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명성, 박건우, 이찬희 등 좌우사이드암 잘 갖춰진 마운드 큰 힘
- 권혁경, 김휘집, 오창현, 최병용, 김무재 등 공수 모두 갖춘 야수들 많아
(한국스포츠통신 = 목동, 전상일 기자) 사실 주말리그 우승은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 수도 있다. 특히 지방은 팀 간 전력 격차가 심해 예상외의 결과가 나오기 힘들다.
하지만 단 한 권역. 서울은 예외다. 서울은 24개의 중학교에서 21개 고교로 선수들이 퍼져나간다. 잘하는 선수를 많이 스카우트했다고 해서, 반드시 최고가 되는 것이 아니다. 동일 지역 전학도 많고, 같은 지역 팀끼리 연습경기를 많이 하면서 상대적으로 전력이 고르다.
일례로 청원고가 휘문고를 이긴다고 해서 의아해하는 사람은 없다. 경동고가 덕수고를 이기는 경우도 나왔다. 경동고에 진 덕수고가 다음날 충암고를 완파했다. 주말리그 우승팀은 분기마다 바뀐다. 유정민 서울고 감독은 “이번에 주말리그 전승을 하니까 동문들이 정말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막강 전력을 보유한 서울고조차도 우승하기 힘든 권역이 서울리그다.
6년만에 후반기 주말리그 서울권A 우승을 확정 지은 신일고 선수단이 매우 기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꼭 우승할 겁니다.” - 신일고 정재권 감독, 지휘봉 잡은 이후 첫 번째 왕관 쓰다
정재권 감독은 부임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역대 신일고 사령탑 중 내가 가장 이름값이 떨어진다.”라며 자신을 낮췄다. 그만큼 신일고 야구부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 감독은 부임 직후 재작년 대통령배‧협회장기에서 두 번이나 전국대회 4강에 진출하는 업적을 이뤄냈다. 투구 수 제한이 생긴 이후 상대적으로 선수 가용에 불리한 자율형사립고의 한계를 딛고 일궈낸 성과였다. 하지만 아직 우승컵은 들어본 적이 없다. 부임 후 이번이 공식대회 첫 번째 왕관인 셈이다. 전국대회 우승이 아닐지라도 정 감독이 이번 대회 우승을 각별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신일고 선수단은 6월 28일 경기 종료 후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전원이 성남고와 배명고의 경기를 지켜보았다. ‘주말리그 우승’을 위해 선수단이 경기를 지켜보기는 것은 매우 보기 드문 장면이다. 정 감독은 “(이번 주말리그에서)우승 할 것이다. 주말이고, 훈련하기는 힘들 듯 해서 상대 전력을 살피기 위해 왔다. 성남고가 올해 강하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신일고는 성남고를 8-0으로 제압하고,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 지었다.
우승은 많은 부산물을 제공한다. 그중 가장 큰 것이 대통령배 출전권이다. 대통령배는 정 감독 부임 후 첫 4강을 기록한 좋은 기억이 있는 대회다. 서울팀이 지방에 가지 않고, 목동에서 경기할 수 있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경기력으로나 엄청난 소득이다.
# 지명성-박건우 듀오 20.1이닝 무실점 … 장신 투수 이찬희-심우용 등도 힘 보태
고교야구에서 우승 논할 때는 가장 먼저 투수력을 봐야한다. 올 시즌 신일고의 투수진은 강력하다는 느낌보다는 짜임새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서울고처럼 145km/h 이상을 던지는 투수가 몇 명씩 있는 것도 아니고, 장재영(덕수고 3학년) 같이 155km/h를 던지는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좌‧우‧사이드의 균형이 좋은 팀이 신일고다.
이번 주말리그 최고 수훈갑은 역시 지명성-박건우(이상 신일고 3학년) 듀오다. 두 명은 20.1이닝 동안 1점도 내주지 않는 미친(?) 투구로 팀 우승을 이끌었다.
지명성은 11.1이닝 동안 사사구 4개 탈삼진 9개 무실점을 기록했다. 좌완 박건우도 9이닝 무실점 방어율 0이다. 제구력이 우수하고 안정적인 투구를 하는 선수다. 지금보다 구위가 더 올라온다면, 왼손이라는 이점이 있어 그를 지켜보는 구단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장신 우완 이찬희도 힘을 보탰다. 3경기에 등판해 8이닝 동안 4실점을 했다. 193cm의 장신에서 내리꽂는 높은 타점과 130km/h 후반대의 패스트볼을 보유한 선수다.(8이닝 3실점 1승 0패 방어율 4.50)
이들 외 장신 좌완 심우용, 사이드암 조강희(2학년)도 힘을 보태며 짠물 투수진을 완성했다. 신일고의 6경기 동안 팀 방어율은 고작 1.91이었다.
# 튼튼한 센터라인, 다양한 선수 포진한 구멍 없는 야수진이 신일고가 지닌 진짜 힘
야구에서 강한 팀을 찾으려면 센터라인을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대표적인 팀이 신일고다.
어떤 포지션이 특별히 강하지는 않다. 하지만 어떤 포지션도 약하지 않다. 신일고의 강점은 A급 야수들이 고루 분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일고는 전국 최고의 포수 사관학교다. 재작년 포수 최대어 김도환(삼성)부터 시작해 작년 한지용(KT)이 팀의 핵심유망주로 지명되었다. 올해는 권혁경(3학년)이다. 강한 어깨와 좋은 타격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각 구단의 관찰대상에 포함되어있다. 이번 주말리그 20타수 8안타 2홈런의 활약으로 그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유격수 김휘집(3학년)은 널리 알려진 선수다. 신일고의 주장이기도 하다. 빠른 발과 좋은 타격능력을 지니고 있다. 작년 추계리그에서 2개의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고3의 부담감으로 아직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아 정 감독의 고민이 많다.
3루수 최병용(3학년)은 김휘집이 복귀하며 올해 자연스럽게 유격수에서 3루수로 자리를 옮겼다. 신장이 188cm에 달해 3루수가 좀 더 몸에 맞는 옷이라는 평가다. 0.263의 타율로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언제든 큰 것을 쏘아 올릴 수 있는 타자다. 그를 보던 모 스카우트 관계자는 “치는 모습이 예쁘다”는 말로 그의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다.
최병용과 함께 3루를 번갈아 보는 김무재(3학년)는 타율이 무려 5할이다. 10타수 5안타에 2루타만 무려 3개를 때려내며 맹활약했다.
중견수 오창현은 펄펄 날아다녔다. 마지막 경기인 성남고전에서도 2루타 1개, 3루타 1개 등을 터트리며 3타점을 수확했다.(19타수 7안타 0.368). 오승현은 한 술 더 떠 20타수 8안타(0.0400)에 홈런을 2개나 때려냈다. 오창현, 오승현, 김재두(이상 3학년)까지 세 명의 외야수는 신장이 작지만 빠르고 정확한 타격과 작전수행 능력 등 알토란같은 활약으로 팀에 공헌했다.
본 경기를 기다리며 신일고의 경기를 지켜보던 휘문고 김영직 감독은 “외야 3명이 다 빠르고, 신장이 작지만 수비력이 좋다. 다부지게 야구하는 느낌이다. 정 감독이 저런 선수들로 미리 구상을 한 것 같다.”라며 혀를 내 둘렀다.
여기에 2학년이면서도 주전 1루수 자리를 꿰찬 임동환(2학년)과 좋은 수비력을 지닌 유격수 이지훈(2학년), 2루수 김동주(2학년)도 힘을 보탰고, 가능성 있는 신입생 야수 듀오 목지훈-윤상인(이상 1학년)도 언제든 투입 가능하다.
# 주말리그 우승의 기운을 청룡기로 … 11년 만에 우승 가능할까
이번 청룡기는 별들의 잔치다. 강한 팀이 대거 몰려있다. 신일고의 청룡기의 대진운도 좋은 편이 아니다. 64강전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64강을 통과하고 32강전에서 원주고를 이긴다 해도 16강에서 객관적인 전력상 서울고와 만날 가능성이 크다. 험난하기 그지없는 여정이다.
하지만 신일고는 또다시 정점을 목표로 한다. 정 감독 또한 욕심이 있다. 고비를 넘긴다면 8강 이후부터는 신일고 같은 짜임새 있는 팀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많다. 그 법칙을 대구고와 김해고가 증명했다.
신일고는 과거 12번의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하고, 수많은 프로 선수를 배출한 아마야구의 산실 그 자체다.
마지막 우승은 16타수 11안타의 하주석이 이끌던 2009년 청룡기. 많은 사람이 서울고, 덕수고, 유신고 등에 집중하지만, 신일고 선수단은 조용히 '명가의 반란' 을 준비하고 있다.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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