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축구계는 독일 월드컵으로, 골프계는 여자골프 세계랭킹 제도가 도입되어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축구계와 골프계가 떠 들썩하던 이때, 골프 유망주가 태어났다. 이 골프 유망주는 마치 자신이 미래의 골퍼가 될 것이란 걸 알기라도 한 듯 돌잡이에서 골프공을 집어 들며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안겨줬다.
이는 구력 2년도 채 되지 않은 무서운 신예 김가희 선수의 이야기다. 김가희는 취미로 시작하던 축구의 매력에 빠져 축구선수가 될 뻔도 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축구가 아닌 골프를 선택하게 됐다. 대체 선택된 종목이었지만 생각보다 그녀와 잘 맞으며 초등부에서 점차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김가희는 제10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배 전국 초등학생 골프대회 3위(2016), KLPGA 삼천리 꿈나무 대회 초등부(2017), 제5회 울산광역시 교육감배 학생 골프대회 1위(2017), 제46회 전국소년체육대회(울산광역시 대표) 5위(2017) 등에 참가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는 초등부 선수 중 한 명이다.
이름 : 김가희
학교 : 울산 우정초등학교
키 : 153cm
그녀의 골프 입문은 오롯이 부모님 덕이었다. 어린 딸을 홀로 남겨두고 갈 수 없어 골프 연습장을 가는 날이면 함께 연습장으로 향했고, 그 결과 김가희는 골프의 세계에 눈뜨게 된 것이다.
“저희 엄마‧아빠 두 분 다 골프를 하세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골프 연습장에 자주 갔었거든요. 그러다 아빠한테 정식으로 골프를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갤러리로 참가해 선수들 경기를 직접 볼 기회를 만들어주셨어요. 그걸 보고 나니까 더 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어요.”
경기장에서 만난 선수들처럼 되고 싶어 골프를 시작한 지 7개월쯤, 지난해 08월 16일부터 18일까지 경북 안동시 탑블리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10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배 전국 초등학생 골프대회에 참가했다. 본 대회는 전국의 골프 유망주 선수와 임원 등 300여 명이 참가한 대회로 각부별 우수 선수에게는 주니어 상비군과 골프장 입장세 면세 혜택이 주어지는 대회였다.
“몇 등 안에 들면 면세 혜택이 주어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선뜻 나가보라고 해주셨어요.”
경험 삼아 나간 대회에서 김가희는 첫 대회 참가임에 믿기지 않는 실력을 발휘하며 전국 대회 3등에 이름을 올렸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3등으로 입상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엄마‧아빠랑 주위 지인분들이 축하해주셔서 뿌듯하기도 했고요.”
이러한 대회에서 3위에 입상했으니 당연히 기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본인이 직접 선택했기에 더 의미 있게 기억될 대회였다.
이후 수차례 대회를 나가며 자신의 이름을 알려 나가던 중 본인의 롤 모델인 이정민 프로와 만났다. 지난해 03월 13일 중국에서 열린 KLPGA 투어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정민 프로는 BC카드 트레이드마크 인형을 김가희에게 선물함과 동시에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을 선물했다.
‘리틀 이정민’으로 불리고 있는 김가희는 다시 한번 이정민 프로와 같은 골퍼가 되고 싶다고 다짐하며 끊임없이 도전을 이어갔다. 지난 06월 08일부터 09일 까지 군산CC에서 열린 KLPGA-삼천리 꿈나무 대회(초등부)에도 참가하며 조미현, 조윤희 프로와의 레슨 기회가 주어졌다,
“레슨을 받기는 했는데 부끄러워서 말을 잘 못 했어요. 선수들 한 명, 한 명 자세도 잡아주시고 그러셨는데 ‘잘 못 치면 어떡하지…’라는 마음 때문에 실력 발휘를 못 했어요. 아쉽긴 하지만 좋았어요.”
조용한 성격 탓에 흔하지 않은 프로 선수들의 티칭 기회를 놓쳐버린 그녀는 본인의 성격이 필드에서는 좋지만, 일상생활에서는 힘들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제가 말도 없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에요. 이게 운동을 할 때는 개인 운동이다 보니까 다른 데 정신이 팔려있다가도 경기에 들어가면 금방 집중도 잘하고 그러는데 일상에서는 처음 만나 친해지거나 그럴 때 말이 없으니까 서로서로 어려운 것 같아요.”
어쩌면 본인의 성격에 가장 적합한 운동을 선택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골프가 아닌 축구를 했더라면 성격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못 견뎠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는 어려움 많은 성격일지 몰라도 필드 안에서만큼은 달랐다.
지난 09월 25일부터 26일까지 울산 CC에서 열린 제5회 울산광역시 교육감배 학생 골프대회에서도 144타로 첫 언더파를 기록하며 1위를 거머쥐었다. 현재 울산은 골프 유소년에 대해 지원이 미비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가희는 울산광역시 대표로 출전하여 제46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소년체전은 이번에 처음 참가하는 대회였는데 울산 대표로 나갈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소년체전이 결정되고 엄마랑 아빠께서 경험 삼아 나간다고 생각하라고 해주셨어요. 가서 코스가 어떤지 그런 것들은 맛보고 오는 대회니까 긴장하지 말라고 해주셔서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었어요.”
처음 참가한 소년체전임에도 불구하고 김가희는 울산을 5위에 안착시켰다. 이후 인연이 닿아 내년 소년체전에도 참가하게 된다면 5위보다는 높은 순위에 울산을 안착시키고자 했다.
소년체전 이후 학교로 돌아간 김가희는 우정초등학교의 자랑이 되었다. 교장 선생님을 시작으로 담임 선생님, 같은 반 친구들에게 축하를 받으며 일상으로 돌아왔다.
“소년체전 갔다 오고 교장선생님, 담임 선생님이 칭찬해주셔서 뿌듯했어요. 친구들도 좋아해 주고요. 또 학교 방송을 통해 상도 주셔서 기분 좋았어요.”
그녀는 본인이 잘하든 못하든 늘 곁에서 응원해주고 있는 학교와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사실 대회 때문에 학교를 빠질 때도 있는데 교장 선생님께서 경기 가기 전‧후로 관심도 많이 가져주시고, 응원도 해주시는 편이에요. 특히 이번처럼 대회에서 성적을 거두거나 하면 축하도 해주시고, 격려도 아끼지 않으세요. 친구들도 경기 갔다가 오면 관심 두고 물어봐 주고 축하도 해줘서 쑥스럽긴 하지만 좋아요.”
많은 이들의 응원과 함께 2018년 시즌을 위해 준비 중인 김가희는 현재 체중을 늘리는 데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몸무게가 많이 안 나가니까 거리나 힘에서 다른 친구들이나 6학년 언니들에 비교해 약한 것 같아요. 원래는 헬스도 했었는데 제가 워낙 말라서 헬스를 계속하면 체중도 안 늘 것 같고, 거리도 안 날 것 같아서 지금은 안 하고 있어요. 대신에 샷 연습이랑 부족한 부분 보완하면서 연습하고 있어요.”
시즌이 끝난 지금, 울산 파크 애비뉴에서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훈련하며 이현주 프로, 엄정환 프로 그리고 김기우 프로에게 티칭 받으며 2018 시즌을 준비 중이다.
두 프로 역시 김가희와 같은 주니어 출신으로 KLPGA 투어 프로, KPGA 투어 프로이다. 특히 김가희는 이현주 프로의 첫 제자로 이현주 프로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래서일까 경기가 잘 안 풀리거나 연습 때 제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즉각 부모님과 프로들에게 가 고민을 나눈다고 했다.
“힘들 때 그냥 엄마‧아빠 그리고 프로님들께 말씀드려요. ‘저 이러한 부분이 힘들어요.’라고요. 쌓아두는 것보다 그때그때 풀어야 스트레스도 안 받고 그런 것 같아요.”
조용한 성격과 달리 문제점을 바로바로 해결하려는 모습에서 12살은 그거 숫자에 불과했다. 이는 내년 시즌 목표와 포부를 밝힘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2018 시즌은 매 대회 나가서 10등 안에 들고 싶어요. 그리고 올해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내서 국가대표상비군이 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커서는 LPGA 가서 명예의 전당에 오르고 싶어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골프를 처음 시작했을 때도 저학년 부에서 최고참이었다. 그러했기에 무서울 것이 없었다. 비록 2017년은 주춤했을지 몰라도 2018년은 다시 고학년 부 최고참이 된다. 다시 한번 그녀의 전성기를 위해 잠자고 있던 승부욕이 끓어오른다면 다시 한번 초등부 정상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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