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고탐방] '상처 입은' 이들이 모여 새로운 기적을 꿈꾸다 - 서울디자인고
[명문고탐방] '상처 입은' 이들이 모여 새로운 기적을 꿈꾸다 - 서울디자인고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9.12.04 2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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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단 6년차의 신생팀, 2019시즌 포항협회장기 8강의 역대 최고 성과
- 포수 오도은, 고려대 합격 개교 이래 첫 고려대 입학생 배출
- 내년 시즌 전력 상승하며 다크호스로 떠오를 가능성 높아

서울디자인고는 이제 겨우 창단 6년차의 막내뻘 학교다. 
올해 몇 개의 학교(컨벤션고, 동산정보고 등)가 창단하며 서울 막내 자리를 내놓게 되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서울디자인고는 서울권에서 약체에 속하는 학교다. 공덕역 근처 서울시내 한 복판에 위치해 있고, 산하 동도중학교는 지역 내 명문 중학교로 소문나 있지만, 야구만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20개가 넘는 고교가 운집한 서울권에서 성적을 낸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 “우리는 스카우트 이런 것 없어~ 오려고 하는 선수 받아서 키우는 것 뿐”

 

 

올해로 창단 6년차를 맞이하는 마포구 공덕동 서울디자인고

 


이호 감독은 서울 언북중을 무려 12년이나 지도한 아마야구계의 베테랑이다. 서울디자인고를 지휘봉을 잡은 지 만 3년이 되었다. 이호 감독은 서울디자인고의 장점은 좋은 분위기뿐이라고 강조한다. 

“학교하고 야구부하고 아이들하고 선생님하고의 관계가 아주 좋다. 그리고 아이들이 착하다. 우리 학교는 잘하는 녀석은 없으니까, 재미있게 편하게 야구하게 끔만 해주려고 노력한다”

소위 명문교들처럼 장학금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 끌어줄 선배도 부족하다. "어차피 좋은 선수를 달라고 졸라봤자 안 오더라. 만들어 쓴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라고 이호 감독이 특유의 너털웃음을 짓는다. 

1학년 최용하도 마찬가지다. 그가 서울디자인고에 진학 한 이유는 오직 하나. 마포구 리틀을 나왔고 집이 마포구라는 이유 그것뿐이었다. 

 


# 2019 사상 첫 전국대회 8강, 고려대 합격자 배출 - 서울디자인고의 알려지지 않은 반란

 

 

서울디자인고 이호 감독(사진은 작년 동도중학교 창단식)
서울디자인고 이호 감독(사진은 작년 동도중학교 창단식)

 

 


그러나 서울디자인고는 올해 소리 없는 기적을 썼다. 
사상 처음으로 전국대회 8강에 진입한 것이다. 이호 감독은 “우리가 8강 간 것은 기사에 안  오더라.”라며 기자를 타박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누구에게는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을지 몰라도 서울디자인고에게는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8강에서 패한 것도 협회장기 우승팀 배명고와의 명승부였다. 2-3으로 한 끝 차이였다. 아직도 감독은 그 순간만 생각하면 속이 쓰리다. “군산상고가 올라왔으면 우리가 올라갈 수 있었을 것이다. 군산상고가 투수가 모두 소진되었기 때문이다. 배명고에게도 거의 이길 수 있었는데 마지막 힘에서 밀렸다” 라며 안타까워한다.  

서울디자인고는 또 하나의 작은 기적을 배출했다. 개교 이래 첫 고려대 합격생을 배출한 것이다. 포수 오도은이 그 주인공이다. 

 

 

고려대에 수시합격한 서울디자인고 포수 오도은

 

 

"나는 이 녀석이 프로에 지명될 줄 알았다. 그만큼 좋은 선수다. 신장이 작은 것이 흠일 뿐, 방망이와 수비에 있어서 우리 학교 역대 포수 중 최고였다. 만약, 이 선수가 내년에 있었다면, 우리는 정말 해볼만하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을 것이다“

요즘은 프로만큼이나 대학도 가기 힘들다. 특히 정원이 8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다, 각 포지션 별로 1~2명밖에 되지 않는 연·고대 수시 입학은 바늘구멍 그 자체다. 

 


# ‘상처 입은 자’들이 모여 기적을 꿈꾸는 기회의 땅 - 서울디자인고

 

 

개교 이래 첫 8강에 진입한 서울디자인고
개교 이래 첫 8강에 진입한 서울디자인고(사진은 협회장기)

 

 


내년에는 서울디자인고의 전력을 조금 다르게 평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좋은 투수들이 유입 되었기 때문이다. 최용하가 확실한 성장을 이룩했고, 이용준과 장성익이 새로운 전력으로 합류했다. 좌·우·사이드의 구색이 맞춰졌다. 

“하여튼 참 무언가가 안 맞는다. 올해 우리 팀은 야수진이 정말 좋았다. 그런데 투수가 많이 부족했다. 내년은 반대다. 투수력은 우리 학교 창립 이래 역대 최강이다. 그런데 아직은 야수의 기량이 부족하다. 동계훈련에서 많이 만들어야 한다.” 라고 이 감독은 너털웃음을 짓는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이 감독의 시선을 벌써 내년을 향하고 있다. 성적에 대한 기대치를 조금 높여볼만 하다. (참고로 서울디자인고는 재작년 소이현을 빼고는 아직 프로 지명 선수가 없다.) 

 

 

서울디자인고, 내년 시즌 서울시 다크호스 되나

 

 

하지만 이호 감독은 “4강도 가능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앞서가는 예상에는 조용히 제동을 걸었다. 목표는 있지만, 절대 선수들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이곳에 있는 선수들은 성적이 주는 거대한 압박과 냉혹함에 상처받은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는 대부분이 중학교 때 경기에 거의 나서지 못했던 선수들, 지는 것에 익숙했던 선수들, 혹은 명문고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선수들이 많이 온다. 냉정하게 그것이 사실이다. 물론 목표는 있다. 하지만 그런 목표를 선수들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다.”

단호한 한 마디 말과 함께 이호 감독의 눈길은 조용히 그라운드로 향했다. 이호 감독의 시선이 닿은 그곳에는 수많은 선수들이 ‘내일의 기적’을 꿈꾸며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세상에 드러낼 그 날을 기다리며.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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