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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5월의 광주 그리고 그 이후” 남산예술센터 2020 시즌 프로그램 공개
“80년 5월의 광주 그리고 그 이후” 남산예술센터 2020 시즌 프로그램 공개
  • 김민아 기자
  • 승인 2020.01.2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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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계약종료..남산예술센터에 대한 논의는 진행중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휴먼 푸가’, ‘The boy is coming’ 2작품 선보여
30대 젊은 창작자들의 시선으로 본 작품..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되살리다

 

“2020 시즌 프로그램의 기획 방향을 요약하면 80년 광주 그리고 그 이후의 세대로 정리할 수 있다. 올해는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고 해결하지 못했던 과제들에 대해 다시 기억하고 생각해야 될 해이다. 남산예술센터는 한국과 폴란드, 서울과 광주를 연결하는 형태로 40주년을 맞아 2편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남산예술센터는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한강의 「소년이온다」를 원작으로 하는 2편의 작품인 <휴먼 푸가>와 폴란드 작품인 <더 보이 이즈 커밍(The boy is coming)>을 무대에 올린다. 시대의 아픔을 기억하는 두 작품은 아직까지 온전히 치유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동시에 어ᄄᅠᇂ게 미래로 나아갈지 고민하는 작품이다.

21일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2020 시즌 프로그램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극장의 존속 여부를 두고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도 올해의 시즌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올해 공동제작 공모를 통한 선정작부터 해외 초청작까지 총 5개의 프로그램은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시대의 아픔을 기억하고 과거로부터 나아가는 작품들을 구성하였다.

극장의 존속 여부에 대한 논쟁은 남산예술센터를 소유하고 있는 주체인 동랑예술원이 서울시와 맺었던 임대계약 종료를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은 “2020년은 남산예술센터에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한국 연극사에서 이 극장이 어떻게 건립되었고,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 진행 중이다”라며“2020년 12월로 모든 계약이 종료된다. 사실상 올해가 ‘데드라인’이다. 창작자들에게 불안정한 환경에서 작품을 올리는 것은 좋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9월까지만 작품을 편성했고 작품 수도 5개로 다른 때보다 적다.”라고 전했다.

이어 “80년 광주를 말하고 그 이후의 세대들이 어떤 목소리를 갖는가에 대해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어떤 작품을 올릴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젊은 세대들의 목소리로 이 극장의 불투명한 미래 안에서 이들의 가능성을 담고자했다.”라고 기획방향을 소개했다.

 

남산예술센터 휴먼 푸가(ⓒ이승희)(서울문화재단 제공)

 

<휴먼 푸가>(5월 13~24일)는 지난 시즌 남산예술센터에서 첫 선을 보였던 작품이지만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념하여 재공연된다. 이 작품은 계엄군과 맞서 싸운 이들과 남겨진 자들의 고통을 그린다. 이 작품은 단순 재현이 아니다. 연기하지 않고, 춤도 추지 않고, 노래도 하지 않는다. 보편적 연극이 가진 서사의 맥락이 아닌 인물들의 기억과 증언을 단편적으로 따라간다.  <휴먼 푸가>를 연출한 배요섭 연출가는 “이 작품이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마지막 작품이다. 연극을 20년 동안 하면서 연극의 방식과 삶의 방식이 어떻게 견제하고 만날 수 있는가에 대해 계속 질문하면서 작업해왔다. 그것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이어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내용이다 보니 이를 통해 연극이라는 것이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 되는 것들을 어떤 식으로 기억하게 할 수 있을지 기억의 방식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작품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휴먼 푸가>는 5월 29-31일에 광주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광주시민들을 만나며, 11월 14-16일까지 폴란드 크라쿠프 스타리 국립극장에서 동유럽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The boy is coming>(5월 29~31일)은 폴란드의 시선으로 광주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1부와 2부로 나눠 구성되어 있으며, 1부는 「소년이 온다」를 장별로 구성했고 2부는 폴란드의 현실을 반영한 두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특히 1부는 극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작품을 이어간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작품은 80년 5월 광주에서 발생한 일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어느 때든 있을 수 있고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시즌 프로그램에서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대부분의 작품이 30대 젊은 창작자들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시선으로 역사적 아픔을 바라본다. 유 극장장은 “젊은 세대의 3개의 작품은 명명하자면 ‘앞당겨온 미래’이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왕서개 이야기>(4월15~26일)는 2017년 ‘초고를 부탁해’에서 발굴된 작품이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피해를 입은 생존자에 대한 세밀한 관찰을 했다는 평을 받으며, 2018년 ‘서치라이트’를 통해 낭독 공연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53년을 배경으로 일본 요코하마의 중국인 거리를 살아가고 있는 ‘왕서개’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1932년은 일본 관동군이 만주를 점령하던 시기고, 토지를 몰수하기 위해 모든 주민을 학살하는 것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일제로부터 모든 것을 다 잃고 21년이라는 세월을 버티며 살다가 자신의 인생을 모조리 앗아간 5명의 일본 군인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복수에 대한 서사를 띄고 있지만 동시에 진실을 얻고자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왕서개 이야기>를 쓴 김도영 작가는 “복수를 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어떤식으로 할 것이고, 일본의 입장에선 사과를 할 수 있는 순간이 왔을 땐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이 작품을 보는 우리는 어떻게 공감할 것인지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라고 의도를 말했다.

 

아카시아와, 아카시아를 삼키는 것_김지나 연출(서울문화재단 제공)

 

<아카시아와, 아카시아를 삼키는 것>(6월 24일~7월 5일)은 1980년부터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낳은 여러 사건의 피해자와 그 자녀들의 기억을 무대화했다. 개인은 서로 다른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즉 증인이자 시간을 품은 역사이다. 이 작품을 만든 김지나 작연출가는 “남의 이야기처럼 퍼져있는 작은 이야기들이 하나의 광장으로 모이는 상상을 하며 만들려 한다. 이야기의 풀어가는 방식은 수채화처럼 방울방울 퍼져가는 느낌을 준다. 결국 마지막은 유화의 그림처럼 하나하나 딱딱하게 굳어진 모습처럼 보일 것이다.”라고 어떠한 방식으로 관객을 만나고자 하는지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시즌의 대미를 장식하는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9월 2~13일)는 이름만 보면 어떤 내용인지 추측이 되지 않는다. 이 작품에 대해 유 극장장은 “특별한 스포일러를 하고 싶지 않은 작품이다. 오셔서 같이 관람하면 좋겠다.”라고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를 연출한 임성현 연출가는 오랜 시간을 기독교 정신 속에서 살아왔다. 그는 “대다수의 교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예배에 대해 본질은 사라지고 형식만이 남았다고 했다. 그러나 연극을 접하고 난 뒤 예배에 연극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죽어있는 예배를 살린다면 타락한 기독교가 부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 죽은 연극 같은 예배 형식을 부활시키고자 한 것이 이 공연이다. 그 방법으로는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해 예배가 만들어진 의도, 필요한 이유를 복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주인공을 기독교에서 가장 탄압하고 혐오하는 존재인 ‘퀴어’를 예배의 주인공이자 제사장으로 세울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남산예술센터는 지난 2017년부터 잠재력 있는 작품을 발견하고, 완성을 향하 한 걸을 나아가는 과정을 공유하는 <서치라이트>를 올해도 이어간다. 또한 격년으로 진행해오던 일본과 중국의 낭독공연을 처음으로 동시에 추진한다. <일본희곡 낭독공연>(2월 21~23일), <서치라이트>(3월 3~13일), <중국희곡 낭독공연>(3월 24~29일)을 차례로 선보여 동아시아의 현대 희곡을 한자리에 모으는 시간이 될 예정이다.

그동안 남산예술센터는 한국 사회를 둘러싼 사회적 문제의 화두를 지속적으로 던져왔다.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것, 기억해야 하는 것,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한국스포츠통신 = 김민아 기자 (flyhigh_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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