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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상박의 대결, 끝을 알 수 없는 접전! 그래서 더 값진 현일고의 우승
용호상박의 대결, 끝을 알 수 없는 접전! 그래서 더 값진 현일고의 우승
  • 변동민 기자
  • 승인 2018.06.28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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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김우진의 스파이크를 내세운 현일고, 속초고 상대로 세트 스코어 3대2로 우승

영광 스포티움에서 열린 2018년 영광배 전국 남녀 중고 배구대회의 마지막 날인 지난 27일(수), 대회는 남중부와 남고부의 경기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새로운 우승후보들이 등장하여 대회의 끝까지 결과를 점칠 수 없었던 이번 대회는 새로운 스타와 팀들이 대거 탄생하였다.

특히 남고부의 대결은 지난 7년간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입상만 해왔던 현일고(감독: 손원철)과 최근 대회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속초고(감독: 조길현)로 이루어져 아마배구 팬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대결이었다. 현일고는 지난 2016년도 영광배 배구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것 외에는 최근 영광과는 인연이 없었고, 속초고도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였다.

현일고는 주장 김우진(192cm, 3학년, 레프트)를 필두로 신승훈(196cm, 3학년, 세터), 이신빈(185cm, 3학년, 레프트), 김현재(190cm, 3학년, 라이트), 서성진(190cm, 3학년, 센터) 그리고 이동건(174cm, 3학년, 리베로)가 출전하였다.

속초고는 주장 진장우(188cm, 3학년, 라이트)와 고우혁(184cm, 3학년, 레프트), 권순용(185cm, 2학년, 센터), 송민근(170cm, 3학년, 레프트), 이채진(180cm, 2학년, 세터) 그리고 박재민(177cm, 2학년, 리베로)가 선발 출전하였다.

 

큰 키를 이용한 현일고의 블로킹

프로필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두 팀은 신장차이가 많이 나는 팀이었다. 특히 배구 같은 스포츠는 높이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유는 높이가 다른 스파이크가 성공률이 높고, 블록이 높을수록 방어력이 높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한 눈에 들어오는 키 차이는 경기의 결과를 조심스럽게 예견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경기는 예상외로 팽팽하게 흘러갔다. 오히려 1세트는 속초고가 분위기를 가져갔다. 속초고는 다부진 팀워크를 가지고 있었고 안정적인 리시브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있었다. 그리고 신장에 비해 점프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았고 블로킹 성공률도 꽤 높은 편이었다.

현일고에는 한명의 히어로가 있었다. 시종일관 스파이크를 성공시키며 속초고를 긴장하게 만든 사나이, 그의 이름은 김우진이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스파이크 4개를 연속으로 성공시키면서 속초고를 긴장시켰다. 단연 홀로 스타플레이어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격이 오픈으로만 이루어진 단조로운 현일고의 공격 방식은 속초고의 다양한 공격 패턴에 밀리기 시작했다. 김우진의 스파이크를 속초고 선수들이 블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속초고도 강한 스파이크로 오픈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빛을 발한 선수가 한 명 있다. 그는 속초고의 송민근 이었다. 송민근은 신장이 170cm밖에 되지 않았다. 전혀 레프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그는 엄청난 점프력과 스파이킹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현일고 김우진의 스파이크가 길을 잃으면서 현일고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빠른 공격으로 점수를 올리기 시작한 속초고는 송민근과 고우혁의 활약으로 현일고와 점수 차를 4~5점씩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일고는 서브 실책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공격권을 어이 없이 빼앗기기 시작한 현일고는 1세트를 20대25로 속초고에게 내어 주고 말았다.

단순한 공격 패턴의 현일고의 패배가 예상되는 순간이었다. 2세트도 마찬가지로 속초고에게 밀릴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신장을 이기는 속초고의 움직임이 대단하였기 때문이다.

 

강한 스파이크로 연속 득점하는 현일고의 김우진

 

2세트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시작되었다. 현일고가 더욱 팀워크를 다지는 분위기였다. 초반 스코어는 6대7, 속초고가 미묘한 차이로 앞서고 있었다. 그리고 중반부터는 현일고를 완전 앞지르기 시작했다. 빠른 스파이크와 속공, 시간차 공격은 현일고의 수비진을 당황시키기에 충분 하였다. 특히 리시브 실패율이 점점 높아지는 현일고는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듯 보였다.

2세트 중후반 스코어는 13대17, 속초고가 완전히 우승의 깃발을 잡는 듯 보였다. 하지만 현일고는 그전까지의 경기 내용은 워밍업정도로 생각 할 만큼 경기력에 빠른 변화를 보였다. 이신빈과 김현재도 스파이크 대열에 동참하면서 사방에서 스파이크가 쏟아져 나왔고, 블로킹 성공률도 높아졌다. 그리고 가끔 터지는 서성진의 속공 공격은 속초고를 흔들어 놓았다.

그때부터 속초고의 실수가 연발하기 시작하였고, 세트 스코어 24대23으로 속초고의 승기를 따라 잡았다. 2세트의 마지막은 현일고 신승훈과 서성진의 블로킹이었다. 2세트를 현일고가 가져가면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승부가 시작 되었다.

 

스파이크 뿐만 아니라 강한 서브로 상대를 긴장 시킨 김우진

 

3세트는 현일고의 김우진의 독무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김우진은 오픈과 백어택을 번갈아 가면서 하며 고득점을 하기 시작 했다. 스파이크가 강한 김우진이었지만 공격 패턴을 파악한 속초고 선수들에게 번번이 블록 당하면서 타점을 바꾸기 시작했다. 타점을 조금 높인 그의 스파이크는 속초고 선수들의 손끝을 맞고 나가면서 득점으로 연결되기 시작하였다.

김우진은 3세트에 절반에 가까운 득점을 혼자 하였다. 대단한 일이었다. 그의 체력과 힘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기의 분위기가 현일고로 기울면서 서성진의 속공 공격도 승리에 힘을 더하였다.

하지만 이런 날카로운 공격에도 속초고는 선방하였다. 고우혁과 송민근, 두 레프트들은 자리를 바꾸어가며 강하고 빠른 스파이크로 현일고를 흔들었다. 현일고의 높은 블록 벽을 보며 공격을 다양하게 하는 노련함을 보여주었다.

팽팽하게 흘러가던 3세트는 어느덧 24대22로 현일고가 경기를 가져 갈 것처럼 전개 되었다. 속초고의 3세트 마지막 작전 타임, 필승의 전략으로 진중한 표정의 속초고는 24대 24 동점으로 경기를 끝까지 예상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연속으로 두 번의 공격에서 실책을 한 속초고는 어이 없이 현일고에게 3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영광배 남고부 우승 트로피를 받은 김우진(좌)과 신승훈(우)

 

이어지는 4세트, 엎치락뒤치락하는 경기는 4세트에서도 이어 졌다. 다른 세트와 마찬가지로 초반 분위기가 팽팽하였다. 세트를 거듭할수록 스파이크 성공률이 높아지는 김우진은 초반 내리 득점에 성공하였다. 속초고는 김우진을 잡지 못하면 이번 세트도 지키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초반 분위기는 현일고가 완전히 가져갔지만 기운이 떨어진 것 같은 김우진의 연속 실책과 단순한 공격 패턴은 속초고에게 다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속초고가 연속으로 블록을 성공시키면서 스코어를 가져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기 후반 21대23으로 속초고는 역전에 성공했다.

백중지세의 대결은 누구의 승리로 돌아갈 것인가. 4세트 스코어도 또 24대24 동률을 이루었다. 듀스 상황에서 두 팀의 집중력은 최고에 달하였을 것이다. 그 이유는 한 팀은 우승하게 되고 한 팀은 2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일고는 경기 내내 서로 독려해주며 팀워크를 다졌다.

 

현일고 김우진의 어깨가 무거웠을 것이다. 현일고의 승리를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었을 것이다. 경기 중 미소를 자주 보이던 그는 더 이상 웃지 않았다. 그의 플레이는 두 번 연속으로 실패 하였다. 스파이크의 타점이 너무 높아 모두 아웃 되었기 때문이다.

김우진의 실책으로 4세트는 속초고가 가져가게 되었다.

세트 스코어 2대2, 마지막 5세트는 모두가 극도로 예민하고 긴장한 상태에서 시작하였다. 각 학교의 응원석 열기 또한 대단했다. 서로의 팀이 우승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다.

5세트는 15점을 먼저 따내는 팀이 승리한다. 다시 자신감을 얻은 속초고는 초반 공격에 박차를 가하였다. 그리고 현일고 김우진의 스파이크를 연속 블록 하여 승리의 여신을 만나는가 싶었다. 스코어가 6대10까지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현일고는 경기 초반에 작전타임을 다 쓰면서 작전과 플레이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그 결과는 좋지 못했다.

 

우승을 축하하며 코치를 헹가래 하는 현일고 선수들

 

 

하지만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모두 속초고가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한 그때 현일고의 막판 공격이 부활하였다. 팀 동료들의 응원과 격려를 얻은 김우진이 다시 부활하기 시작하였다. 다시 힘이 실린 스파이크를 하기 시작하였고 속초고 선수들은 힘이 빠진 듯 보였다.

신장이 작은 속초고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장신 선수들이 많은 현일고 선수들을 5세트까지 방어하기에는 무리였던 것 같다. 후반 집중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실책률이 높아지고 블록 라인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정만 대역전의 드라마였다. 또다시 14대14 듀스, 응원석은 마지막 숨죽여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현일고의 손을 들어 주었다. 힘이 빠진 속초고 선수들이 현일고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난형난제의 플레이를 보여 주었던, 그리고 팀 색깔이 분명하게 달랐던 두 팀의 대결에서 승자는 현일고가 되었다. 현일고의 7년 만에 이루어낸 우승은 끝까지 긴장되는 경기를 통해 얻어 졌기 때문에 더욱 갚졌을 것이다. 현일고의 부활은 앞으로의 플레이가 더욱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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