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일 칼럼] ‘해외전훈금지’ 대한야구협회, 왜 현장과 대화하지 않는가
[전상일 칼럼] ‘해외전훈금지’ 대한야구협회, 왜 현장과 대화하지 않는가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6.2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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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아마야구의 화두는 변혁이다.

고교야구의 투구 수 제한이 시행되었고 지난 4월 17일에는 ‘12월 ~ 1월 전지훈련 금지 및 2월 10도 이하 연습경기 금지’ 법안이 발표되기도 하였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제도들은 가히 혁신적이다. 아마야구의 근간을 바꿔버릴 정도로 파괴력이 무시무시하다.  

 

지난 4월 발의된 겨울철 연습경기 금지 및 해외전지훈련 금지 규칙

 

‘대한야구소트프볼협회’ 가 내놓고 있는 혁신적인 제도는 ‘건강한 아마야구’ 라는 취지를 근간으로 한다. ‘유망주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테제는 강력해서 많은 야구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제도들이 현장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작 본 제도를 적용받는 현장과의 대화 없이 일방향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야구협회에서 발표한 <해외·국내 전훈 금지 및 2월 10도 이하 연습경기 금지 규칙>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첫 번째는 모든 학교에 단체훈련 자체를 아예 금지시키는 ‘제도의 강제성’이 동원되어야 한다. 현 대입 및 프로 드래프트제도 하에서는 무조건 성적을 내야한다. 주말리그에서 기록을 내지 못하면 대학에 가기 힘들고 전국대회에서 보여주지 못하면 프로입성은 언감생심이다. 선수들에게는 인생이 달린 문제다. 성적이 선수의 미래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경쟁적인 현 구조에서는 어떤 형태로 던 선수들은 훈련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전제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눈 내리는 한 겨울에 훈련중인 선수들

 

선수들은 어떤 형태로던 훈련을 해야 하고, 겨울철에 해외 전지훈련을 금지하면 학교에서 훈련을 할 수 밖에 없다(아직 공표가 되지 않았으나 취재 결과 국내 전훈도 갈 수 없도록 규정을 추진하고 있다. 설령 갈 수 있다고 해도 남쪽에는 모든 팀을 수용할 만한 시설이 없고 비용도 해외못지 않게 비싸 큰 의미가 없다). 

그런데 추운 날씨에 특히 대전 위의 지방(서울, 경기)는 훈련을 하다가 더 큰 부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지도자들은 강조한다. 대부분의 학교들은 훈련시설이 충분치 않다. 웨이트트레이닝 장조차도 부실한 곳이 많다. 실내 체육관이 있어도 춥기는 매한가지다. 학교에 설치된 비닐하우스에서 훈련하는 경우도 있다. 기술 훈련은 말할 것도 없고 하다못해 체력훈련 조차도 추운날씨에 하면 다칠 확률이 높다.

얼마전 황금사자기에서도 훌륭한 성적을 거둔 A고교 감독은 “12월 ~ 1월에 야구를 하지 말라는 것인지 아니면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하라는 것인지 확실히 해줬으면 좋겠다. 국내로 조차 전지훈련을 가지 못한다면 12월 ~ 1월에 아예 단체훈련에 대한 전면적인 금지를 하는 것이 맞다. 아니면 오히려 유망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유망주들의 집단 부상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한다. 꼭 이 법안을 시행해야한다면 모든 팀들이 공평하게 법적으로 단체훈련을 못하도록 규정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경기의 한 장면

 

또 하나의 전제는 시즌의 시작을 지금보다 뒤로 더 미뤄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명문 고교 B감독은 “서울·경기는 12월 ~ 1월은 야구훈련을 하지 못하고 2월까지는 사실상 경기를 못한다. 2월이면 아이들의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한다. 개학을 하면 수업을 다 받고 밤에 경기를 하라는 의미인데 영상 10도 이상의 날씨가 몇 일이나 있는가. 있다고 해도 야간경기를 할 수 있는 경기장도 없다. 그럼 공을 던지고 치고 잡는 기술 훈련은 3월부터 들어간다고 보면 되는데 제대로 몸을 만들고 야구 훈련을 해서 시합에 나가려면 최소 4월말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비단 B감독뿐 아니라 다수의 현장 감독들이 요구하고 있는 사항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서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더라도 어떤 형태로던 선수들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 훈련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서울시를 예로 들면 서울의 16개 고교, 중학교 24개교의 선수들이 추위에 떨지 않고 기초 체력 훈련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어야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 선수들

 

전지훈련 금지제도를 시행하는 가장 큰 명분은 학부모들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기 위함이다. 그러나 시설 확장 없이 무작정 전지훈련을 금지시켜버리면 이는 사교육의 확산을 가져올 뿐이다. 지금도 수없이 많은 야구레슨 등이 성행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2월 이후에 국내로라도 전지훈련을 가겠다는 학교들이 많아지면 부모들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꼴이 되어버린다. 이 제도를 실시하는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

국내로 전지훈련을 간다고 비용이 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최근 서울시 대회에서 많은 우승을 차지한 명문 C중학교 감독은 “보통이 동계훈련 비용이 300만원 정도다. 아껴서 쓰면 250만원 정도로도 가능하다. 우리가 작년에 대만으로 한 달 다녀왔는데 간식비 포함 그 정도 비용을 썼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헬스장·수영장 사용, 호텔에서 자고 먹을려면 300만원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 이상의 돈을 쓰고도 추운데다 팀들이 몰리면 그마저 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궁극적으로 중고 선수들의 전지훈련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춥지 않고 저렴하게 기초 운동을 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겨울철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쉐도우 피칭을 하고 있는 선수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지난해 수차례 지도자 간담회 및 공청회를 통해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했으며 학계와 방송계 의료계 그리고 경기인 출신 등 각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TF를 구성하여 학생 선수의 부상 방지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선수활동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했다”고 밝힌바있다. 그러나 현장은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A 감독은 “중·고교는 교육부 관할이고 관할 교육청의 메뉴얼에 의거하는 기관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학교에 군림하는 기관이 아니다. 우리는 TF팀이 어떻게 이런 제도를 내놓았는지 전혀 그 과정을 모른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작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추진 지도자 간담회 사진

 

한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 현장과의 소통은 필수적이다. 지금부터라도 공개적인 대화를 통해서 제도의 문제점을 시정보완하면 더 나은 제도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 현장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제도는 그 본질조차 퇴색되기 마련이다.

분명 취지는 훌륭하다. 언젠가 가야할 길인 것도 맞다. 그러나 ‘선수들의 건강’ 이라는 대의만을 가지고 밀어붙이기에는 현장과의 괴리가 너무나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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