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24-04-23 13:11 (화)
[현장 칼럼] 9회초 장충고 김병휘에 대한 납득하기 힘든 퇴장선언
[현장 칼럼] 9회초 장충고 김병휘에 대한 납득하기 힘든 퇴장선언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8.18 23: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0 상황 애매한 볼 판정에 방망이로 바닥에 선을 긋고 무언항의 하자 즉각 퇴장 선언

장충고와 대구고의 경기는 이번 봉황기 최고의 빅 경기로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은 경기다. 양 팀 선수들은 멋진 경기 내용으로 봉황대기 최고의 빅매치가 결코 먹을 것없는 잔치가 아님을 입증했다. 

그러나 옥의 티가 있었다. 9회에 석연치 않은 퇴장선언이 나오며 달아오르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경기장은 관중들의 판정에 대한 불만과 욕설로 가득찼고 선수들은 10여분이 넘게 경기장에서 서서 기다렸다.  9회 승부처에서의 긴장감이 사라졌음은 물론이다. 

 

3-0 상황에서 걸어나가려는 김병휘(당시 퇴장상황)

 

상황은 이렇다. 9회초 8-8동점 투아웃 2-3루 상황. 장충고 김병휘가 타석에 들어섰다. 마운드위의 김주섭은 김병휘를 상대로 제구가 흔들렸고 카운트는 3-0까지 몰렸다. 4구째 바깥쪽 공이 들어왔고 공이 약간 빠진 듯 했다. 김병휘는 볼이라고 판단하고 걸어 나가려고 하였으나 심판이 약간 늦게 스트라이크를 선언하였다.

김병휘가 살짝 심판을 쳐다보고 다시 타격자세를 잡으며 바닥에 방망이로 선을 그었다. 스트라이크존을 방망이로 선을 그리며 공이 스트라이크존보다 지나치게 많이 빠졌다는 무언의 항의를 한 것이다. 그러자 심판은 분개하며 즉각 퇴장을 선언했다.  

 

격렬하게 항의하는 송민수 감독


공식 기록지에는 ‘볼 판정에 어필하다 퇴장 당했다'고 나와 있지만 김병휘는 격렬하게 항의하지 않았다.  기자가 심판진에게 공식적인 퇴장 사유를 자문했으나 주심에게 물어보지 않는 이상 정확히 알 수 없다며 부적절한 언행을 한것이 아니겠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송민수 장충고 감독은 “아직 어린 선수라도 그 정도 항의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고작 그 정도로 전국대회에서 퇴장을 주는 경우가 어디에있느냐”라며 심판진에게 10분여간 격렬하게 항의했으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끝내기 안타로 패한 후 송민수 감독은 모든 인터뷰를 거절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합의판정을 기다리고 있는 김병휘

 

그날 밤 어렵사리 송민수 감독에게 전화연락이 닿았다. 송 감독은 “속상하다. (김)병휘가 경기 끝나고 나는 아무것도 안했다며 펑펑 울더라. 그래서 내가 방망이로 선을 왜 긋느냐 앞으로는 그러지 마라며 달래줬다. 병휘에게는 경기 결과를 떠나 상처가 되었을 것” 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대구고 선수들은 승 자로서의 자격이 있었다. 이날 양 팀의 경기는 '고교야구란 이런 것이다' 라는 바이블로 제시해도 될 만큼 공수주에서 멋진 승부를 펼쳤다. 박주홍과 현원회의 방망이대결, 김주섭과 송명기의 마운드 대결, 옥준우의 호수비 등은 고교야구의 백미 다름 아니었다. 그러나 9회 초에 나온 퇴장 판정 하나로 명 경기의 뒷 끝은 그다지 개운치 않다. 

 

합의판정, 그러나 번복되지 않는 퇴장

 

물론 판정에 수긍해야 하는 것은 학생 야구의 본분이기는 하다.  하지만 선수들이 극도로 예민해져있는 승부처 상황이라는 것, 그리고 배워나가는 아직 어린 선수들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먼저 주의를 주고 그 다음에 퇴장을 줘도 늦지 않다. 그것이 올바른 순서다. 

또한 퇴장선언 하나는 경기의 결과 자체를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신중해야 한다. 김병휘만 해도 장충고의 대체불가 선수이기 때문이다. 단판 토너먼트 승부에서 그 선수를 퇴장시키려면 그 팀이 손실을 감수해도 될만한 결격사유.... 즉  누가봐도 납득할 수 있을만한 명백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백번 양보해서 김병휘의 행동이 학생답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의 학생답지 못한(?) 항의가 봉황대기 우승후보끼리의 맞대결 9회 동점상황에서 주의 없이 퇴장을 명령해야할 정도의 정당한 사유가 되는지.... 만약 그렇지 못 하다면 그 또한 심판의 과한 권위 남용이 아닌지 다시 한번 곱 씹어봐야 할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