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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속을지언정 상처받기 싫은…연극 '진실×거짓'
차라리 속을지언정 상처받기 싫은…연극 '진실×거짓'
  • 한국스포츠통신
  • 승인 2018.11.1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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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플로리앙 젤레르의 연작 국내 첫선
 

 러브호텔처럼 모던하고 경쾌하게 꾸며진 무대.

이야기는 노란색 침대 위 속옷 바람으로 함께 누운 남녀의 에로틱한 대사로 시작된다.

약속을 이유로 서둘러 떠나려는 남자에게 여자의 불만이 쏟아지고, 남자는 셔츠 단추를 자꾸만 잘못 끼우고 침대 밑 양말을 찾지 못해 헤맨다. 쩔쩔매는 모습이 우스꽝스럽지만 주고받는 대화는 뻔뻔하게 느껴진다.

남편에게 거짓말을 하는 게 불편하고 죄책감이 든다고 토로하는 여자에게 남자는 "거짓말한 적 없어 진실을 말한 적이 없을 뿐이지"라고 타이른다.

미셸은 알리스와 연인 관계지만 알리스 남편인 폴과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

 

연극 '진실×거짓'

 14일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열린 연극 '진실×거짓' 프레스콜. abullapia@yna.co.kr 2018.11.14

프랑스 작가 플로리앙 젤레르의 연작 '진실'과 '거짓'을 하나로 묶은 연극 '진실×거짓'은 부부이자, 연인이며, 친구인 복잡한 관계의 네 인물이 각자의 사랑과 우정을 핑계로 서로를 속이면서도 연연하는 모습을 블랙코미디로 그려낸다.

쉴새 없이 쏟아지는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좇다 보면, 삼류 통속극 같던 극이 어느새 심오한 인생의 비밀을 건드리며 묵직한 철학적 주제로 관객을 이끌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극 곳곳에서 폐부를 찌르는 대사들이 흘러 다닌다.

"진실을 이야기한다고? 진짜 이기적이다. 그럴 자격이 있다고 봐? … 살면서 얼마나 진실해야 하는지는 철학자들도 결론을 못 내린 거야."

등장인물들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게 우정어린 호의"라고 강변하고 거짓과 위선을 "섬세함"으로 포장하지만, 쉽게 반박할 수가 없다.

친절한 거짓과 불편한 진실 사이에서 부유하는 인물 한명 한명이 현실의 도덕적 딜레마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비추기 때문이다.

애처로운 해피엔딩은 차라리 속이고 속을지언정 상처받기 두려운 소심한 우리 모두를 위로하는 듯하다.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14일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열린 연극 '진실×거짓' 프레스콜. abullapia@yna.co.kr 2018.11.14

플로리앙 젤레르는 영미권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2016년 명동예술극장에서 상연된 배우 박근형, 윤소정 주연의 '아버지', '어머니'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진실'은 2011년 프랑스에서 발표됐을 때 극찬을 받았으며 4년 후 '거짓'이 후속작으로 발표됐다.

연작 중 두 번째 작품인 '거짓'에서 알리스 역을 맡은 배우 배종옥은 작품의 첫인상부터 강렬했다고 털어놨다.

"대본을 받자마자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남녀의 사랑, 인생을 깊게 파고들면서도 재미있는 작품을 거의 10년을 찾았는데 보는 순간 '이거다' 했어요."

지난 14일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그는 전도된 진실과 거짓의 역학이 작품의 포인트라고 소개했다.

"사람들은 진실을 얘기하면서도 진실을 불편해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내가 듣고 싶은 말만 듣죠. 진실을 얘기하면서 거짓을 받아들이고 거짓을 얘기하면서 자신의 진실을 들키기도 합니다. 이번 작품은 우리 삶인 것 같아요. 그런 걸 재미있게 잘 풀어냈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작품을 진두지휘한 안경모 극단 연우무대 상임 연출은 "작품을 풀어가면서 네 인물이 단지 희화적, 코미디적 대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웃음과 함께 연민을 가질 수 있는 보듬어주고 싶은 인물로 담아내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14일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열린 연극 '진실×거짓' 프레스콜. abullapia@yna.co.kr 2018.11.14

각각의 작품에는 동일한 4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첫 작품 '진실'에서는 2011년 연극 '단막극장' 이후 7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연기파 배우 김정난이 알리스를 연기한다.

여자 '로렌스' 역은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서 1인 12역으로 주목받은 배우 양소민과 연극 '톡톡', '미친 키스' 등에 출연한 배우 정수영이 맡았다.

남자 '미셸' 역으로는 연극 '언체인', '스테디 레인' 등에서 흡인력 있는 연기로 호평받은 배우 김수현과 최근 연극, 드라마, 영화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배우 이도엽이 출연한다.

최근 '챠이카', '검은 옷의 수도사' 등 연극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배우 김진근과 화려한 방송 경력의 23년 차 배우지만 연극 무대에는 처음 도전하는 배우 이형철이 남자 '폴'을 연기한다.

내년 1월 27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하며, 러닝타임은 각각 95분이다. 티켓 가격은 R석 5만5천원, S석 4만원. ☎ 02-766-6007.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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