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주요 선율 악기인 피리, 대금, 아쟁, 가야금, 거문고, 해금의 각 악기별 합주곡 여섯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여기에는 6명의 작곡가 조혜영, 함현상, 최지운, 이경은, 윤민희, 손다혜가 한 곡씩 맡아 작곡을 진행했다.
이번 창작악단의 기획공연은 작품을 받아서 연주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연주자가 작곡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작품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택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이어진 “나무곁에 눕다” 시리즈 공연에서는 다양한 실내악 편성으로 협력 작곡가의 도움을 받아 창작악단 단원들이 직접 만든 곡들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작곡의 몫이 작곡가로 바뀐, 그리고 각 악기별 합주곡을 발표하는 연주는 이번이 처음이다.
무대를 여는 조혜영 작곡의 “피리합주를 위한 <번짐>”은 장석남의 네 번째 시집 에 수록된 동명의 시를 바탕으로 만든 곡이다.
아카펠라와 같은 이 곡은 한 음으로 시작하여 서서히 넓은 음정으로 퍼져가기도 하고, 하나의 피리 소리에서 여러 소리로 메아리처럼 퍼져나가기도 하며 여러 모양의 '번짐'을 표현한다.
두 번째로 무대에 오르는 곡은 함현상 작곡의 “25현가야금 중주를 위한 <불의 춤>”이다.
춤추듯 피어오르는 불에서 느낀 규칙과 불규칙, 생성과 소멸, 서로의 인과(因果)에 의해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것들을 가야금의 여러 줄로 표현한 작품이다.
세 번째 곡, 최지운 작곡의 “빛들에 대한 기억”은 자연의 빛에 대한 곡이다.
시간이나 장소 등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자연의 빛을 해금 합주로 표현했다.
네 번째, 이경은 작곡의 “Onda가 온다”는 거문고를 위한 곡이다.
‘Onda(온다)’는 이탈리아어로 파도를 의미한다.
다섯 번째로 연주되는 유민희 작곡, “다섯 대의 아쟁을 위한 <보고지고보고지고>”에는 판소리 “춘향가”의 두 장면이 교차한다.
한 장면은 광한루에서 처음 춘향을 본 몽룡이 춘향과 만날 약속을 하고 춘향을 기다리는 ‘천자뒤풀이’ 대목이고 또 한 장면은 춘향이 옥중에서 몽룡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쑥대머리’ 대목이다.
대금을 위해 작곡된 손다혜 작곡의 “소금, 대금앙상블과 양금, 타악을 위한 <만산홍운(滿山紅雲)>”은 가장 다채로운편성으로 무대를 여민다. 소금 1대와 대금 7대의 앙상블에 양금, 타악을 더했다. 설악산 공룡능선의 사진을 보고 영감을 받아 작곡됐다.
공연명 '자출‘은 국악기 거문고의 특징적인 주법*에서 따왔다. 조연이었던 왼손이 목소리를 내는 거문고 주법의 ‘자출’에 ‘스스로 나아가다·표현하다’라는 의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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