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뒷이야기] 박무승 감독, 텅빈 주차장에서 덕수고 지인들과 전화로 우승 감격 나눠
[우승 뒷이야기] 박무승 감독, 텅빈 주차장에서 덕수고 지인들과 전화로 우승 감격 나눠
  • 전상일 기자
  • 승인 2020.06.27 2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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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통신 = 목동, 전상일 기자) 밤 10시가 넘은 시각. 우승 행사가 모두 끝난 후 김해고 박무승 감독의 전화기에는 부재중 전화가 300통이 넘게 찍혀있었다.

메시지는 너무 많아 다 읽지도 못할 정도로 쌓여있었고, 전화기는 계속해서 울려댔다. 하지만 박 감독은 그 환희와 열정의 순간에서 조용히 빠져나왔다.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했다. 

목동야구장 주차장 뒤 켠.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박 감독은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해고 박무승 감독

 

 

가장 먼저 전화를 건 상대는 덕수고 정윤진 감독이었다. 정 감독은 전화를 받자마자 “보다가 눈물이 났다. 오늘은 너의 날이다. 정말 대단하다. 너는 형보다 나은 최고의 감독이 될 것이다.”라며 박 감독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순간 10여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박 감독은 “저를 이렇게 만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며 울컥해 했다. 

박무승 감독은 정윤진 감독과 한 살 차이로 사석에서는 호형호제하지만, 공석에서는 “감독님”이라는 호칭으로 깍듯이 모신다. 박 감독이 경기장에서 많은 항의를 하거나 직접 경기에 개입하는 것 또한 정 감독에게 영향을 받은 것이 크다. 감독은 규정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해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론이 자리 잡은 것은 것이다.
  
두 번째로 전화를 건 사람은 애제자 장재영(덕수고 3학년)이었다. 수석 코치 시절 끔찍하게 아꼈던 제자였다. 지금도 박 감독은 명문고열전 등 부산 근처에 장재영이 오면 직접 경기장을 방문해 식사를 대접한다. 

박 감독은 처음부터 “야 ~ 임마!!~ 네가 먼저 전화해야 하는 것 아니야.”라고 투정을 부린다.  장재영이 “죄송합니다. 감독님. 전화가 많이 오실 것 같아서....”라고 얼버무리자 “너는 내 인생에서 최고의 제자다. 나는 김해고에서 꼭 너 같은 제자를 키워내고 싶다.”라며 옛 제자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장재영 또한 “정말 축하드립니다. 감독님. 사랑합니다.”라며 박 감독의 애정에 화답했다. 

박 감독은 마산상고 출신이지만 덕수고는 친정이나 다름없다. 수석코치로서 3년이 넘는 시간동안 황금사자기 2연패를 비롯해 수많은 우승을 뒤에서 지켜보며 어떻게 해야 우승할 수 있는지를 배웠다. 양창섭(삼성), 정구범(NC), 장재영, 나승엽(이상 덕수고 3학년) 등 수많은 우수한 제자를 지도했고, 타자인 나승엽 같은 경우는 아예 일대일로 끼고 살다시피 했다. 

무엇보다 현재 서울은 코로나19의 여파로 대부분의 외부 연습장이 폐쇄상태다. 서울 팀도 연습장이 없어 고민하는 판국이라 지방 팀은 언감생심 연습장을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다. 하지만 박 감독은 덕수고에 도움을 요청해 연습장 공백을 없앨 수 있었다. 이 또한 이번 우승에 큰 도움이 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박 감독이 마지막으로 다이얼을 돌린 곳은 고향에 계신 노모였다. 어머니에게 성과를 자랑하고 싶은 자식의 마음에는 노소가 따로 없는 법. 박 감독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알아듣기 힘들 정도의 조그맣고 가느다란 목소리의 파동이 전화기 너머로 울려 퍼졌고, 박 감독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대화'는 그 후로도 10여분 간 계속되었다. 주차장에 짙게 깔린 어둠과 정적만이 박 감독의 어깨를 가볍게 어루만질 뿐이었다.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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