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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대한야구협회, '전학 규정' 졸속 개정 논란 … 거센 항의에 뒤늦게 수습 나서
[이슈추적] 대한야구협회, '전학 규정' 졸속 개정 논란 … 거센 항의에 뒤늦게 수습 나서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9.12.19 0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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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3일 이사회서 '전학 징계 관련 규정' 개정
- 피해 학부모들 “이 사실 전혀 몰랐다” 졸속 행정 비판하고 나서
- 고교 감독자협회의 발 빠른 대처 및 협의로 피해 선수들 구제될 듯
-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유예기간 없는 규칙 시행 사과... 1월 21일 이사회에서 규칙 개정안 재논의

(한국스포츠통신 = 전상일 기자) “전학을 가야 할지 고민이에요”
경기장에서 학부모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다. 어느 학교든 주전 경쟁은 피할 수 없다. 경기를 뛰지 못하면 프로 진출도, 대학입학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매년 전학을 고민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명문고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가 전학을 통해 기량이 급성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학 징계는 학부모나 선수에게 매우 민감한 규정 중 하나다. 

 


1.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11월 13일 전학 징계 관련 규정 개정  - ‘30명 이하의 학교에서는 전학 시 무조건 징계받는다’    

 

 

전학 규정 개정 논란 - 30명 이하 학교 선수들은 무조건 전학 징계 받는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 이하 협회)는 11월 13일 이사회 직후 새로운 전학 징계 관련 규정 개정안을 발표‧시행했다. 
기존에는 전학 갈 학교의 인원이 25명이 되지 않으면(전국체전 이후 기준) 출전금지 전학 페널티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개정된 규정에는 총원 30명 이상이 있는 학교에서만 총원이 30명이 되지 않는 학교로 전학 했을 시 전학징계를 받지 않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전에는 전학 가는 학교의 인원만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전학 가기 전 학교와 전학 가는 학교의 인원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예외 사항은 창단 팀으로의 전학뿐이다. 창단 팀으로의 전학은 무조건 전학 징계를 받지 않는다) 

협회측은  “25명 이하일 경우 전학징계를 주지 않는 기존 규정은 평준화를 유도하는 것이 취지였고, 새로운 규정은 현재 열악한 상황에 있는 팀이 선수 유출로 팀 존속이 어려워지는 것까지 고려한 규정이다”라고 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2. 공지 및 유예기간 없는 개정 논란 … “아무도 몰랐다” 피해 학부모들 분통 

 

 

모 학부모가 대한야구협회 게시판에 기재한 항의 글

 


이번 개정안이 알려지자 몇몇 학부모들이 공개적으로 이를 성토하고 나섰다. 
학부모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규칙이 개정되는 것을 지도자들과 학부모 대부분이 몰랐다는 것에 있다. 보통 제도가 시행되면 제도가 정착되기까지 유예기간을 두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번 규칙은 11월 13일 이사회에서 안건이 올라온 뒤 곧바로 시행되었다. 졸속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어진 셈이다. 모 고교 감독은 “나도 뒤 늦게 알았다. 학부모들이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라며 야구협회의 안일한 일 처리를 꼬집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전학을 추진 한 해당 학부모들은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특히, 3학년 학부모는  더욱 그렇다. 3학년이 되는 선수가 6개월의 전학징계를 받게 되면 프로입단·대학입시에 엄청난 불이익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모 학부모는 야구협회 게시판에 “현장전달이 충분히 이뤄질 때까지 계도 기간이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는 장문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게시글을 올린 학부모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 아이는 몇일 전 전학을 완료했고, 내년 시즌 초 경기를 출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어제 들었다. 야구 부장님도 몰랐고, 감독님도 몰랐다. 너무 어이가 없다. 내 주변에는 이번에 전학한 3학년 학부모님도 계시고 전학을 해야 하는데, 이 규정 때문에 전학을 가지 못하는 3학년 학부모도 있다”라며 협회의 행정을 강력 비판했다.  

개정된 규칙 자체에도 불만이 많다. 인원이 많은 서울권 학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자율형사립고나 지방 학교들은 전국체전 직후 3학년이 빠지면 30명이 안 되는 팀이 대부분이다. 다른 학부모는 “나도 어떤 학부모 카페 게시글에서 개정된 규칙을 처음 봤다. 전국에서 3학년 빠지고 30명 이상이 유지되는 학교가 얼마나 되겠는가.개정안의 취지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라고 이번 개정안을 비판하기도 했다. 

 


3. 고교 감독들 발 빠른 대처로 피해자 구제될 듯 … 협회도 실수 인정하고 1월 이사회서 개정안 재논의 예정  

 

 

대한야구협회, 유예기간없는 규칙 개정 및 시행 사과

 


사안이 커지자 고교 지도자들이 발 빠르게 대처에 나섰다. 
감독자협회의 회장 김용선 감독은 "구제 요청을 하면 그 선수는 2020년 1월 21일 협회 이사회가 있으니 회의에서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회신을 받았다"라고 각 고교 감독들에게 긴급공지를 알렸다. 이 규칙을 모르고 전학을 추진했던 선수들은 해당 학교 감독이 구제요청을 하면 전학징계를 받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협회측은 이번 일에 대해서 유예기간을 두지 않고 시행한 것에 대한 실수도 인정했다. 

협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모든 업무가 시도지부를 통해서 시도지부에 소속된 지도자와 선수들에게 배포한다. 이 과정이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무엇보다 개정된 규칙을 시행하면서 유예 기간을 두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다 보니 많은 문제가 접수되고 있다.” 라고 말했다.  

 

 

1월 21일 이사회에서 다시 한번 전학 규칙 개정 논의(사진은 올해 초 감독자회의)

 

 

규정 자체도 한 번 더 논의 될 예정이다. 협회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의 취지는 상황이 어려운 학교에서 선수가 이탈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였는데 선의의 피해를 보는 선수들이 생기는 것 같더라. 1월 이사회 때 다시금 개정안을 만들어서 논의해보겠다”라고 말했다.

이제 공은 1월 이사회로 넘어갔다. 현장을 무시한 졸속 행정이라는 강한 비판에 직면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이사회에서 어떤 결과를 도출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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