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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매탄고 전성시대 … 수원 삼성 클럽 시스템을 살펴보다
이유 있는 매탄고 전성시대 … 수원 삼성 클럽 시스템을 살펴보다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3.23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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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트레이너·분석시스템·식단 등 공유 … 일원화된 클럽 시스템 확립

바람이 많이 부는 쌀쌀한 날씨의 어느 평일 저녁 6시경.

클럽하우스 옆에 위치한 수원삼성 블루윙즈 보조경기장에서 매탄고 선수들의 훈련이 계속 되고 있다.

“바디 쉐입~ 바디 쉐입”

“어려운 게 아니야~ 늘 여러분들이 하는 거야. 항상 생각하면서 플레이해”  

 

매탄고로 돌아온 곽희주 저학년 코치

 

곽희주 코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수원 소속으로 369경기에 출전한 구단 레전드인 그가 저학년 선수들에게 직접 몸을 움직이며 공을 컨트롤하는 비법을 전수하고 있었다.

 

1. 사실상 준프로 … 매탄의 선진화된 시스템을 엿보다

 

아직까지 한국의 유소년 축구는 선진화되어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최근 유럽식의 클럽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훈련법도 마찬가지다. 강압·주입식으로 대비되는 훈련법을 고수하고 있는 팀들이 상당히 많다. 그러나 매탄고는 달랐다. 옆에서 지켜본 훈련 방식이 성인 프로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클럽하우스 옆 수원 보조 경기장에서 훈련을 시작하는 매탄고

 

매탄고는 고교 축구 최고의 명문으로 꼽힌다. 가장 많은 고교 팀들이 출전하는 춘계대회에서 무려 3연패를 달성하고 있다. 이 기세라면 사상최초의 4연패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최근 2016년 후반기 고등리그 왕중왕전 우승, 2017년 전반기 고등리그 왕중왕 전 우승, 챔피언십 U-17세 우승, 올 봄 춘계리그 3연패를 이뤄냈다. 그 이전부터의 우승 기록을 열거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할 지경이다.

매탄고가 이토록 엄청난 위용을 떨칠 수 있는 것은 수원삼성 구단의 유스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덕분이다. '외부 충원보다는 키워서 쓴다'는 수원 구단 철학이 지금의 매탄고를 만들어냈다.

 

매탄고의 육성 철학

 

수원 삼성은 약 24억 원 정도의 예산을 유소년에 투입하고 있다. 기술(Skill)과 정신력(Mentality), 인간미(Humanity)의 세 가지 육성 모토아래 ‘프랜차이즈 스타’를 발굴하기 위해 끊임없는 투자를 펼치고 있는 수원은 축구 선진국들의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우수선수 육성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먼저 수원 삼성은 주승진 매탄고 감독을 유스총괄디렉터로 임명하면서 U-12, U-15, U-18에 이르기까지 일원화된 교육시스템을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연계성을 가지고 훈련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코칭 법에 있어서 일원화할 수 있는 틀을 잡기 위한 구단의 노력이다.

매탄고는 고교 팀 중 유일하게 모든 선수들이 수원 삼성 프로 선수들과 모든 것을 공유한다. 그들의 합숙소는 수원삼성 블루윙즈 클럽하우스이다. 식당, 피지컬 트레이너, 전력분석까지 프로 선수들이 받는 모든 혜택을 매탄고 선수들도 누릴 수 있다.

수원은 ‘멘토링 제도’를 도입해 어린 선수들에게 훈련에서 채울 수 없는 동기부여를 극대화 시키고 있다. 프로 선수들이 동일 포지션의 U-15, U-18 선수들과 그룹을 형성해 소통하는 ‘멘토링 제도’는 연 2회 이상 그룹 모임을 통해 프로 선수들의 노하우를 직접 어린 선수들에게 전수한다.

 

매탄고 클럽하우스 식당 사진

 

여기에 2016 시즌부터 도입된 비디오 분석 시스템은 선수들의 기량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각 팀에 배치된 비디오 분석관들은 선수들의 경기와 연습장면 등을 촬영 후 개인별 영상으로 편집해 제공하고 있으며, 선수들은 훈련 후 개별 영상을 통해 복기하며 자신의 부족한 점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 매 경기마다 플레이를 분석한 내용, 그리고 유명 프로팀들의 편집 영상도 제공된다.

또 지난 2014년 K리그 유스팀 최초로 유소년 전담 피지컬 코치를 영입,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수 개개인에게 맞춤훈련을 실시하는 등 유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훈련기법 도입으로 바른 성장을 돕고 있다. 프로선수들과 같은 식단의 음식이 제공되고 선수들의 몸 관리를 위한 피지컬 트레이너도 공유한다. 

선수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스포츠 영양’ 교육은 물론 주기적인 멘탈 트레이닝 등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선수들의 인터뷰 등 사생활도 학교가 아닌 구단에서 관리한다. 
 

클럽하우스 웨이트트레이닝장

 

이런 노력으로 수원은 매년 매탄고 출신 '신인 대어'를 낚아 올리고 있다. 유스팀 출신으로 1군에 들어와 득점을 신고한 선수만 해도 7명에 이른다. 수원을 통해 프랑스 리그로 입성한 국가대표 권창훈(프랑스 디종)을 시작으로 구자룡, 김건희, 김종우, 전세진까지 그 면면이 화려하다. 올해부터는 준 프로계약이 공식적으로 인정 된다. 학년 당 3명 정도가 가능하다고 한다. 고교 선수들도 프로가 되는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2. 2018년 매탄고의 전력 살펴보기

 

매탄고의 가장 큰 강점은 선수들의 전력 차가 적다는 것이다.

다른 학교들과 달리 누군가가 부상으로 빠진다고 하더라도 그 선수들의 빈자리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딱히 주전라인업을 꼽기가 힘들다. 매탄고의 총원은 40명이다. 1학년은 매년 15명이 입학을 하고 경쟁에서 밀린 몇명의 선수들은 전학을 가야한다.


 

2018년 매탄고 선수단 사진

 

골키퍼 박지민은 오산의 오산고 백종범과 함께 고교 대표 골키퍼다. 작년 U-17 챔피언십, 올해 춘계대회에서 최우수 GK상을 받았다. 

수비진은 3학년 김태환과 허동호가 이끈다. 이 두 선수가 양쪽 주전 풀백이다. 센터백은 이규석, 전병진, 김상준, 조우진 등이 번갈아가면서 들어가는 시스템이다.   

 

매탄고 포백라인 - 허동호, 김상준, 이규석, 김태환

 

중앙 미드필더는 용동현, 신상휘가 주인공이다. 보통 4-1-4-1에서는 용동현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많이 서는 편이다. 중앙은 김석현-신상휘-강태원-이상재 등이 주인공이다. 매탄의 10번 신상휘는 공격형, 수비형을 오가며 팀의 만능 마스터키로 활약한다.  

 

매탄고 미들라인 - 이상재, 강태원, 신상휘, 김석현

 

신상휘가 공격과 수비의 중심을 잡는다면 공격진의 핵심은 역시 김석현이다. 윙 포워드이기도 한 김석현은 팀의 측면을 헤집어놓는 역할을 한다. 그가 측면에서 휘젓고 다니면 다른 선수에게 공간이 많이 난다. 신장은 170cm로 작으나 빠르고 개인기가 출중하다. 

춘계대회에서 3골을 기록했고 특히 결승에서 기록한 선제골은 팀의 우승을 가져다주는 최고의 골이었다. 이상재는 춘계대회에서 팀 내 득점왕을 차지한 선수다.  그 또한 뛰어난 개인기와 득점력을 자랑한다.  

 

매탄고 포워드 라인 - 이선유, 강현묵

 

스트라이커 포지션은 선수들의 잦은 부상으로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찬웅은 춘계대회 첫 경기에서 무릎을 다쳤고, 김용준은 동계 시즌에 부상으로 아예 이번 시즌 경기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풀백 김태환이 센터포워드로 기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매탄고의 공격력은 전혀 약해지지 않았다. 주전 선수들 대부분이 수비와 공격을 오갈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기 때문이다. 춘계대회 8경기 23골(경기당 2.88골)이 이를 증명한다. 이번 춘계대회 우승과 꿈나무 축구대회의 우승에서 드러났듯 매탄의 전성시대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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