려워도 늘 “꿈은 크게 가져라” 라고 이야기한다.

 

그녀는 인터뷰 내내 척박한 현실에 고생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그걸 방패막이로 삼지 않았다. 선수들을 따뜻하게 감싸지도 않았다. 오히려 엄한 아버지처럼 선수들을 매정하다 싶을 만큼 혹독하게 몰아붙였다. 척박한 현실을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지금 선수들이 더욱 강해져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말한다. 여자 테니스에서도 반드시 제 2의 정현이 나와야 한다고. 제 2의 정현이 나오기 위해서는 국제무대에서 한계와 싸워야 하는데, 국내 무대에서만 안주해서는 여자테니스의 부흥은 요원하다고 말이다. 

끊임없이 도전하라고 선수들을 몰아붙이며 Stay Hungry , Stay Foolish 정신을 강조하는 그녀 말에서 한국 여자 테니스의 밝은 미래가 어렴풋이 보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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