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문고 김영직 신임 감독 “때릴 일 있으면 내가 처리할테니 나한테 이야기하라고 했다"
휘문고 김영직 신임 감독 “때릴 일 있으면 내가 처리할테니 나한테 이야기하라고 했다"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11.11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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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세우는 원칙을 따라주는 것이 중요, 원칙 안 지키는 선수와 함께 갈 수 없다" 강력 메시지

(서울 =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  = 김영직 감독은 프로에서 잔뼈가 굵은 감독이다. 1987년 MBC청룡에 입단해 LG트윈스의 1990년 창단 우승멤버이기도 하고 2012년 팀을 나올 때까지 한 팀에서만 무려 25년을 팀에서 수비, 타격 수석, 2군 감독 등을 역임하며 헌신했다. 지난 2015년 포철고 감독으로 부임한 김영직 감독은 팀을 맡은 지 3년 만에 ‘개교 이래 첫 청룡기 결승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한 바 있다. 

그런 김영직 감독이 모교인 휘문고로 돌아왔다. 11월 1일은 김영직 감독의 취임 첫날이었다. 이 팀에 잘하는 선수가 누가 있어요? 라고 김영직 감독이 오히려 기자에게 웃으며 반문을 할 정도로 아직 휘문고 유니폼을 입은 김영직 감독은 모든 것이 어색해보였다.  


1. 포철고의 명장 김영직, 모교인 휘문고로 자리를 옮기다


포철고는 2018년 돌풍의 팀이었다. 팀 인원이 30여명 밖에 되지 않아 야수인 조일현이 마운드에 올라가면서까지 결승에 진출하고, 이희윤이 진통주사를 맞아가며 이뤄낸 투혼의 청룡기 준우승은 많은 야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11월 1일 휘문고에서 만난 김영직 신임감독

 

Q) 감독님의 취임 인터뷰를 하게 되어서 무한한 영광이다. 먼저 포철고에서 휘문고로 옮기게 된 배경이 어떻게 되시는지 궁금하다
A) 휘문고등학교 이명수 감독님이 갑자기 그만두시면서 휘문고 출신이기도 하고 최근 3년간 아마야구에 적이 있는 저에게 급작스럽게 제의가 들어왔다. 고민은 좀 했다. 나는 나이가 있어서(김영직 감독은 1960년생) 현역에서 뛸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모교로 돌아가 감독을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어서 이곳에 오게 되었다. 

Q) 포철고에서 많이 아쉬워하실 것 같다. 
A) 아쉬워하시기는 하셨다. 하지만 누군가 나가야 또 새로운 자리가 생긴다. 지금 있는 코치들이 너무나도 팀을 잘 이끌어왔다. 그 코치들이 감독 자리에 올라 포철고를 이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곳에 오기 전에 학교에다가도 우리 코치들을 강력추천하고 나왔다. 

 

2018 기적의 팀 포철고등학교 - 사진은 청룡기 준결승 장면

 

Q) 포철고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인지 궁금하다.  
A) 포철에서는 딱 3년 있었다.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올해 청룡기 결승전이고, 2015년 11월에 했던 청룡기도 기억에 남는다. 당시 고척동 개장기념으로 청룡기를 했는데 내가 부임 딱 일주일 된 시기였다. 그때 준결승까지 올라갔었다. 아마추어는 처음이었는데 선수들이 너무 잘해서 준결승까지 간 것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선수를 잘 만났다. 선수들이 잘하는 것은 코치들이 잘해 서지 결코 내가 잘나서는 아니다.

 

롯데자이언츠에 지명된 포철고 김동규
롯데자이언츠에 지명된 포철고 유격수 김동규

 

Q) 롯데자이언츠에 지명된 제자 김동규 선수에 대한 이야기도 살짝만 부탁한다.  
A) 2차 2번 정도는 지명될 줄 알았는데 좀 아쉽다. 지명 순위가 내가 예상한 것 보다 훨씬 더 낮더라. 2루수 출신인데 가진 능력이나 체격조건은 상당히 좋다. 수비 쪽에서만 보면 올해 나온 선수 중 최고라고 감히 자부한다. 지명을 뒷 순번에 받은 것은 타격 성적이 안 좋아서다. 지명 받은 이후 협회장기에서 홈런도 2개나 치고 잘하더라. 우려되는 것은 땀을 많이 흘리는 스타일이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운동 해야 하는 프로에서 체력적으로 괜찮을지 여부다. 수비좋고 홈런을 칠 수 있는 키 185cm의 유격수라면 대형유격수의 자질 아닌가. 

 

2. 포철고와 대척점에 서 있는 휘문고, 김영직 감독의 대답은 확고했다. 

휘문과 포철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서울과 지방의 차이도 있겠지만 야구 스타일, 선수들 특성 등 거의 대척점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팀이다. 과연 김영직 감독은 휘문고에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일까.  

 

취임 첫날 선수들의 타격을 지도하는 김영직 감독

 

Q) 포철과 휘문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특히 강남의 한복판에 있는 학교이고 훌륭한 선수들도 많아서 항상 이슈의 중심에 있는 학교이기도 하다. 
A) 그런가(웃음). 그래도 야구는 어디서 하든 똑같다고 생각한다. 휘문의 문화도 존중할 것은 존중해야한다. 이곳에 와서 이틀 전에 부모님과 상견례를 한번 했었다. 나는 학생으로서 해야 할 일만 한다면 자유를 주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다만 내가 세운 원칙은 따라줘야 한다. 


Q) 서울은 인원이 많기 때문에 진학과 성적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A) 솔직히 나도 그게 가장 고민이다. 그래도 와서 보니까 배명·서울보다는 인원이 적더라. 내년 3학년이 13명이면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그래서 조금 안심을 했다(웃음). 3학년 투수가 6명인데 그 안배를 잘 해줘야 할 것 같다.  

Q) 진학과 성적의 괴리에서 학부모님들과의 마찰도 생길 것 같다. 
A) 나도 내 제자들이니까 진학을 생각 안 할 수는 없다. 기회는 줘야 할 것 이다. 기회를 줬는데 자기가 못하면 그건 어쩔 수가 없다. 팀 전체를 챙겨야 하는 감독으로서도 도리가 없는 것 아닌가. 선수 하나를 위해 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또 하나 감독이 라인업을 쓰는 것은 내 기분에 따라서 쓰는 것이 아니다. 상대 팀에 대한 분석을 하고 수많은 고민을 하고 라인업을 쓰는 것이다. 작전도 마찬가지다. 그에 대해서 반발을 하면 나는 그 선수와는 함께 갈 수 없다고 엊그제 학부모님들과 선수들과의 첫 만남 자리에서 명확하게 이야기했다.   

 

3년연속 휘문고 1차지명... 사진은 김대한

 

Q) 휘문은 3년 연속 1차 지명을 배출할 정도의 명문교다. 하지만 올해 성적은 안 좋았다. 이를 두고 선수들의 기량은 훌륭한데 팀워크의 문제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감독님이 밖에서 보는 휘문은 어떤 팀이었나.  
A) 내가 보는 시각도 비슷하다. 휘문고가 지난 10월 포항에 협회장기 때문에 내려온 적이 있었다. 그때 연습 장소가 없다고해서 포철고와 합동 연습을 한 적이 있다. 스타일은 정말 좋은 애들인데 뭔가 산만해 보이고 집중력이 떨어지더라.  

 

3. 이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비 … 지방보다 열악한 야구 환경 안타까워 

풍요 속에 빈곤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휘문고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유하다는 강남의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는 학교다. 하지만 기자가 처음 휘문고를 방문했을 당시 깜짝 놀랐었다. 야구 환경이 너무 열악해서다. 

 

학교에서 훈련중인 휘문고 선수들

 

Q) 감독님이 처음 입학하셨을 때 휘문고는 어땠나. 
A) 휘문고는 내가 입학할 때만 해도 종로 쪽에 있다가 3학년 때 강남으로 이전했다. 그러니까 내가 강남 휘문고 1기 졸업생이다. 그때만 해도 휘문은 야구를 잘 못했다. 선수도 없었고 학교에서도 크게 기대를 하는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임채섭 등 신용산중학교를 졸업한 애들을 스카우트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나아졌던 것 같다. 내 세대, 1년 밑, 2년 밑의 애들까지는 야구를 잘 못했다(웃음). 

Q) 솔직히 이 학교에 처음 들어왔었을 때 너무 야구 환경이 열악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A) 서울에는 야구장 있는 학교가 거의 없다. 숙소시설도 없다. 자율형사립고다보니 수업에 대한 부분도 엄격해 연습은 4시 이후부터 가능하고 주말에는 운동장을 외부에 빌려주기 때문에 연습이 불가하다. 학교에서 배려를 해줘서 일주일에 이틀은 남양주의 야구장으로 나가지만 한창 연습을 해야 할 선수들인데 야구 환경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부분들이 최근 지방세가 강한 것에도 영향을 어느 정도는 미친다고 봐야한다. 대구를 예로 들어봐도 상원고는 2군 프로구장 규모의 구장 보수 및 인조잔디를 지금 깔고 있고 대구고와 경북고도 학교 내의 야구장을 구비하고 있다. 수십억을 들여 숙소도 새로 짓고 있다고 하더라. 물론 서울에서 물건은 많이 나온다. 소위 말하는 대물들이 많긴 한데 훈련을 시켜서 B급을 A급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은 여건인 것이 사실이다. 

Q) 포철은 굉장히 끈끈한 야구를 구사하는 팀이었다. 감독님은 휘문고도 그렇게 만드실 예정이신가. 
A) 아마추어 야구에서는 수비가 제일 중요하다. 포철고가 제일 잘했던 것이 수비였다. 휘문도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4. “때릴 일 있으면 내가 처리해 줄 테니 나한테 이야기하라고 했다” 
 

휘문고등학교는 작년 안우진의 학교폭력 사태로 큰 홍역을 앓았다. 최근에는 대전제일고의 폭행사건이 공론화되며 학교폭력에 대한 여론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조심스럽게 폭력사건에 대한 김영직 감독의 생각을 물었다. 

 

"폭력은 절대 안돼"...  김영직 감독의 강력한 메시지

 

Q) 이런 질문을 드리기 죄송하다. 하지만 휘문고는 작년 안우진 선수의 폭력사태로 큰 홍역을 앓았고 지금도 많은 지탄을 받고 있다. 
A) 들어서 알고 있다. 최근 대전제일고 사건도 알고 있다.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 사실 내가 야구 하던 시절에는 일상이었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엊그제 내가 아이들하고 처음 만난자리에서 “내가 듣기로는 여기 폭력 사건 있었다고 들었다. 사실이냐”라고 물으니 아이들이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안하더라. 그래서 내가 “때릴 일 있으면 나한테 이야기해라. 너희들이 때릴 수밖에 없었던 큰 잘못이라면 내가 대신 처리해줄께”라고 말했다. 거기에 한마디 덧붙였다. “너희들은 후배들 때릴 만큼 잘했어?” 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포철고 조일현 이야기를 했다. 조일현은 주장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지만 운동 및 여러 가지 생활적인 측면에서 정말 솔선수범하는 선수였다. 그래서 조일현이 후배들에게 뭐라고하면 후배들 아니 동기들까지도 아무 말도 못 한다. 

Q) 운동부이기 때문에 기강이 필요하고 그래서 불가항력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A)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분명 야구단에 규율은 필요하고 각자의 역할이 있다. 일례로 배트당번·볼 당번은 1학년들이 해야 할 일이다. 자신이 맡은 역할을 외면하면 본인이 원하는 곳에 전학가서 야구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런 것 까지 부인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그 안에 폭력이 들어가는 것이다. 폭력은 절대 안 된다. 폭력으로 만들어지는 기강은 기강도 아닐뿐더러 그런 기강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팀워크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Q) 프로에서 오랜 기간 지도자생활을 하시다가 아마추어 지도자로 들어섰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 

A) 프로에서는 자기 운동만 해도 된다. 그런데 아마추어는 그 외의 것에 너무 신경 쓸 것들이 많다. 나는 지난 포철에서 3년 동안 지금도 얼굴을 모르는 학부형이 있다. 솔직히 나는 숫기가 없어서 학부형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내 원칙 중 하나가 학부형을 가까이 하면 지도자로 오래 못 갈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포철고에서는 학부모 회장, 부회장도 다 없앴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나는 모든 문제의 발단은 술이라고 생각한다. 술 먹으면 사람이 실수하게 되어있다. 술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나의 원칙 중 하나이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술을 잘 못 마신다.  

Q) 마지막 질문이다. 김영직 감독님은 휘문을 어떤 팀으로 만들고 싶으신지 청사진을 부탁드린다. 

A) 자꾸 내가 원칙을 강조하는 것은 나는 그 원칙 안에서만 있으면 어떤 잘못을 해도 아무 말을 안하는 스타일이기때문이다.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기본적이지만 절대 무너지지 않는 '휘문의 원칙'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나보다 우리 다 같이 갈 수 있는 희생정신이 있는 선수들을 원한다. 나만 생각하는 선수는 필요 없다. 야구는 희생을 함으로서 완성이 되는 유일한 스포츠이기때문이다. 원칙이 통용되는 팀,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선수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그런 휘문고등학교를 만드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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