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24-04-26 16:07 (금)
삼일상고 정승원 코치 “삼일의 자존심을 지켜내고 싶다.”
삼일상고 정승원 코치 “삼일의 자존심을 지켜내고 싶다.”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2.08 0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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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기, 이현중의 이탈로 전력 약화 인정… 이주영, 임가온 등 기대”

정승원 메인코치(35,삼일상고 46회)는 삼일상고와 떼려야 땔 수가 없는 인물이다.

선수로서도 코치로서도 삼일의 전성기를 이끈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선수로 뛰던 시절 삼일상고는 무적이었다. 동기 양희종, 박구영, 정의한 등과 함께 삼일의 첫 우승을 일궈냈다. 그리고 1년 후배 하승진과 4관왕을 일궈내며 삼일의 전성기를 열어젖혔다(삼일상고는 하승진이 신입생이던 2002년 전국대회 4관왕, 22연승을 동시 달성했다). 그로부터 15년 후. 2017년 삼일상고는 그때보다 더 무시무시한 위용을 자랑하게 된다.

 

삼일상고 46기 정승원 메인코치

 

고교역사상 최강의 무적함대가 탄생했다. 패배를 몰랐다. 정승원 코치에게 삼일의 유니폼은 곧 승리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2018년 삼일은 전혀 다른 팀이다.

얼마나 패배할지 짐작하기 힘들다. 메인 코치가 된 지 약 9개월(작년 5월 취임). 최대의 위기다. 그러나 정 코치는 당당했다. 매 게임이 결승전 같이 힘들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쉽게 물러서지는 않겠다는 각오다.

그는 올 시즌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가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 지금까지 그가 쌓아왔던 삼일상고라는 이름에 담긴 품격을 지켜내는 것. 그것이 정 코치가 제시한 유일한 목표였다.

 

▽삼일상고에 코치로 처음 돌아왔을 때의 느낌은 어땠나.

나는 휘문고에서 코치생활을 먼저 시작 했다. 1년 6개월 정도 하다가 이곳에 왔다. 그런데 돌아와서 보니 내가 뛰던 때의 삼일이 아니었다. 실력도 인지도도 그랬다. 고교팀은 주로 연습경기를 하러 대학을 많이 가는데 대학에 가니까 삼일 출신이 하나도 없더라. 정말 안타까웠다. 그때 강혁 코치님과 이곳에서 대학과 프로에서도 잘하는 선수들을 많이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 작년에 성적이 좋았던 비결은 무엇인가.

일단 멤버 자체가 좋았다. 하윤기와 이현중이라는 빅맨이 있었던 것이 크고 나머지 선수들도 보조를 잘 맞춰줬다. 강혁 코치님과 내가 윤기와 현중이를 1학년 때부터 가르쳤고 그것이 작년에 이르러서 꽃을 피웠다. 그런 모든 것들이 결실을 본 것 같다.

 

▽ 학교 수업 때문에 농구부 운영이 힘들지 않나.

어느 정도 애로사항이 있다. 우리는 오히려 부모님들이 많이 뭐라고 하시는 편이다. 삼일상고가 농구로 승부를 보는 학교다 보니까 시합이 가까워져 오면 지금은 수업이 문제가 아니라고 말씀들을 하신다. 교장 선생님이 조금 배려를 해주시기는 한다.

 

▽삼일상고만의 독특한 분위기나 시스템이 있나.

2년전 송교창이(현 KCC) 3학년 때부터 성적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매년 우승을 1~2개씩은 하고 있다. 그때부터 분위기가 만들어졌던 것 같다. 우리 팀은 개인에게 숙제를 주면 아이들이 개인 연습을 자발적으로 잘 해온다.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현중이다. 추석에 2~3일 휴가를 주면 나와서 그 2~3일 동안 쉬지않고 죽도록 연습하더라. 잘하는 선수가 그렇게 하니까 조금 떨어지는 아이들도 따라서 간다.

 

작년 주말리그 왕중왕전 우승 당시(출처 : 삼일상고 제공)

 

▽올해 핵심 2명이 빠진다. 올 시즌 어떻게 예상하는가.

(한숨을 쉬며)올해 마지막 전국체전 끝나자마자 아이들을 어떻게 조합해야할까 고민이 되더라. 좋은 일로 유학을 가게 되었지만 걱정이 많이 되는건 어쩔 수 없다. 여기 있는 아이들은 전부 후보로만 있었던 선수들이다. 가온이는 현중이 옆에서 보조역할을 했던 선수였다. 2학년 이주영은 이제 첫 메인으로 팀에 나서는 것이다. 3학년 4명에 이현중까지 나가니까 많이 힘들 것 같다.

 

▽올해 입학하는 신입생 소개 좀 부탁한다.

성남중학교에 임동원이라는 선수가 입학했다. 197정도 되는 신장인데 아직 농구는 잘 못하지만 잘 받아들이려고 하는 선수다. 그리고 삼일중학교에서 온 김도완이라는 선수도 있다. 여준석이라는 유명한 삼일중 선수가 용산 중으로 전학을 가고, 그 대체자로 팀을 이끌었던 선수다. 임동원은 키가 크고 잘 뛰기 때문에 전지훈련 때부터 베스트였다.

 

▽고교농구에서 승부를 가르는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농구는 신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가드들이 게임을 잘 풀어가도 결국 팀을 이기게 하는 것은 센터다. 그런데 우리 팀은 신장이 너무 작다. 동원이 빼고는 전부 190 언저리, 180 언저리의 선수들뿐이다.

 

▽삼일농구의 방향이 바뀌게 되는 것 아닌가.

나와 강혁 코치님이 계실 때 추구했던 농구는 빠른 농구였다. 1대1, 2대1, 3대1 상황 아웃넘버 상황이 되면 무조건 뛰면서 밀어버리는 농구를 추구했었다. 셋업 되어서 하는 농구보다는 런앤드건(Run and Gun) 농구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하윤기와 이현중이 신장이 있어서 그만큼의 스피드가 안되더라. 이번에는 강제적으로 그런 농구를 해야 할 것 같다.

 

▽빅맨이 없어서 팀에 이식된 2대2도 힘들지 않나.

쉽지는 않다고 본다. 그래도 고등학교 농구니까 포지션 파괴로 승부를 보려고 한다. 포워드들이 스크린 걸고 빠져서 센터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본다. 가드들도 센터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주영이 키가 182정도 되는데, 고교가드치고 작은 키가 아니다. 이 선수에게 포스트업 연습도 시켰다.

 

▽올해 삼일상고의 메인 수비는

나는 맨투맨을 선호한다. 맨투맨이 제일 재미있는 농구가 나오더라. 나는 더블팀 수비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작년에 우리 팀은 한 번도 더블팀 수비나 변칙적인 수비를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작년 전국체전 1회전에서 우리가 무령 고교의 변칙적인 수비에 질 뻔한 기억이 있다. 그때 하윤기에게 3명씩 달라붙었던 협력 수비가 참 인상 깊었는데, 올 시즌에는 우리가 그런 수비를 해야 할 듯하다.

 

▽존디펜스는 어떤 수비를 생각하는가.

작년 우리 팀의 메인 수비가 2-3와 3-2였다. 아직도 기억난다. 그 수비를 처음에 조선대학교와의 연습경기에서 썼었다. 강혁 코치님 스타일이 아닌 수비를 막 시도하기에 나는 별로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그 수비로 작년에 쏠쏠히 재미를 봤었다. 그리고 그 수비가 우리의 비장의 무기가 되었다.

 

▽올 시즌의 라이벌은

없다(웃음). 한 경기, 한경기가 우리에게는 결승전 같은 시합이 될 것 같다. 작년 라이벌이었던 군산고도 마찬가지다. 군산고도 신민석이 고대를 갔고 이정현은 연대를 갔다. 군산도 힘들 것 같고 올해는 여준석을 스카우트한 용산고가 가장 강할 것 같다.

 

연습 중 심각한 표정으로 논의하고 있는 정승원 코치

 

▽올 시즌 일정은

3월 20일부터 열흘간 춘계리그가 사천에서 벌어진다. 우리가 전지훈련 다녀온 지 열흘째인데 190언저리의 선수 2명이 수술을 하는 바람에 지금 출전을 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다.

 

▽고교농구부도 선수수급이 문제다.

고교 농구는 서울 팀이 아니고서는 유지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나마 서울권 아닌 팀 중에서 유지가 되고 있는 팀은 제물포고와 삼일정도라고 보면 된다. 서울에서는 홍대부고, 휘문, 경복 등은 꾸준히 잘 유지되고 있다. 우리도 스카우트는 열심히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원칙이 있다. 적어도 지방에 있는 선수들은 스카우트하지 않는다는 주의다. 모든 선수가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요즘 스킬트레이닝이 유행이다.

단체로도 몇 번씩 시키기는 한다. 다만 스킬트레이닝이 좀 비싸다. 억지로 하려고하면 부모님들이 부담이 된다. 나는 스킬트레이닝이 사교육 화되는 것은 반대다. 그리고 요즘은 유투브라던가 농구기술을 터득할 수 있는 미디어가 많다. 코치 선생님들도 있기 때문에 충분히 스스로가 노력하면 스킬트레이닝을 받지 않아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삼일상고의 목표

모든 사람이 삼일상고는 못해도 4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팀들이 무시를 많이 한다. 1회전에서 꼭 삼일을 만나고 싶다더라. 내가 아이들한테 이야기한다. 우리가 그런 소리를 들어야겠냐고. 경기는 지더라도 삼일을 만나면 껄끄럽다는 소리는 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아이들한테 강조한다. 삼일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나의 올 시즌의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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