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든 105개 던질 수 있는 스테미너, 연투능력, 경기 운영능력 돋보여
- 현장에서 황동재, 허윤동보다 나은 자원으로 평가 … 내년 시즌 기대치 Up
- 오재일 영입, 용병 재계약 등 삼성 윈나우 천명 … 중간 우좌 이승현 듀오 결성?
- “대통령배 이끌어준 승현이에게 너무 고마워 … 삼성에서 더 좋은 선수가 되길”
(한국스포츠통신 = 전상일 기자) 야탑고와 대구상원고의 대통령배 8강전이 있던 8월 19일. 대구상원고는 예상을 깨고 이승현의 역투를 앞세워 5-2로 승리했다. 올 시즌 하루 2승을 달성한 유일무이한 고교 투수가 되는 순간이었다.
8월 16일 울산공고전 4.2이닝을 시작으로 8월 18일 마산고전 저녁 경기에 2이닝 다음 날 서스펜디드로 이어진 8월 19일 아침에 4이닝, 그날 저녁에 3.1이닝을 투구했다. 대통령배에서 총 14이닝을 투구해서 실점은 단 1점. 탈삼진은 무려 17개를 잡아냈다. 단 하나의 공도 낭비하지 않고, 자신이 던질 수 있는 최대치를 던졌다. 우승은 김진욱(롯데)을 앞세운 강릉고가 거머쥐었지만, 대통령배 최고 투수는 이승현이라는 것에 이견이 있을 수 없었다.
김승관 감독 또한 대구상고 재학시절 대통령배와 인연이 있었다. 1993년 당시 성남고를 8-4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2학년으로서 대회 MVP를 수상한 것이 김 감독이다. 이승엽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국 최고급의 우 타자로 발돋움하는 순간이었다. 무려 27년이 지나 모교의 감독으로 자리 잡은 첫 대회 인만큼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첫 대회에서 4강의 성적을 선물 한것이 제자 이승현이다. 사실 그 대회는 이승현의 의지가 상당히 강했다. 머리를 짧게 깎고 “나에게는 이 대회가 고교 마지막이다. 무조건 내가 이끈다.”라는 결연한 의지를 불태웠다. 김진욱과의 대결도 OK. “결승에서 만나면 좋죠.”라고 말할 정도로 각오가 상당했다.
대구상원고는 올해 프로지명 선수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약했다. 황금사자기에서도 1회전 탈락했다. 하지만 에이스가 돌아오자 팀은 똘똘 뭉쳤다. 에이스가 뒤에 있다는 그 믿음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돌아온 탓이다.
삼성은 대통령배에서 팀을 이끈 이승현의 활약을 높게 평가했다. 삼성 최무영 팀장은 “가볍게 던지니까 공의 위력이나 타점이 더 좋아졌다.”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김민수 스카우터도 “원태인처럼 체인지업을 장착하는 등 발전한다면, 팀에 큰 보탬이 될 선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타 구단 관계자들도 이승현을 김진욱-이의리와 동급 최고 투수로 꼽는데 이견이 없었다. 특히, 천하의 야탑고를 상대로 투구 수 45개 이내 미션으로 3.1이닝 5K를 잡아내는 경기 운영에 혀를 내둘렀다. 3억 5천만 원이라는 거액의 계약금 설정은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김 감독은 “삼성 관계자들이 대통령배 승현이의 활약을 높게 평가했다고 들었다. 승현이가 고생을 많이 했지만, 팀 성적과 계약금에서 모두 고생한 보람이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라며 함박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승현은 원태인, 황동재와는 다른 왼손 투수다. 작년 1라운드 허윤동보다 구위가 좋은 데다 나오면 105개를 던질 수 있는 스테미너와 연투능력이 있다. 팀 전력과 무관하게 경기를 끌어갈 수 있는 평정심을 지닌 투수라는 것도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최 팀장 또한 황동재, 허윤동보다 좋은 자원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원태인, 최충연급 성장 기대치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삼성 라이온즈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오재일을 영입하고, 외국인 투수 두 명과 재계약하는 등 명확한 윈나우를 천명했기에 더욱 이승현에게 눈길이 쏠린다. 선발로 진입하면 금상첨화지만 당장 그정도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우완 이승현과 중간에서 '쌍'승현 듀오만 결성되어도 삼성 불펜은 더 강해진다.
야탑고와의 경기가 끝난 직후 이승현은 조용히 김 감독에게 다가가 공 하나를 내밀었다. 모교 선배이자 삼성 선배이기도 한 김 감독에게 사인을 받고 싶어서였다.
김 감독은 조용히 펜을 들고 10분 동안이나 길게 글을 썼다. 주변에서 “공에 편지를 쓰느냐.” “혹시 우는 거 아니냐.”라며 놀려댔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심혈을 기울여서 한 글자, 한 글자를 이어나갔다. 내년 애제자의 약진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으려는 것처럼.
김 감독이 이승현에게 건넨 공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2020년 수고 많았다. 프로에서 더 좋은 선수가 되어라. 승현아 사랑한다.”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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