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기 Behind] ‘진통제 투혼’ 이희윤, 포철고의 간절함을 대변하다
[청룡기 Behind] ‘진통제 투혼’ 이희윤, 포철고의 간절함을 대변하다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8.0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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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 다해 후회 없는 대회 … 상대 우승 지켜보는 것 기분 좋지 않아”

고교야구에서 '투혼' 이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투혼으로 포장된 혹사와 그러한 혹사로 인해 피기도 전에 사그라드는 유망한 선수들을 지금껏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론 그렇게 무리를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마운드를 지키는 선수들을 보면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지고 또 아플 때가 있다. 포철고등학교 이희윤(189/79, 우우, 3학년)의 경우도 그런 케이스다. 
 

마운드에 서 있는 이희윤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비장해보인다

 

포철고등학교(이하 포철고)는 이번 청룡기에서 극한의 전력을 쥐어짜냈다.

결승에 1학년 이외에는 아예 나올 투수가 없었다. 그 1학년들마저도 거의 전날 용마고와의 준결승전에서 던졌던 투수들이다. 준결승에서는 야수인 조일현까지 4이닝을 소모하는 바람에 마운드에 올라오지 못한다. 사실 0-10 으로 경기가 끝나버려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결승전이었다는 평가도 그래서다.

그럼에도 포철고 선수들은 포기할 수 없었다. 사상 첫 전국대회 결승이다. 언제 또다시 이런 기회가 올 지 알 수 없다. 3학년 선수들에게는 평생 딱 한 번 오는 기회다. 1~2학년들도 다르지 않다. 인원이 부족하고 전력이 강하지 않은 포철고 선수들에게는 천재일우의 기회다. 단순히 힘들어서, 아퍼서 이 기회를 포기하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 

 

 

1학년 최예한이 사실상 모든 짐을 짊어졌다. 사실 최예한이 무너지면 그대로 경기는 끝이 나는 것이었다. 그냥 그대로 깔끔하게 포기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기회가 왔다. 6이닝 4실점의 투구를 1학년 투수가 보여준 것이다. 예상치 못한 반전이었다.

그리고 이희윤이 등장했다. 그는 끝까지 근성 있는 투구로 팀을 이끌었다. 경기 후 만난 이희윤에게 대뜸 “27명의 기적”이라고 말하자 이희윤은 “21명의 기적”이라고 반박한다. 등록된 인원은 총 27명이지만 유급, 재활, 수술 등의 이유로 현재 목동에 와있는 선수는 21명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결승 당일 마운드위에 진통주사를 맞고 올라와 3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번 대회에서 너무 팀에 보탬이 못되어준 것 같아서 미안하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적은 이닝이라도 던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후회는 없다” 라고 말한다.

이희윤은 팀 내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다. 그러나 이번 청룡기에서 이희윤은 거의 던지지 않았다. 제주고 전에서 잠깐 나섰으나 4안타를 맞는 등 매우 부진했다. 몸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에서만큼은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다는 강한 의지로 경기에 나섰다. 그는 “진통주사를 맞으니 통증은 없어서 괜찮았는데 그래도 몸 상태가 100%가 아니다보니 스피드가 잘 안 나오더라. 그것이 좀 힘들었다” 라고 말한다.

그는 간절함이라는 단어를 썼다. 이번 대회 포철고의 기적은 '간절함' 이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그는 말한다. 지난 대회 32강에서 패하고 이를 갈고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는 말도 덧붙인다.

“32강 북일고 전을 바라보며 이번 대회에 왔다. 만일 그 경기를 지면 숙소 앞에 언덕이 있는데 그 언덕을 죽어라 뛰겠다고 선수들과 약속을 했다”라고 이번 대회에 임했던 포철고 선수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착시현상일까? 왠지 그의 눈시울이 붉어보인다

 

그에게 자랑스러운 준우승의 소감을 물었다. 이희윤은 “아쉬움 밖에 없는 것 같다. 후회는 안하는데..... 그래도 아쉽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떨군다. 그러나 이내 씩씩하게 다시금 고개를 들고 다음 대회의 목표를 밝히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성적 냈다고 그냥 흘러들어가지 않겠다. 우승의 순간을 지켜보는 것은 그다지 기분이 좋지가 않다. 다음 대회 때는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우승팀 시상식에 참가하고 싶다”

지난 청룡기에서 포철고가 보여준 투혼은 놀라왔다. ‘원 팀 원 스피릿’ 이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포철고를 지칭하는 단어 다름 아니었다.

대통령배가 시작 되었다. 그러나 지난 청룡기 결승전의 여운은 쉬이 잊혀질 것 같지 않다.

이번 대통령배에서는 포철고가 어떤 아름다운 드라마를 펼쳐보여 야구팬들의 가슴을 먹먹하지 할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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