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황금사자기 대회 2회전. 이 날 경기를 지배한 것은 1학년 김진욱(178cm/80kg, 투수, 1학년)이었다.
사실 김진욱은 아는 사람들은 아는 훌륭한 투수였다. 그는 신곡초등학교 - 수원북중을 나왔다. 경기도 권에서 나름 유명한 투수이기도 했다. 작년 제 47회 대통령기 전국중학야구대회에서 수원북중을 창단 36년 만에 첫 우승으로 이끌며 우수투수상을 받았던 선수이기 때문이다.
현장에 모인 각 팀 감독들도 “공은 그렇게 빠르지 않은데 몸이 유연하고 제구가 참 좋다. 또한 큰 경기를 많이 해봐서 담력도 좋은 선수”라고 그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현장의 평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교에 입학한지 이제 겨우 3개월째이지만 중학생 때보다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상대팀 1학년 에이스 강효종보다 공은 느렸지만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상대 타선을 1안타 3사사구 무실점으로 꽁꽁 묶었다.
특히 2회 1사 만루라는 큰 위기에서 등장해서 뜬공과 땅볼을 유도하며 이닝을 마무리 짓는 모습은 그가 여타의 1학년들과는 급이 다른 큰 가슴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타자 몸 쪽을 파고드는 직구와 떨어지는 슬라이더, 느린 커브 등이 잘 배합되자 충암타자들은 김진욱의 공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처음에 올라갈 때는 정말 많이 떨렸어요” 라고 인터뷰를 시작하는 김진욱. 정신이 없다보니 오늘은 그냥 포수가 리드하는 대로 최대한 던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오늘 경기를 자평한다. 포수를 믿고 던진 무심투구가 큰 힘을 발휘한 셈이다. 경기 전 감독님도 “너무 잘할려고 하지 말고 평소에 하던 대로 해라” 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김진욱은 직구, 커브, 체인지업 3가지 구종을 구사한다. 이날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 직구였다. 우타자 몸 쪽을 찌르는 코너워크가 완벽했다. 그 스스로도 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직구가 잘 통하다보니 커브나 체인지업이 큰 힘을 발휘한 것 같다며 웃는다.
이날 스피드건에 찍힌 구속은 130km초반의 구속이다. 고교생 치고는 빠르지 않은 구속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호투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다. 그러자 그는 “이정도 직구 스피드로도 코너워크만 잘되고 타자의 허를 찌르면 충분히 잘 할 수 있다” 라고 말한다. 본인 스스로도 도망가지 않고 타자를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넘쳐있었다.
김진욱이라는 투수를 정의해달라는 다소 난해한 질문에도 “배짱 있게 도망가지 않는 투구를 하는 투수가 김진욱이다. 볼이 그렇게 빠르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맞춰 잡으려고 하지만 그렇다고 주눅 들지 않는다. 좀 더 집중해서 투구하고 타자와의 머리 싸움에도 집중 한다”라고 당찬 어조로 말한다. 그리고 그의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이날 완벽투로 증명해냈다.
그의 롤 모델은 류현진이다. 같은 왼손잡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게임운영을 정말 잘하는 투수이기 때문이란다. 물론 빠른 공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한몫했다.
충암고는 서울권역의 강팀이다. 또한 오늘 경기에서 맞붙은 강효종은 같은 학년의 경쟁자이기도 하다. 그 또한 강효종을 기억하고 있었다. “수원북중 시절에 타자로서 만나본 적이 있다.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은 내가 훨씬 더 잘해서 기분 좋다” 라고 말한다. 어차피 같은 팀이기에 크게 주눅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이번 황금사자기에서 강릉고가 충암고를 콜드게임으로 완파할 것이라고 예상한 팀은 많지 않았다. 김진욱은 “우리 팀은 이번 황금사자기 준비를 정말 많이 했다. 팀 훈련은 기본이고 선수들이 똘똘 뭉쳐 개인훈련도 열심히 했다”라고 자평한다. 우리 강릉고가 매스컴이 주목하는 스타 선수는 부족할지 몰라도 팀 워크 하나만큼은 전국 최강임을 자부한다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황금사자기 최종 목표를 물었다.
“우리 팀은 멀리서(강릉) 왔다. 먼 곳에서 온 만큼 차비가 아까워서라도 반드시 우승하고 돌아가겠다” 라고 1학년다운 패기 어린 목표를 밝혔다.
다음 상대는 이번 대회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덕수고. 과연 강릉고와 김진욱이 황금사자기 최고 이변의 주인공으로 등극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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