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창단된 울산 현대고등학교 축구부는 아시아 축구연맹과 한국 프로축구연맹에서 의무화하고 있는 U-18팀에 해당하며 30년 정통을 자랑하는 울산현대 유스 시스템의 일원이다. 김승규, 임창우, 정승현 등의 프로 선수를 배출해냈으며, U-20 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이상민 또한 현대고등학교 출신으로 프로팀, 대표팀 그리고 대학팀에서 각자 종횡무진 하고 있는 현대고등학교 선수들의 모습을 엿 볼 수 있다.
박기욱 감독은 2001년 울산현대호랑이에 입단하여 광주 상무 불사조와 제주 유나이티드FC를 거쳐 부산 부경고등학교, 울산 현대중학교, 울산 현대고등학교 코치 생활 이후 2015년 현대고등학교 감독으로 부임했다. 코치시절부터 많은 선수들을 배출해냈지만 지난해 김건웅, 문정인, 이상헌을 프로팀 울산 현대로 올려 보내며 올 시즌 또한 다수의 프로 선수를 배출할 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울산 현대고등학교(이하 현대고) 축구부 박기욱 감독과 울산현대 클럽하우스에서 만남을 가져보았다.
▶ 현대중학교에서 현대고등학교를 맡기까지 달라진 것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치일 때 느끼던 부분과 감독이 된 후 느끼고, 배우는 부분은 다른 것 같아요. 코치일 때부터 감독이 된 지금까지, 지도자로서 첫 시작을 함께한 부경고등학교에서의 생활을 떠올리며 마음도 다 잡고 그때 배우고 느낀 것들을 연구하고 적용해 나가는 중이기 때문에 여전히 성장 중인 지도자라고 생각해요.”
벌써 6년, 지금의 선수들과 현대중에서부터 현대고까지 동거 동락하며 지내온 기간이다. 달라진 위치 만큼이나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박기욱 감독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선수단과의 소통, 코칭 스텝과의 소통 그리고 달라진 위치에 맞게 변화하는 모습까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특히 코칭 스텝의 경우, 이미 현대중, 현대고에서 코치로 생활해온 그이기에 보다 더 상세하게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설명하고자 노력한다고 했다.
▶ 2016 대교 눈높이 전·후반기 전국 고등 축구리그에서 11위, 8위에 랭크 되어있던 본인들의 순위를 단번에 2위로 끌어올리며 현대고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했다.
“늘 성적도 상위권에 있고, 대회 우승도 하고 있지만 우승보다는 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고자 노력 중이에요. 물론 토너먼트 특성 상 90분 안에 경기를 끝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선수들에게는 크게 다가 올 테고, 타 팀들 또한 저희 팀에 대해 많은 분석과 공부를 하는 중이기 때문에 매번 그런 분위기를 유지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이러한 부분도 선수들에게는 공부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우승을 한다고 해서 전부 프로팀에 간다 거나 좋은 대학에 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우승에 연연하지 않고 매 경기 하나, 하나를 본인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면 나머지 것들은 자연스레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총 21개 팀이모여 K리그 주니어 A와 B로 나뉘어져 진행되는 유소년 리그에서 현대고는 경남, 전라, 충청 팀들과 한 팀이 되어 K리그 주니어 B에서 1위를 독식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박 감독은 오히려 순위보다는 선수들이 축구라는 것을 통해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본인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만드는 발판을 마련해주고자 하는 듯 보였다. 그 덕에 선수들은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본인들이 하고 싶은 경기를 만들어 나가며 스스로 기회를 구축해 나가던 찰나, 아시아 팀 최초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개최된 ‘믈라덴 라믈랴크 인터내셔널 메모리얼 토너먼트’에 참가하며 유럽에서 내로라하는 팀들과의 국제 대회를 경험하게 됐다.
▶ 지난 8월 ‘믈라덴 라믈랴크 인터내셔널 메모리얼 토너먼트’ 대회, 선수단에게 새로움을 선사했을 듯 하다.
“사실 크로아티아로 가기 적전에 김규형 선수와 홍현석 선수가 부상으로 빠지다 보니 저희가 18명이 아닌 16명으로 선수단을 꾸려서 가게 됐어요.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갔던 게 아니기 때문에 지더라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자.’라고 하면서 갔는데 선수들이 똘똘 뭉친 덕에 좋은 결과까지 얻고 돌아올 수 있어서 고마웠죠.”
평소에도 단합이 잘 된다던 현대고는 타국에서 더 끈끈한 단합을 보이며 아시아 팀 최초로 ‘믈라덴 라믈랴크 인터내셔널 메모리얼 토너먼트’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영광을 안았다. 특히 디나모 감독은 박 감독에게 자신들의 팀을 4:0이란 스코어로 이겨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이유인 즉슨 ‘믈라덴 라믈랴크 인터내셔널 메모리얼 토너먼트’는 개최한 지 30여년 정도된 대회로 대부분 디나모가 우승을 가져가며 간절함 보다는 우승을 하는 게 당연하다 여겼다고 한다. 그러던 디나모에게 아시아 팀이 패배를 안겼으니 좋은 자극제 역할은 한 것이다.
▶ 금의환양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선수들에게 박 감독은 축구가 아닌 다른 것을 요구했다. 그건 바로 인성이다.
“저희 아이들이 대표팀이나 대학 혹은 프로로 진학했을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예의 바르고 착하다는 이야기예요. 사실 축구선수이기 때문에 축구로 칭찬을 받아도 모자라지만 인성이나 그런 문제들로 자신들의 진가를 저평가 받게 된다면 그것만큼 아쉬운 게 또 없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저희 팀 뿐만 아니라 다른 팀 감독들과 코칭 스텝들도 이에 따른 고민과 걱정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직업 특성상 운동장 안에서 자신을 보여야 하나 그라운드 안과 밖이 다르다면 아무래도 선수의 진면목보다는 대부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박기욱 감독은 선수들에게 ‘인사’의 중요성, ‘태도’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선수가 아닌 사춘기 소년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노력 중이다.
▶ 남은 경기는 단 3경기 그리고 다가온 체전의 계절을 맞이하는 현대고의 자세에 대해 알고싶다.
2017 K리그 U18 챔피언십에서 현대고에게 패배의 쓴 맛을 보여준 진주고와 리벤지 매치를 앞두고 있는 박기욱 감독은 지난 진주고와의 경기를 떠올리며 웃음 지었다.
“진주고 같은 경우에는 여름 대회 때 패배를 당했던 팀이다 보니 선수들 또한 그에 맞서는 준비를 잘하리라 생각해요. 그 날은 대학 입시 때문에 빠지는 선수들도 있을 예정이라 저학년 선수들로 경기를 꾸려 나갈 듯해요. 그 날도 평소와 같이 준비한대로만 한다면 좋은 결과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오는 10월 14일 진주고와 간절곶 스포츠 파크에서 승부를 지은 뒤 체전을 위해 먼 길을 떠나야 하는 현대고 축구부와 박기욱 감독. 리그와는 달리 토너먼트의 형식이기에 이전과는 다른 전술의 변화, 보다 더 효율적인 방향에 대한 고민이 체전을 향해 가는 버스 안을 가득 채울 것으로 보인다.
시즌 말미에 접어든 10월, 만남과 헤어짐을 준비하기에는 너무 짧지만 냉정한 승부의 세계는 곧 휴전 선언 될 것 이다. 휴전 선언이 내려지기 전까지 박기욱 감독과 현대고 선수단은 끊임없이 그라운드를 누빌 것이고, 정상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현대고의 리그 3연패와 우승 그리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체전 우승컵을 현대고가 들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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