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후보 경남고가 서울의 또 다른 우승후보 장충고를 완파하고 4강 대열에 합류했다. 팽팽한 승부를 예상했으나 승부는 초반에 너무 쉽게 기울어져 버렸다.
칼은 장충고등학교가 먼저 빼들었다.
올 시즌 등판기록이 한 번도 없는 2학년 사이드암 강민수(176cm/77kg, 사이드암, 2학년)를 꺼내들었다. 장내가 술렁거렸다. 당연히 김현수(183cm/85kg, 우완, 3학년)를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강민수는 너무도 생소한 존재였다. 올 시즌 단 한 번도 등판 기록이 없는 강민수를 우승후보 경남과의 8강전에서 선발로 내보낸 다는 것은 파격에 가까웠다.
장충고 송민수 감독은 경기 전 “공이 좋다. 비록 알려지지 않았지만 스카우터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선수다. 1~2점까지는 참 고 지켜볼 것”이라며 강민수의 선발등판 배경을 밝혔다. 준결승을 생각해 송명기, 김현수 등 최대한 에이스들을 아끼고 최근 컨디션이 좋은 투수로 하여금 상대의 의표를 찌르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송 감독의 선택은 실패로 돌아갔다. 강민수는 1회에만 안타2개에 볼넷 1개 등 3실점 3자책점을 하고 1아웃밖에 잡지 못한 채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반면 경남고 선발투수 최준용(187cm/85kg, 우완, 2학년)은 쾌조의 투구를 이어갔다. 1회에 타자들이 3점을 쥐어주자 신바람을 냈다. 1회에 이어 2회에도 연속 3자 범퇴로 이닝을 이어갔다.
두 번째 투수 대결에서도 경남고의 우위였다. 장충고는 에이스 송명기(192cm/95kg, 우완, 3학년)를 1회에 올리는 초강수를 두었다. 그러나 송명기 또한 경남고의 타선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수비가 문제였다. 2회 1-3 2아웃 3루 상황에서 3루수 엄정호(176cm/74kg, 3루수, 3학년)가 평범한 땅볼을 악송구를 하며 1점을 헌납했다. 바로 뒤 또 다시 3루 땅볼이 갔다. 그러나 이번에도 엄정호의 악송구가 나왔다. 이번에는 덕 아웃에 공이 날아가 박히면서 1-5가 되었다.
힘이 빠져버린 송명기를 상대로 뒤이어 5번 이주형의 우월 3루타가 터지며 스코어는 1-7까지 벌어졌다. 실책 2개로 인해 사실상 경기가 초반에 기울어져 버린 것이다. 장충고는 뒤 이어 긴급히 3루에 서인석(175cm/74kg, 3루수, 2학년)을 투입하며 수비 보강에 나섰지만 사후약방문일 따름이었다.
그 뒤의 승부는 크게 의미가 없었다. 장충고는 선발 최준용의 공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고작 2안타와 2개의 사사구를 얻어냈을 뿐이었다. 남상현(179cm/85kg, 우완, 3학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5회말 1득점을 한 것 이외에는 제대로 된 찬스조차 잡지 못했다. 두 투수에게 삼진은 5개를 당했다.
초반에 너무 대량실점을 하다 보니 큰 부담감을 가진 것이 타격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중심타선 이영운(188cm/95kg, 1루수, 3학년)과 김현수(이날은 중견수로 출전)가 무안타에 그친 것이 컸다. 장충고등학교 송명기는 5이닝동안 103개의 공을 던지며 7피안타 5탈삼진 2자책으로 나름 자신의 역할을 다 했으나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한편 야탑고와의 개막전에서 5이닝 2실점 투구 기록한 뒤 이날까지 휴식을 취한 에이스 서준원(187cm/85kg, 우완 사이드암, 투수)은 7회에 마운드에 올라 3타자를 깔끔하게 마무리 하며 준결승전을 위한 예열을 모두 마쳤다. 3번타자 김현민(183cm/85kg, 유격수, 3학년)은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타선을 이끌었다.
가장 탄탄한 전력을 보유한 팀으로 손꼽히는 경남고는 라이벌 덕수고가 탈락하고 장충고마저 손쉽게 꺾으면서 황금사자기의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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