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고는 박인웅(192cm, F, 3학년), 정주영(175cm, G, 3학년), 김태완(184cm, G, 2학년), 여준형(201cm, F, 3학년), 여준석(202cm, C, 1학년)이 선발로 나섰다. 안양고는 이예환(178cm, G, 3학년), 박종화(186cm, G, 2학년), 김형빈(202cm, C, 2학년), 정수원(192cm, F, 3학년), 박민채(186cm, G, 3학년)가 선발로 나섰다. 

용산고는 자타가 공인하는 우승후보였다. 여준형-여준석이 버틴 압도적인 높이 때문이다.  따라서 안양고 김형빈과 여준석이 골밑에서 벌일 혈투가 오늘 경기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요소로 여겨졌다. 그러나 승부는 묘한 곳에서 갈렸다. 누구도 이 지점이 승부의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여준석의 예상치 못한 ‘3점 슛 능력’이 그것이다.

초반 흐름은 팽팽했다. 아니 안양고쪽에 조금 더 기대감이 생기는 초반 흐름이었다. 김형빈이 여준석에 전혀 밀리지 않았고 이예환, 박민채, 박종하 등의 빠른 속공을 앞세워 용산고를 압박했기 때문이다. 특히 박민채는 1쿼터에만 4개의 속공을 뽑아내며 8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반면 용산고는 박인웅, 정주영, 김태환 등이 큰 활약을 펼치지 못하며 안양고의 스피드에 끌려 다녔다. 간간히 터지는 여준석의 득점(1쿼터 4득점)으로 스코어가 벌어지지 않도록 따라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2쿼터부터 승부의 추가 이상한 기운이 감지되었다. 용산고는 여준석이 외곽으로 빠졌을 때 김형빈이 따라 나가지 않고, 위치를 지켰다. 그러나 그때마다 여준석은 계속적으로 3점 슛을 폭발시켰다. 게임의 향방이 안양고 가드들과 여준석의 외곽슛 대결로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안양고는 이예환의 레이업슛과 파울 드리드로우(2쿼터 5득점)로 득점을 이어갔고 정수원(2쿼터 4득점)도 득점 대열에 가세했다.

반면 여준석은 외곽에서 계속적으로 손쉬운 득점을 챙겼다. 2쿼터에만 무려 4개의 3점슛 폭발시켰다. 계속적으로 끌려가던 용산고는 여준석의 맹활약을 앞세워 2쿼터 1분여를 남기고 역전에 성공했다. 안양은 이예환의 돌파와 정수원의 득점력으로 더 이상의 리드는 허용하지 않고 전반을 마칠 수 있었다.

3쿼터에 들어와서는 완전히 경기의 흐름이 완전히 용산 고쪽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명백한 안양고 벤치의 실책이었다. 완전한 여준석의 코트였다. 여준석은 또 다시 3쿼터에만 3점 슛 3개 및 골밑 슛 2개 등을 몰아넣으며 경기를 장악했다.

반면 안양고는 김형빈이 전혀 득점에 가세하지를 못하고 전반에 그마나 경기를 대등하게 잡아오던 이예환, 정수원 , 박민채 등의 외곽 슛마저 터지지 않으면서 점수는 계속 벌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여준형이 득점에 가세했다. 1쿼터에 2득점밖에 없던 여준형은 3쿼터에 4득점을 하더니 4쿼터에는 6득점 폭발시켰다. 경기 초반 안양고 정수원에게 묶여있었던 여준형은 자유투라인 부근에서의 훅슛과 점프슛을 연속해서 성공시켰다. 

3쿼터가 종료 되었을 때의 점수는 58-39. 무려 19점차까지 벌어졌다. 안양고는 3쿼터에 지독한 슛 난조로 고작 7득점밖에 하지 못하고 21점을 헌납한 것이 컸다.

3쿼터에 너무 많은 점수가 벌어진 탓에 4쿼터는 말 그대로 소강상태였다. 양 팀 모두 어느 한쪽의 추가 기울어지지 않는 시소게임이 이어졌다. 어서 따라 가야하는 안양고 입장에서는 다급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여-여 형제가 동시에 살아난 용산고의 공격을 김형빈 혼자서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뒤늦게 김도은, 박민채 등의 슛이 터지며 1분여를 남기고 64-53까지 스코어를 줄이기도 하였으나 더 이상 점수를 줄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고 그대로 용산고의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여준석은 골밑에서의 득점은 많지 않았으나 외곽에서 양 팀 최다인 6개의 3점 슛을 폭격하며 37득점과 21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하는 괴물 같은 활약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으며 남고부 대회 전체 MVP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용산고는 개인상 부분에서 득점, 수비, 리바운드 등 단 한 부분에서도 수상자를 내지 못하면서도 우승을 차지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한편 안양고는 김형빈이 여준석의 수비에 묶이며 9득점 9리바운드에 그쳐 올 시즌 첫 우승 도전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전상일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