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24-04-26 16:07 (금)
지팡이 짚은 거장, 지휘봉 드니 소리는 휘황찬란
지팡이 짚은 거장, 지휘봉 드니 소리는 휘황찬란
  • 한국스포츠통신
  • 승인 2018.12.01 17: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빈 메타 지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내한공연 리뷰

 

 

노병은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았다. 지휘대에 굳건히 자리를 지킨 그는 스스로 '영웅'이 되어 '영웅의 생애'를 이끌었다.

교향시 '영웅의 생애'는 독일의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그의 생애를 돌아보며 작곡한 음악적인 자서전이라고 알려졌지만 이번 연주회에서만큼은 '영웅' 주빈 메타의 생애나 다름없었다. 여든 평생의 경험이 묻어난 노련한 지휘 동작 하나하나에 그가 음악과 함께 해온 인생이 주마등처럼 펼쳐졌다. 오로지 음악에 헌신해온 한 음악가의 열정과 환희가 지휘봉 끝에서 흘러넘쳤다.

지난달 30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내한공연은 한 거장 지휘자의 인생과 순수한 음악의 즐거움으로 가득했던 무대였다. 메타의 지휘와 예브게니 키신의 피아노 협연, 세계 정상급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이 함께 한 이번 공연은 단연 올해의 가장 주목받는 공연이었고, 연주는 기대 이상이었다.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앉아서 지휘하는 주빈 메타


거장 주빈 메타가 지난 29~3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을 지휘했다. 그는 여든이라는 나이에도 불구, 지팡이를 짚은 채 무대에 나와 의자에 앉아 지휘를 이어나갔다. [빈체로 제공]
당초 이번 공연은 마리스 얀손스가 지휘하기로 예정됐으나 건강상 문제로 메타가 대신 내한하여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메타 역시 지팡이를 짚고 무대로 입장해 의자에 앉아 지휘할 정도로 육체적으로 노쇠해진 모습을 보여, 연주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번 음악회가 성공적으로 이뤄질지 다소 불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연주가 시작되자 메타의 지휘는 강한 활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지휘는 고도로 노련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쳤고 자신보다 작품을 앞세우는 겸손함이 여전히 빛났다.

메타는 최고의 개인기와 빈틈없는 합주력을 지닌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단원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과도하게 나서지 않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휘황찬란한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내곤 했다. 그야말로 노련한 지휘 거장의 면모가 아닐 수 없다. 덕분에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단원들은 솔로 부분을 연주할 때는 적극적인 연주를 선보이면서도 전체 합주를 할 때는 통일감 있는 소리로 빈틈없는 합주를 들려주었다.

중요한 순간 튜바 주자가 조금 일찍 나오는 등 잔 실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오케스트라 단원 개개인이 마치 소규모 실내악곡을 연주하듯 정교하면서도 일사불란한 연주를 선보이곤 하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특유의 합주력은 이번 공연에서도 돋보였다.

특히 전쟁터에 뛰어든 영웅의 활약과 승리가 펼쳐지는 부분에서 오케스트라의 현란한 연주가 돋보였다. 첼로와 더블베이스를 비롯한 저음역의 소리가 매우 또렷하게 전달됐고, 베이스드럼을 비롯한 타악기 주자들의 명쾌한 연주 덕분에 전반적인 템포가 다소 느렸음에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 전반부에 리스트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연주한 키신의 피아노 연주도 청중의 경탄을 자아냈다. 키신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협주곡 연주에서 얼마나 독보적인 존재인지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한 명의 피아니스트가 100명 가까이 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협연해야 하는 협주곡에서 협연자는 큰 소리에 대한 부담감과 강한 표현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기 마련이다. 그러나 키신의 협주곡 연주에선 그런 부담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충분한 힘과 기교, 표현력을 갖춘 그는 100명이 아니라 1천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해도 아무 문제 없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영롱하면서도 힘차고 전달력이 뛰어난 키신의 피아노 연주 덕분에 그동안 리스트의 피아노협주곡에서 놓쳤던 숨은 선율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이 협주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트라이앵글 주자를 앞쪽에 배치한 덕분에 '트라이앵글 협주곡'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이 협주곡의 개성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었다.

평소 내한 리사이틀 공연 때마다 최소 3곡에서 많게는 10곡의 앙코르 연주를 들려주곤 했던 키신은 이번 음악회에선 메타와 함께하는 협연 무대임을 고려했기 때문인지 계속되는 환호와 커튼콜이 이어졌음에도 차이콥스키의 명상곡 작품72의 제5번을 비롯한 2곡의 앙코르곡만 연주했다. 오케스트라 역시 교향시 연주를 모두 마친 뒤 드보르자크의 슬라브 춤곡 8번을 비롯한 2곡의 앙코르를 연주했다. 두 곡의 앙코르 중 두 번째로 연주한 요한 슈트라우스의 '폭발 폴카'의 절정 부분에선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파티용 폭죽을 터뜨려 관객들의 탄성과 기립박수를 끌어내기도 했다. 완성도 높았던 본 공연뿐 아니라 연말 분위기를 느끼게 한 세심한 앙코르 선곡도 이번 공연에서 빛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