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우승 놓치고 눈물 흘린 이병헌, 하지만 '두병헌'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다
[현장취재] 우승 놓치고 눈물 흘린 이병헌, 하지만 '두병헌'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다
  • 전상일 기자
  • 승인 2020.12.01 17: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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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헌, 봉황대기 17.2이닝 20K 1실점 역투... 연투 능력, 경기운영능력 합격점
- "현재의 폼이 편하다. 낮아진 팔 높이 변경 예정 없다" 강한 소신 보여
- "이병헌, 에이스 부담감에 눈물 흘리기도 … 요즘 보기 드문 인성 갖춘 선수"
- '두병헌' 가능성 점점 높아져... 서울권 전체 1번 입지 매우 확고

(한국스포츠통신 = 전상일 기자) 봉황대기 경기가 끝난 직후 목동 야구장에는 이번 대회 중 한 번도 내리지 않았던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그랬다. 갑자기 내리는 비는 그 사람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이병헌의 마음이 딱 그러했다. 이병헌은 경기가 끝난 직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계속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만큼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봉황대기 결승 당일 경기에 패하고 눈물을 흘리는 이병헌

 

결승 당일 이병헌은 충분히 제 몫을 했다. 2회부터 마운드에 올라온 이병헌은 105개의 투구수를 모두 채울 때까지 역투했다. 6.2이닝 7K 무실점이었다. 봉황대기에서 그는 총 17.2이닝을 던졌다. 특히 8강, 4강, 결승전까지 연투하며 딱 1실점밖에 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무적 투구였다. 

17.2이닝 동안 13개의 사사구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사사구가 점수와 이어지지는 않았다. 전매특허인 탈삼진은 무려 20개를 잡았다. 위기의 순간에는 더욱 집중력이 강해졌다. 결승전 같은 큰 경기에서 6.2이닝 무실점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를 증명한다. 큰 경기에 쓸 수 있는 ‘빅게임 피처’의 이미지를 얻어낸 것이다. 공만 빠른 원석이라는 이미지를 상당 부분 탈피했다.

실제로 그는 스피드가 자신의 최고인 150km/h에 다소 미치지 못했지만, 경기 운영능력과 제구는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 구단 관계자도 “이병헌의 이번 대회 제구는 무난한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구속도 최고점이 다소 낮아졌을 뿐 평균 구속은 꾸준히 140km/h 초중반을 유지했다. 

 

 

한단계 더 진화한 이병헌
봉황대기에서 한단계 더 진화한 이병헌

 

서울고 유경민 야구부장은 “병헌이가 3학년이 빠지며 자신이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사실에 부담이 컸다. 홀로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등 책임감이 상당했다. 참 보기 드문 인성을 지닌 선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이병헌은 매우 뛰어난 투수이기는 했지만, 에이스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구속만 빠른 미완의 대기로 평가하는 관계자가 많았다. 하지만 이병헌은 봉황대기 직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제구 불안은 어떤 투수에게나 있는 것”이라며 본인의 제구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일축했다. 그리고 이 사실을 봉황대기에서 투구로서 증명했다. 

‘팔각도’에 대한 비판에도 의연했다. 이병헌은 “현재는 팔을 올릴 생각이 없다. 내가 가장 몸을 잘 쓸 수 있고, 공을 잘 던질 수 있는 팔각도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서울고 강지헌 투수 코치 또한 “병헌이는 키가 큰 투수가 아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타점이 아니라 빠른 허리 회전과 팔 스윙 등 자신의 몸을 최대한으로 잘 이용한다는 것이다. 투수에게는 자신의 몸을 가장 잘 쓸 수 있는 투구폼이 있다. 무조건 팔이 높아야 한다는 것은 편견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팔이 낮은데다 잘 던지는 투수들이 엄청나게 많지 않은가. KBO에서도 송명기, 이민호가 팔이 높아서 잘 던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봉황대기에서 맞대결을 펼쳤던 북일고 박찬혁은 “내가 지금까지 만나본 투수 중 가장 까다로운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내가 사실 빠른 공을 던지는 좌완 투수에게 굉장히 강한 편이다. 자신도 있었다. 그런데 공이 잘 안 맞더라.”라며 이병헌을 인정하기도 했다. 

지방 구단 모 관계자는 “서울은 다른 선수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까지라는 전제하에 이병헌이 최고라는 것은 확실하다. 내년 투수 중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선수인 것도 맞다.”라고 말했다. 조원빈, 조원태 등이 호시탐탐 이병헌의 입지를 위협하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최근 두산 베어스는 FA 선수의 대량 유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두산 왕조의 종언'을 고하는 많은 뉴스로 매스컴이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다. 하지만 차세대 왼손 에이스 이병헌의 성장은 두산 팬들에게 한줄기 빛 다름 아니다.  

비록 전국대회 우승컵을 거머쥐지는 못했지만, 현재까지 '두병헌'의 입지는 매우 확고부동하다.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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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토마 2020-12-01 21:08:13
두병헌 vs 엘원빈 맞대결 내년 제일 볼만한 명승부가 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