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22-05-24 23:11 (화)
선수들이 “후회 없이 경기했다” 말하고 떠날 수 있길 바라요.
선수들이 “후회 없이 경기했다” 말하고 떠날 수 있길 바라요.
  • 신재영 기자
  • 승인 2017.12.10 22: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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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금천구에 위치한 문일고등학교는 인창고등학교(서울특별시 서대문구에 위치)와 함께 배구부가 있는 학교로 손꼽힌다. 문일고등학교는 김웅진(전 배구선수), 이영택(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배구단 코치), 이선규(KB손해보험 스타즈 배구단), 진상헌(대한항공 점보스), 주상용(한국전력 빅스톰) 등을 배출해내며 프로 배구에 일조하고 있다. 숱한 프로 선수들을 배출해낸

문일고등학교 수장 이호철 감독과 만남을 가졌다.

 

30년째 문일고등학교와 함께 하고 있는 이호철 감독

 

30년째 문일고등학교와 함께 하고 있는 이호철은 지도자로서는 롱런 중이지만 선수 때에는 부상으로 인해 일찍이 코트를 떠났다.

 

“선수로서 성공을 이루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어요. 이후에 다른 길을 모색하던 중 후배들을 양성해야겠다 마음먹었죠. 1989년을 시작으로 문일고등학교에서 일하기 시작했어요. 다른 것보다는 지도자의 길을 걷는 게 천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30년째 하는 걸로 봐선 제 느낌이 정확했던 것 같아요.”

 

코치를 시작으로 감독 자리에 오기까지 오랜 기간 문일고등학교 배구부와 함께 한 이호철은 선수를 지도하면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있다고 했다.

 

“선수들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가르칠 방법을 모색했어요. 제가 배워왔던 방법이 아닌 현시대와 여건, 개인의 특징에 맞게끔 변화를 시도해왔죠. 다방면을 분석하면서 느낀 건 대부분 지도자가 선수 개개인의 개성을 살리기보다도 단점을 고쳐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선수의 장점 및 강점을 조금 더 살려주고자 했던 것 같아요. 물론 단점도 보완했지만요.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대표팀에도 선발이 되고, 꼭 선수로 성공하지 않아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나갈 힘을 만들어준 것 같아 보람도 느껴요.”

 

이호철은 남들과 같은 방법으로 지도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을 찾고 적용하려 했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달라진 지도 환경에 선수도, 자신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도, 자신도 금세 적응해나갔다. 그 덕에 이호철을 거쳐 프로로 간 선수들이 배구 코트에 비일비재했다.

 

“사실 선수들이 배출되고 나면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더 큰 것 같아요. 물론 제자들이 좋은 팀에 가고, 나라를 대표하고 그러면 기쁘죠. 그렇지만 전부 다 그렇게 되는 건 아니잖아요. 중간에 그만두거나 잘 풀리지 못한 선수들을 생각하면 미안해요. 같이 있을 때 말 한마디라도 더 따뜻하게 해줄 걸 싶고… 물론 운동을 그만두고 더 잘 풀린 제자들도 많지만요.”

 

이호철은 선수들과의 첫 만남에서 늘 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배구에 인생을 걸지 말라고 해요. 제가 운동할 당시 은사님께서 해주신 말씀인데 배구공 하나만 보고 살면 선수로 성공하지 못했을 때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뒀으면 해요. 그리고 선수로 성공을 하더라도 은퇴 시기가 일반 직장인들보다 빠르기 때문에 은퇴 후의 삶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모든 이가 선수로 성공한다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선수들이 배구선수만을 목표로 인생을 살아가지 않길 바랐다. 더욱이 프로배구팀은 단 일곱 팀뿐이다. 프로가 되기 위해 구슬땀 흘리는 중‧고등학교 배구팀은 여중부 20팀, 남중부 30팀, 여고부 18팀, 남고부 27팀이 전부이다. 차고 넘치는 야구, 축구팀과는 달랐다. 확연히 차이 나는 팀 수와 더불어 운영방식 또한 달랐다.

 

“저희 학교 배구부 같은 경우에는 학교 지원, 교육청, 문일 출신의 프로선수 배출로 하여금 프로팀 지원금 등으로 운영이 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풍족하게 사용하지는 못하죠. 특히 배구 쪽은 타 시‧도에 비해 서울이 제일 열악한 환경이라고 보시면 돼요. 동계훈련을 예로 들면 교육청 지원금+학교 지원금+금천구 지원금으로 움직인다는 게 사실상 힘들어요. 그래서 발전기금으로 충당해서 가는데 아까 언급했듯 빠듯하죠.”

 

대부분 서울에 가장 많은 팀을 소유하고, 지원 또한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일전에 말했듯 서울이 제일 열악해요. 그중에 가장 어려움이 컸던 건 선수 수급이었죠. 2011년도 당시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 중 배구부가 있는 곳은 딱 한 곳뿐이었어요. 이후에 배구가 특정 종목이라는 걸 인식하면서 세 개 학교로 늘어났지만요. 일전보다 선수 수급은 나아졌지만, 배구가 신체조건에 제약을 받는 종목임은 달라지지 않잖아요. 그래서 여전히 어려움은 따르죠.”

 

어린아이들의 성장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배구를 아무리 싶어 하는 아이라고 해도 신장이 크지 않으면 선뜻 받아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선수를 영입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선수들과의 소통이라고 꼽은 이호철은 하루에 한 번씩 안부를 주고받는 것처럼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못한 이호철은 전문 상담가에게 선수들의 상담을 의뢰했다.

 

“저는 상담 같은 것들은 전문가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 학교에 진로 상담 선생님께 의뢰했더니 전문 상담 선생님을 소개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한 달의 한 번씩 집단 상담을 진행하고 있어요. 운동과 관련된 이야기는 저한테 하겠지만 운동 외적인 부분은 상담을 통해 조금이나마 아이들이 해소도 했으면 싶더라고요. 저랑은 사실 간단한 상담 정도만 가능한데 전문 선생님을 통하면 상담뿐 아니라 다방면으로 경험할 수 있으니까 꾸준히 하고 있어요.”

 

이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수들은 자리에 앉아있기도 버거워했다. 그러나 회가 지나면 지날수록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은 길어졌고, 높아진 집중력과 심리적 안정을 보이며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여전히 이호철 감독과의 벽을 유지했다. 이에 이호철은 “서운하지만 이해해요. 아빠한테 말 못 하는 거 엄마한테는 말하듯 선수들도 그런 마음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제2의 아빠라는 수식어를 입증하듯 선수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던 이호철은 문일고등학교를

‘꿈이 있는 곳’이라 표현했다.

 

“저는 하기도 전에 미리 포기하는 걸 싫어해요. 그런데 올해 선수들이 지는 게임을 많이 하다 보니 스스로 위축되는 모습이 많이 보여 안타까웠어요. 배구선수라는 꿈을 위해 졸업생 및 재학생이 쏟은 땀을 측정해본다면 체육관이 잠겼을 거예요. 선생님들의 꾸지람 속에서도 선수들이 구슬땀 흘린 것은 분명 자신이 꿈꾸는 목적지로 향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저는 선수들에게 목표설정을 꼭 하라고 말해요. 왜 자신이 코트 위에 땀을 쏟고 있는지 알아야 목표로 향하는 그 길에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죠.”

 

이호철은 목표로 향하는 그 길에 흘린 땀의 가치를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선수들이 후회하지 않기를 바랐다.

 

“에디슨이 ‘천재는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땀이다.’라고 말했지만 저는 에디슨이 그것을 즐기지 않았더라면 1퍼센트의 영감도 찾기 어려웠을 거라고 봐요. 따라서 선수들이 노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즐기길 바라요. 어떠한 벽에 부딪히더라도 두려워 말고, 용기 잃지 말고 꿈이 있는 곳을 향해 전진했으면 좋겠어요.”

 

이호철 감독과 신입생 방준호의 모습

 

새로운 선수들과 새로운 시즌 준비에 돌입할 이호철 감독은 “신입생들이 신체적인 조건도 괜찮고, 유망주들이 들어왔다고 생각해요. 이 선수들을 잘 다듬어본다면 추후에 프로에서도 뛸 수 있는 선수들이 아닌가 싶어요.”라고 말하며 2018년 시즌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동시에 선수들이 “2018년에는 경기를 지더라도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해 코트를 떠날 때 ‘후회 없이 경기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고 밝히며 포기보다는 정진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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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수 2017-12-12 00:57:36
훌륭한 감독님 경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