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지휘자 양진모
소통하는 지휘자 양진모
  • 황수연 기자
  • 승인 2018.02.0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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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는 연주자들을 위해 서비스 하는 것”

한국 오페라는 올해로 70돌을 맞는다. 1948년 1월 명동 시공관에서 연주된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시작으로, 한국 오페라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어 가고 있다. 수많은 음악인들의 열정과 노력이 빚어 낸 결실이다. 그 중심에 한국 오페라의 희망이라 일컬어지는 지휘자 양진모가 있다.

 

지휘 중인 양진모 지휘자의 모습

 

양진모 지휘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오페라 지휘자다. 국립오페라단, 서울시오페라단 등에서 ‘라보엠’, ‘리골레토’, ‘피가로의 결혼’ 등 50여 편이 넘는 오페라와 ‘아! 고구려’, ‘미호뎐’,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한울춤’ 등의 창작오페라를 지휘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나아가 밀라노 국립음악원 오케스트라, 불가리아 소피아페스티벌 오케스트라, 교토챔버 오케스트라, 우크라이나 하라코프 가극장 오케스트라, 부산시립교향악단, 경북도립교향악단,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 서울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의 오케스트라 객원 지휘자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이탈리아와 한국을 중심으로 오페라, 콘서트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알도 체카토 마스터클래스 특별상, 제7회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예술상(지휘 부문)을 수상한 바 있고 오페라 입문서 ‘오페라를 만나러 가자’를 저술했다.

 

인터뷰에 응한 양진모 지휘자

 

양진모 지휘자에게는 ‘소통하는 지휘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지휘자가 오케스트라, 성악가와 충분히 소통해야 훌륭한 연주가 나온다고 믿는 그는 지휘하면서 모든 노래를 성악가와 함께 부른다. 지휘자가 프롬프터 역할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소통을 위해서는 철저한 텍스트 분석과 악보 분석은 물론 모든 가사를 완벽하게 외우는 노력과 열정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에게 ‘연구하는 지휘자’라는 또 하나의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겸손하고 온화한 그의 성품과 함께 매우 분명하고 섬세한 지휘로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평가를 받고 있는 양진모 지휘자를 만났다.

 

양진모 지휘자

 

▶원래 작곡이 전공이었다고 들었다.

한양대학교에서 작곡과 지휘를 전공했다. 대한민국의 1세대 지휘자이자 작곡가이시고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설립하신 홍연택 선생님께서 한양대학교에 계실 때 작곡과 안에 지휘전공을 만들었다. 처음 대학에 들어갈 때부터 지휘를 할 생각을 했었다.

 

▶ 이태리에서 오케스트라 지휘과를 졸업했는데, 오페라 지휘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밀라노 베르디 국립 음악원에서 유학했다. 일주일에 두 번의 수업이 있었는데 한 번은 심포니, 한 번은 오페라를 공부하는 오케스트라 지휘과였다. 중학교 때부터 오페라를 듣기 시작했다. 학부시절에는 오페라를 좋아하고 관심이 많아서 성악과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며 반주도 했다. 또 3, 4학년 오페라 워크샵 수업에서 지휘도 했다. 이태리를 유학지로 선택한 것은 꼭 오페라 때문은 아니지만 운명이 그쪽으로 이끌어준 것 같다(웃음). 이탈리아 오페라 계에서 전설적인 오페라 코치이신 ‘안토니오 토니니’에게 오페라를 체계적으로 사사받았는데 그것이 나에게는 행운이었다. 그리고 오페라 지휘의 거장인 ‘피에르 조르지오 모란디’와 같이 일을 하면서 더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았다.

 

▶어떤 종류의 오페라를 선호하는가?

그것은 짜장면이 좋냐 짬뽕이 좋냐와 비슷한 질문인 것 같다. 푸치니는 푸치니대로, 베르디는 베르디대로, 아직 독일 오페라를 많이 지휘하지 않았지만 바그너는 바그너대로 좋다. 한국에서 초연이었던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를 지휘했었는데 바로크 오페라는 바로크 오페라만의 매력이 있다. 전방위적으로 좋아하지만 기본적으로 푸치니 작품을 좋아한다. 푸치니의 ‘나비 부인’이 나의 첫사랑 작품이기 때문이다.

 

▶한국 오페라의 미래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단 저변 확대가 이루어져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재미있게 관람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 되어야 한다. 그 여건은 단순히 몇몇 사람들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페라를 제작 하시는 분들이 그것에 대한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좋은 작품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예술의 전당이라고 해서 수준 높은 공연이고, 100석 극장이라고 해서 낮은 수준의 공연이 아니다. 작은 극장에서도 열과 성을 다해 만들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고, 큰 극장에서도 제작자나 오페라에 참여하는 분들이 열정이 없다면 좋은 작품은 절대 나올 수 없다. 좋은 작품, 재미있는 작품이 많이 나와 관객들이 오페라에 더 관심을 가지고 관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휘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는가?

나는 기본적으로 지휘라는 것은 연주자들을 위해 서비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톤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지휘자라는 것이 단순히 테크닉만 가지고 완성 되는 것이 아니다. 지휘자는 내가 원하는 소리와 음악을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닌, 연주자의 소리를 통해 내가 구상하는 음악을 만들어 내야하기 때문에 리허설과 연주를 통해 연주자들에게 서비스해야 한다. 연주자의 열정을 끌어내 내가 원하는 음악을 같이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보여 화학작용이 일어날 때 보람을 느낀다.

 

▶올해의 공연 계획은?

2월 14일 평창 올림픽 문화축전에서 ‘세계 가곡의 향연’ 콘서트가 있고, 3월 9일과 10일 제주아트센터와 한국 오페라 70주년 기념 사업회의 공동제작으로 이루어진 ‘라 트라비아타’ 가 있다. 3월 17일 창작오페라 ‘성냥팔이 소녀’, 5월 11일, 12일, 13일은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에서 누오바 오페라단의 ‘여우전’으로 찾아 뵐 수 있다. 재작년에 ‘미호뎐’으로 무대에 올랐던 ‘여우전’은 당시 반응이나 평가가 굉장히 좋아서 ‘2018년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로 선정되어 재공연을 하게 되었다. 창작 작품 작업을 많이 했지만 이 작품은 음악적인 완성도나 여러 가지 면에서 기대가 많이 되는 작품이다.

 

▶ ‘여우전’은 어떤 작품이고 어떤 방향으로 음악 연습을 진행할지.

한국 사람들이 잘 아는 ‘구미호’ 이야기를 새롭게 각색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음악이 어렵지 않고 대본의 내용이 음악 안에 잘 녹아 있어 현대 음악이 대부분인 창작오페라가 어렵다는 선입관을 깨주는 기대작이다. 드라마틱한 내용과 극적인 내용이 잘 표현 될 수 있도록 연습 방향을 구상 하고 있다.

 

▶지휘를 전공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휘자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음악 뿐 아니라 미술, 문학 또 다른 분야에 눈을 돌려 시야를 넓게 해야 한다. 지휘자는 절대 군림하는 역할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도 필요하다. 처음 공부를 시작 할 때 지휘의 테크닉이나 곡을 준비하고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어느 정도 완성이 되었을 때는 더 깊고 많은 생각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귀국하고 15년 정도 오페라에서 전문적으로 일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오페라에 관심을 가지고 관람해주었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오페라는 어렵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시각을 달리하고 관심을 가지면 정말 재미있는 장르이다. 최근 사람들의 문화예술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고, 뮤지컬을 보는 분들이 좋은 작품을 찾다보면 결과적으로 오페라로 흡수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오페라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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