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인터뷰] '성적보다는 성장' … 축구 철학자 오산중 김영진 감독의 소신
[명장인터뷰] '성적보다는 성장' … 축구 철학자 오산중 김영진 감독의 소신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7.08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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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것보다 그 안에서 어떤 발전성이 있고 어떤 미래를 공유할 수 있느냐가 중요”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지만 오산중의 김영진 감독은 준비된 지도자다.

그는 중동중학교에서 12년간 재직하면서 수많은 우승트로피를 선사한 중등 축구계의 명장이다. 그런 그가 2016년에 오산중으로 적을 옮겼다. 그리고 팀을 맡은지 3년째. 올해 오산중은 감히 ‘무적’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는 몇안되는 팀이다.

비록 지난 전국 소년체전에서 포철중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우승을 놓치지는 했지만 딱 1패뿐이다. 그 외에는 그 어떤 팀에게도 패배를 허락하지 않았다. 프로 산하 던 일반 학교 던 상대를 깡패처럼 깨부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그 어렵다는 서울시 예선도, 춘계중등연맹전 프로권역도, 주말리그도 오산중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굉장히 들뜬 마음으로 오산중에 대한 자랑을 들으러 방문을 했으나 기자의 기대는 산산 조각났다. 

그는 너무도 냉철했고 침착했다.  팀의 업적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보였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한다며 너무도 조용하게, 선수들을 다그쳐서 기자를 무안하게 만들었다.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떤 발전성이 있고 어떤 미래를 공유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의 말은 마치 축구감독이 아닌 철학자와 대화를 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김 감독의 말 속에 위기의 한국축구가 걸어가야 하는 방향성이 보이는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오산중학교 김영진 감독

 

▼ 오산중에 오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는가.

내가 12월 중순정도에 제의를 받았었다. 그때는 늦은 시기다. 그래서 고민도 했다. 거기에다가 중동은 내 모교이기도 했다. 코치까지 포함해서 12~13년 정도를 중동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다보니까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같은 중학교이지만 프로산하라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틀에서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여기에 오게 되었다.

 

▼ 당시 성적이 좋았다. 많이 붙잡지 않았나.

쉽지 않은 결정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반대로 보면 내가 떠나야지 누군가가 또 새로운 기회를 잡고 하는 것이기에 아주 아쉽다거나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주말리그 중등부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김영진 감독

 

▼ 중동중학교 시절 서울협회장기 3연패, 춘계중등연맹전 왕중왕전 우승 등 굵직굵직한 대회에서 성적을 냈다. 그때 이야기를 좀 해 달라.

그때 당시에는 프로산하 팀들이 자리를 잡기 전이었다. 중동이라고 하면 괜찮은 선수들이 많이 오고 싶어 하는 학교였다. 오래전부터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자리가 잡혀있는 학교다 보니까 잘 교육시키다 보니 그런 좋은 결과들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 프로산하와 일반 학교가 가장 많이 다른 것이 무엇인가.

제일 간단한 것은 부모님들의 회비로 이뤄지는 부분이고 학교와의 유대관계가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러나 여기는 부모님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드리지 않기 때문에 선수들에 대한 공정성을 가지고 대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다른 부분이다.

 

▼ 최근 보면 프로산하와 일반학교간의 트러블이 좀 심하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이 없을까.

사회라는 것이 하나의 생각을 공통적으로 공유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두 팀에 모두 적을 두고 있다 보니 참 안타까운 면이 많다. 시간이 좀 오래 걸리더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접근해야지 않을까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산하 팀끼리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도봉중과 오산중의 경기 장면

 

▼ 오산중에 있는 선수들은 무조건 오산고가 지정을 하면 가야하는 시스템인가.

맞다. 현재는 그렇게 되어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중요한 것은 궁극적으로 FC서울의 프로선수가 되는 것이다. 오산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오고 싶은 학교, 그리고 최대한 많은 선수들이 프로선수가 될 수 있는 꿈을 이뤄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 4-2-3-1을 많이 쓰더라. 왜 4-2-3-1을 사용하는가.

보통 상대가 밀집수비를 하는 형태를 많이 가져가다보니까 측면공격에 대한 윙백들을 많이 올려서 사용하려고 생각을 하고 있다. 4-1-4-1을 사용하기도 한다.

 

김 감독의 지도아래 최고의 골게터로 성장한 강성진

 

▼ 강성진 선수에 대한 이야기 좀 부탁한다.

일단 밝다. 그리고 끼가 있는 아이다. 그것이 나쁜 끼는 아니고 좋은 끼를 가지고 있는 선수다. 중요한 것은 중학생보다는 앞선 피지컬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2차 성장을 이룬 선수들과 큰 차이가 없어지기 때문에 지금부터 부족한 부분을 잘 준비해서 그 이상의 기량 발전을 이뤄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수비수는 피지컬이 굉장히 대세로 인정받는 시대다. 그런데 안재민을 센터백으로 만들어낸 이유가 있을까.

안정감이 있고 무엇보다 차분하다. 그리고 경기에서 들쑥날쑥한 부분이 없다보니까 그런 것들이 장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경기를 읽는 부분들이나 냉정함들이 재능이 있는 선수다보니까 센터 백으로 두게 되었다.

 

▼ 오산중만의 장점이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전체적으로 요소요소가 괜찮은 것 같다. 상대를 깨뜨릴 만한 선수들도 보유를 했고, 상대를 깨뜨리게끔 흐름을 유지해주는 선수들도 있고, 빠른 선수도 있는 등 조화가 상당히 잘 되어있다. 이것이 장점의 전부다. 나는 감독이다보니 우리 팀의 단점만 보이더라(웃음).

 

전국소년체전 당시 김영진 감독의 모습

 

▼살짝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다. 오산중은 전국에서 최강의 팀이다. 그런데 오산고는 전국대회 우승이 하나도 없다. 이런 부분들이 살짝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내가 생각할 때는 지금 고3이 되는 선수들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교육을 받아서 올라간 선수들이다. 지금 당장의 성적을 내는 것 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팀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오산고에 감독님 제자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

정한민, 권성윤, 진선준, 김성민, 서요셉 등이 내가 처음 부임했을 때 있었던 선수들이다. 더 노력해서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틀을 깨서 더 높이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스카우트를 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점적으로 보나.

내가 하는 것이 아닌 스카우트를 하는 담당부서가 따로 있다. 그 분들이 여러 번의 관찰을 통해서 선수를 뽑아온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을 다루는 기술들이 분명히 있어야 되고 좀 더 영리하면 더 좋을 것이다. 특히 상대를 두고 공을 다루는 영역이 실전에서는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많이 본다. 물론 피지컬, 영리함, 테크닉 등을 모두 갖추면 좋겠지만 선수가 그럴 수는 없으니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나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오산중 선수들의 저녁 식사시간

▼ 어린 선수들이라서 생활에 대한 통제도 중요할 것 같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 정하고 압박 주고 안 지키면 혼내고 하면서 우리는 살아왔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이 어린 아이들이 부모님을 떠나와서 생활을 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권한은 준다. 대신 거기에 따른 책임을 부여한다. 나는 숙소 내에서는 최대한 편안함을 주려고 많이 생각을 하고 있다.

 

▼ 김영진이라는 감독은 이것만은 용납할 수 없다는 그런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존중’이다. 동료들과 공평해야하고 코치와 감독 관계도 공평하고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선배라고 해서 후배를 무시한다거나 잘한다고 해서 잘 못하는 선수를 무시한다거나 하는 행위들에 나는 많이 민감하다. 축구를 떠나서 한 사람의 인격체로 커나가는데 있어서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오산중 정도 되는 팀이면 소위 말해서 공을 오래 잡고 있는 다거나 골 욕심이 많다거나 하는 튀는 선수들이 많을 것 같다. 이런 부분들을 감독님은 어떻게 조화를 시키는지 궁금하다.

올해가 3년차인데 작년까지만 해도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많이 힘들었다. 아무래도 여기에 오는 선수들은 중학교 때까지는 공을 잘 다루고 공을 잘 다룬다는 선수들이 오다보니까 그런 욕심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조화가 잘 안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공을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말라고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동료들과 상황을 고려하면서 본인이 공 갖는 시간을 늘리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또한 당연히 볼이 없을 때는 동료들과 같이 움직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공을 잡은 사람들은 동료들의 움직임을 고려하려고 해야 하고 그것이 나는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는 무엇인가.

요즘에는 축구 자체가 빨라야 되고 정확해야 되고 여러 가지 잘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어린아이들이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어떤 축구를 하겠다는 것 보다는 아직 어린 학생들이다보니 많은 것을 접할 수 있는 그런 축구를 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 선수들이 워낙 많이 이기고 또 많은 것을 이루다보니 매너리즘에 빠지지는 않는가.

운이 좋게도 나는 전에도 지금도 나는 많이 이기는 팀에 있었다. 하지만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발전할 수 있느냐, 그리고 본인의 동기부여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빠르고 정확한 축구

 

▼ 최근에는 프로팀들이 유소년 프로산하 팀을 운영하는 것을 꺼려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유스에서 자원들이 나올 수 있다는 확신이 중요하다. 육성은 오래 걸린다. 선수사오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래도 최근에는 옛날에 비해서는 긍정적인 부분들이 많이 나아지고 있는 것이 보여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 유소년 축구에 대해서 아쉬운 점이 무엇인가.

문화나 역사도 축구에 접목이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어린 아이들이 환경은 이루어져 있지않고 정서적으로 아이들도 아직 잘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빨리 빨리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을 강요한다는 이런 문화는 좀 아쉽다.

 

▼육성과 성적을 동시에 잡기 위한 감독의 노하우를 이야기 해달라.

뛰는 선수만이 아닌 모든 선수들이 내가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인식을 아이들에게 시켜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이들에게 다 잘해줄 수는 없겠지만 모든 선수들에게 각자의 역할과 동기부여를 주는 것. 그리고 네가 팀의 중요한 일원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 이것이 나의 노하우이다.

 

"이기는 것 보다 그 안에서 어떤 발전성이 있느냐가 중요"

 

▼ 왠만하면 오산중을 나온 선수들은 거의 다 오산고로 가지 않나.

그렇다. 구단 자체 내에서도 오산중에서 힘들게 육성한 선수들이니만큼 왠만하면 다 흡수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 상투적인 질문이지만 이 질문으로 마무리를 하겠다. 남은 목표가 어떻게 되는가.

기록에 그렇게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어떤 발전성이 있고 어떤 미래를 공유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졸업을 했을 대 정신적으로도 성장해 있어야 하고 기록적으로도 발전해있어야 한다. 중학교 과정에서 고등학교로 진학을 할 때 어느정도 완성도를 높여서 갈 수 있는지를 가장 신경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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